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쁨

여행의 기쁨

[ 임에스더의 클레식세이 ]

임에스더
2024년 08월 30일(금) 17:14
멘델스존.
피아니스트 발터기제킹의 '무언가' 앨범.
임에스더의 '무언가' 연주 영상.
많은 음악가들 중에서도 제가 특별히 더 흠모하고 사랑하는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독일, Felix Mendelssohn, 1809-1847).



푸르고 깊은 눈에 잘생긴 얼굴, 호리호리한 몸매, 예술적 감각이 풍부했으며 음악과 미술 문학 다방면에 관심도 많고 재능도 많았지요. 그가 만들어내는 선율은 단순한 음정이 아닌 음 하나하나에 수없이 많은 의미와 생각을 담고 있는 영혼의 노래들이었습니다.

그는 피아노 소품곡 '무언가(song without words, 가사가 없는 노래 op.19)'를 만들고 이런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사람들은 으레 음악이 지닌 애매함에 대해 불평하곤 하지요. 언어는 어느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음악을 통해 사고한다는 것은 그저 의심할 뿐이지요. 그렇지만 나에게는 정반대입니다. 비단 긴 이야기뿐 아니라 개개 단어에서조차 나는 너무나 애매하고 너무나 불확실하며 너무나 불명료해질 때가 있습니다. 제대로 만들어진 음악과 비교해 본다면 말입니다. 그런 음악에서야말로 영혼은 언어에서 보다 수천 배 이상의 명료함으로 가득 채워집니다. 내가 사랑하는 음악이 나에게 말하는 것, 그것은 나에게 있어 언어를 통해 파악이 되는 불명확한 생각이 아니라 너무나 명확한 것이랍니다." (멘델스존의 '무언가' 피아노 앨범 중에서)

괴테를 가장 존경했던 이 남자는 자신의 철학을 멋지게 이야기하는 청년이었지요. 그의 아버지는 멘델스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교육으로 '여행'을 꼽았고, 멘델스존은 실제로 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돌아다니며 음악적 영감을 얻고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무언가' 라는 곡도 그렇게 만들어졌지요.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며 떠올랐던 짤막한 선율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훗날 피아노곡으로 완성했습니다.

그는 여행지에서 받은 영감들을 오선 위에 음표로 써서 사랑하는 이들에게 편지처럼 보내기도 했습니다.

멘델스존의 '무언가' 트랙을 살펴보면 저마다의 제목들이 있습니다. 달콤한 추억, 베네치아의 뱃노래, 5월의 미풍, 듀엣, 봄노래... 총 48곡으로 된 '무언가'에는 매일매일 다른 풍경이 펼쳐졌을 멘델스존의 모든 여정이 담겨있지요. 그 여정은 결국 그의 인생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여행 에세이들이 쏟아지는 요즘이지만 저는 글로 된 어떤 에세이보다도 멘델스존의 음표로 이루어진 여행 음악 에세이 '무언가'가 더욱 좋고, 눈에 보이듯이 명확합니다.

사진이 없어도 선명하고 글이 없어도 그의 마음을 다 전달받을 수 있지요.

20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고 기쁨을 줍니다.

마치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진해지는 여행의 추억처럼 말이죠.



시간을 되돌려서 제게 20대의 시절이 다시 주어진다면 더 많이 여행하며 살고 싶습니다.

결혼하고 일하며 모든 인생이 현실적으로 변하고 나니 여유롭게 여행을 가는 일도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정신 없고 분주한 삶 속에서 여유를 찾고 쉬어가고 싶을 때 잠시 의자에 앉아서 멘델스존의 '무언가'를 듣습니다. 한 곡이 끝날 때까지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 피아니스트 발터기제킹의 연주로 담겨진 '무언가(song without words)' 앨범을 추천합니다.



* 제가 직접 연주한 '무언가'를 보내드립니다. 큐알코드를 열고 영상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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