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의 시대와 경험의 덫

[ 주간논단 ]

양혁승 교수
2020년 11월 18일(수) 10:00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기술의 발전 속도와 그 파장이 예사롭지 않다. 클라우드 기술에 기반한 디지털 플랫폼과 거기에 쌓이는 빅데이터가 지수함수의 속도로 확장되어 가고, 인공지능과 인간의 지능 간 경계가 2025년이면 허물어질 것이라는 일론 머스크의 예측이 과장처럼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인공지능의 발전이 눈부시다. 인공지능은 의사, 변호사, 애널리스트, 화가, 작곡가, 기자 등 다양한 영역으로 파고들고 있다. 최근에는 언어 영역에서 GPT-3라는 인공지능이 다양한 주제(코로나19 이후의 세계 등과 같은 철학적 주제 포함)로 인간과 수준 높은 대화를 하고, 지시에 따라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필요한 코딩을 해주는가 하면,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주는 등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능력을 갖춤으로써 범용 인공지능(general AI)의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산업 영역에서는 위와 같은 기술혁명의 토대 위에서 기존의 산업 생태계를 뒤흔드는 와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아마존 등 온라인 유통 플랫폼이 소매유통업의 경쟁판도를 뒤바꿔 놓았고, 에어비앤비 등 숙박공간 공유 플랫폼이 숙박산업의 경쟁생태계를 뒤흔들었다. 넷플릭스는 DVD 대여업을 넘어 영화유통업의 주력기업으로 우뚝 섰고, 우버 등 차량공유 플랫폼 업체들은 전통적인 택시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을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로 바꾸려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경영계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코로나19는 이러한 대전환을 앞당기는 촉진자가 되어 인류가 비대면 디지털 가상세계를 기반으로 한 일상생활에 적응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불연속적 대전환의 시대임에 틀림없다.

불연속적 대전환의 시대에는 과거의 경험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과거의 경험이 새로운 지각판 위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것이 오히려 덫이 되어 변화에 대한 적응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에는 과거의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를 내려놓고 변화의 본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응해야 한다.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은 산업계에만 적용되는 얘기가 아니다. 디지털 가상세계가 모든 영역의 기본 인프라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디지털 가상세계가 곧 현실세계이다. 디지털 세대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그들은 가상공간에서 만나 함께 게임하고, 팀을 이뤄 함께 교제하며 일하는 것에 익숙하다. 반면 오프라인 대면세계에 익숙한 기성세대에게는 디지털 가상세계가 어쩐지 불편하고 미덥지 못한 세계이다. 그러나 미래 세대의 복음화를 위해서는 그들의 주요 활동 무대를 이해하고 그들의 방식으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나가도록 자리를 내어줘야 한다. 비대면 가상세계를 근거지로 인공지능과 공존하며 살아가야 할 '가까워진' 미래는 아브라함에게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 명하신 하나님께서 오늘날 기성세대 기독교인들에게 새롭게 나아가도록 지시하시는 낯선 가나안 땅일 수도 있으리라.



양혁승 교수/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장기소액연체자지원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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