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人子)로 오신 하나님

[ 4인4색 ]

김철교 장로
2020년 12월 02일(수) 10:00
'아기 예수의 탄생'(1952~1953, 비단에 채색, 63x76cm, 서울미술관)
하나님이 인자(人子)로 오신 분이 예수님이다. 죄에 묻혀 살 수밖에 없는 인간 세상에서 함께 호흡하고 함께 울고 함께 웃으시면서 죄로부터 우리를 구원하시고 이 땅에 천국을 열기 위해 직접 오신 것이다. 성경의 많은 부분에는 고난의 이 세상을 벗어나 하나님이 다스리는 나라에 가고자 하는 열망이 담겨 있다. 그 길을 인도하시는 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태어나면서 뚜벅뚜벅/ 죽음으로 가는 여행/ 평생 동행하시다가/ 이 세상 끝 날에는/ 천국으로 인도하시네"(김철교, '동반자'전문).

하나님 나라에는 어떤 사람은 죽어서 어떤 사람은 살아서 갈 것이다. 이 시(詩)에서 '죽음' 혹은 '이 세상 끝날'이라는 말은 기독교인들에게는 천국에서의 새로운 삶의 시작을 의미한다. 또한 그리스도인들은 천국이 이 지상에 열리도록 주기도문을 외운다.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예수님 탄생은 베들레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지금-여기에서도 만날 수 있다. 성탄에 관한 많은 예술작품을 믿음이 신실한 시인과 화가들이 그렸다.

"(…) 믿음으로써만/ 화목할 수 있는 지상에서/ 오늘 밤 켜지는 촛불/(…) 한국에는 한국의 눈이 내리는 오늘 밤/ 촛불로 밝혀지는/ 환한 장지문"(박목월 '성탄절의 촛불'에서).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서만 지상 천국에 이를 수 있다. 동정녀 탄생을 의심하고, 부활 승천을 못 믿겠다는 사람에게 크리스마스는 그냥 여느 공휴일이나 다름없다.

"우리 집과 같이 가난한/ 마음과 마음의 따스한 꼴 위에서// 예수님은 나셨다/ 예수님은 나신다"(김현승 '크리스마스와 우리 집'에서).

낮고 천한 곳에 오신 것은 모든 사람을 구원하시기 위함이다. 화려한 호텔과 거대한 교회는 남루한 노숙자 차림으로 들어가기 어렵다. 몸과 마음이 가난한 목동들의 환영을 받으셨으며, 동방박사들은 예물을 들고 찾아와 경배했다. 이 세상에서 신분의 귀천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하나님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만이 만날 수 있는 분이시다.

김기창이 그린 '예수의 생애' 30점 중에 '아기 예수의 탄생'(1952~1953, 비단에 채색, 63x76cm, 서울미술관)도 바로 내 곁에 오신 예수님을 그렸다. 김기창은 죄가 많은 화가다. 그래서 은혜도 크다. 귀까지 먹었고 친일소동에 휘말렸다. 그러나 회개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다. 지금은 천국에서 화구를 들고 하나님 나라를 그리고 있을 것이다.

그림의 배경은 베들레헴이 아니라 소와 나귀와 닭이 있는 우리의 마구간에서 한복을 입은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의 보살핌 속에서 태어나셨다. 화가들은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머리 위에 후광을 그려 넣어 일반 사람들과 구별한다.

예수님 탄생은 우리의, 나의 이야기다. 깊은 영성으로 나의 예수님을 오늘도 만나야 한다. 세속적 욕망으로 가득 찬 마음을 깨끗이 청소하고 예수님을 내 마음속에 영접할 수 있는 올해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곧 지상에서 열리는 천국이리라.



김철교 교수/전 배재대, 영신교회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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