나눔은 채워짐이다

[ 공감책방 ] '할머니의 식탁'과 '망원동 브라더스'를 통해 본 나눔의 의미

황인성 목사
2020년 10월 16일(금) 11:00
"바로 이 맛이야! 오늘은 최고의 저녁을 먹게 될 거야."

자신이 끓인 토마토 스튜 맛에 반해버린 오무 할머니가 무심코 내뱉은 말이다. 그런데 이 자화자찬이 비단 오무 할머니만의 생각은 아니었나 보다. 건물 맨 꼭대기에서 퍼진 스튜 냄새를 맡고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니 말이다. '똑똑', 복도에서 장난감을 갖고 놀던 꼬마 아이가 용기를 내어 할머니 집 문을 두드린다. 길을 지나가던 경찰관도, 핫도그 장수 아저씨도, 가게 주인, 택시 운전사, 의사, 배우, 변호사, 무용수, 제빵사, 미술가, 가수, 운동선수, 버스 운전사, 공사장 일꾼도 모두 할머니의 집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오무 할머니는 아낌없이 자신의 토마토 스튜를 나눠주고 있다. 이윽고 냄비가 바닥을 드러냈다. 다른 사람에게 음식을 나눠주느라 정작 최고의 저녁을 기대했던 자신의 식사가 사라져 버리고 만 것이다.

"똑똑, 똑똑, 똑똑, 똑똑"



할머니가 사는 집이 다시금 요란해졌다. 할머니의 토마토 스튜를 맛본 이웃들이 자신의 저녁거리를 들고 다시 찾아온 것이다. 할머니의 커다란 냄비는 텅텅 비었지만, 할머니의 마음은 행복과 사랑으로 가득 채워졌다. 어쩌면 오무 할머니가 기대했던 최고의 저녁 식사가 드디어 완성된 것이다.

망원동 어느 골목 옥탑방, 보증금 오백만 원에 월세 삼십만 원, 8평 작은 집은 그 누군가에게는 향긋한 토마토 스튜 냄새였나보다. 30대 미혼 영준이는 이 옥탑방을 유지하는 것도 벅찬 비정규직 일러스트레이터이지만 그는 기꺼이 자신의 작은 8평 공간을 다른 이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기러기 아빠로 사는 40대 김부장은 얼마 전 해고통보를 받고 후배 영준의 집으로 들어왔다. 주인공 영준에게 처음 그림을 가르쳐 준 '싸부'도 황혼이혼을 앞둔 50대 중반의 아저씨다. 딱히 갈 곳이 없어 그 또한 영준의 집에 동거하게 되었다. 그리고 20대 후배마저도….

소설 '망원동 브라더스'는 이처럼 다양한 세대의 남자들이 한 옥탑방에서 같이 살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이다. 마냥 웃을 수 없는 현실과 어려움을 맞닥뜨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우정은 점점 더 깊어져만 간다. 주인공 영준은 때때로 자신의 침대마저 뺏겨버리기도 한다. 자신의 신세가 너무 초라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기대어 사는 다른 남자들이 너무 보기 싫어 몰래 혼자만 이사 가려는 계획을 꿈꾸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다시 섬김을 받은 이들의 나눔을 통해 오히려 삶이 풍성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옥탑방에서 심기일전한 손님들과 주인공은 결국 각자 새로운 삶을 찾아서 떠나가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 '함께 함'의 행복

그림책 '할머니의 식탁'에서는 할머니의 나눔이 따뜻한 그림과 함께 전달되었다면 소설 '망원동브라더스'에서는 치열한 삶의 현장 속에서 표현이 서툴고 거칠지만 서로 삶을 공유하고 엮어져 가는 과정을 통해 할머니의 음식 이상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도 사용되기에 부족한 것이지만 기꺼이 또 다른 필요한 이들에게 나눴을 때 '함께함'의 행복이 더해진 것이다. 냄비가 바닥을 보이고, 내 침대에 다른 사람이 누워 있을지라도 고민과 동시에 자신의 소유를 나누는 할머니와 영준이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지나가는 이들이 매력을 느끼고 스스로 문을 열고 찾아오게 하는 향긋한 토마토 스튜는 무엇을 의미할까? 그리고 자신의 나눔을 통하여 타인이 채움을 받고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더 나아가 나에게 그 만족이 돌아오는 시너지 효과를 생각해본다. 과연 나는 더 나아가 교회 공동체는 이웃들에게,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꺼이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었는가? 질문하게 된다. 어쩌면 영준에게 있어서 좋은 냄새는 세대에 따른 생각의 차이와 가치관의 차이가 있지만, 그 차이를 보듬으려는 진정성과 정직에 있지 않았을까?

황인성 목사 / 책보고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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