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찬,세계를보다 ] (9)미국의 디아스포라 코리안
윤은주 박사
2024년 09월 09일(월)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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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포의 미국 이민은 1903년 하와이를 시작으로 꾸준하게 이어졌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한인 동포 약 708만 명 중 37%에 해당하는 260만 명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2005년 미국 연방정부는 첫 이민이 시작된 1월 13일을 '미주한인의날'로 규정했다.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초창기 이민은 하와이 파인애플농장, 사탕수수농장 노동 계약과 독립운동을 위한 망명으로 시작됐다.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국제결혼과 입양, 유학 등으로 이주가 시작됐고, 1965년 미국 이민법 개정으로 가족 초청이 가능해지면서 1970년대부터는 이민이 양적으로 크게 증가했다.
1세대 이민자들은 주로 세탁업과 청과업, 식당업 등에 종사했는데 의사와 간호사, 유학생 등 전문인력들도 이민에 합류했다. 경제적 목적이 우선이었던 이민 1세대가 물적 토대를 구축했다면 2세와 3세로 이어지면서 미국 전역에는 다양한 한인 사회가 형성되고 있다. '미주한인의날' 제정은 120년 넘게 발전해온 한인 사회의 역량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주요 지역에서 한인 유권자 조직이 출범, 260만 한인의 권익뿐만 아니라, 모국의 이해를 함께 도모하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디아스포라 한인의 안타까움은 분단된 조국의 현실일 것이다. 세계의 화약고라 불려왔던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일가친척의 안녕이 가장 큰 염려이기 때문이다. 민족상잔의 전쟁을 치르고, 냉전 시대 혹독한 이념 대결을 경험한 한인들은 남북관계가 적대와 대결이 아닌 평화와 상생으로 발전하길 누구보다 간절하게 기대할 것이다. 2017년 출범한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은 본격적인 한인 유권자 조직으로서 한인들의 정치 역량을 강화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매니페스토를 전개하고 있다. 한반도평화법안을 지지하는 의원들을 KAPAC 지역대표부가 후원하고 지지하는 유권자 운동을 펼치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미국이스라엘공공문제위원회'(AIPAC)을 벤치마킹한 KAPAC은 민주당 소속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이 발의한 한반도평화법안(HR1369)의 채택과 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다. 미국 거주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의 국익을 위해 단결하듯이 한인 동포 사회가 미국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한반도 평화 실현에 앞장선다는 취지이다. LA를 비롯 7개 주에 지역대표부를 두고 있는 KAPAC은 2022년부터 워싱턴 DC에서 한반도평화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전 미주에서 300여 명 이상의 한인이 모인 행사에는 브래드 셔먼 의원과 주디 추 의원(아시아·태평양 코커스 회장), 그레고리 믹스 전 외교위원장, 앤디 김 의원, 메를린 스트릭랜드 의원 등 10명 이상의 주요 의원들이 참여하여 한반도 평화 이슈에 관한 의견을 피력했다.
한반도평화법안은 2022년 117회기에서 HR3446으로 발의되어 하원의원 46명의 사인을 받았으나 통과되지 못했고, 2023년 118회기 들어서 HR1369로 다시금 발의됐다. 내용을 보면 미북 이산가족들의 인도적 북한 방문을 허락할 것, 한국전쟁을 공식 종료하기 위해 대화와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 미 행정부가 이를 위한 전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것, 평양과 워싱턴DC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할 것 등을 규정한 HR3446과 동일하다. 다만 HR1369에는 특별히 주한미군 유지도 명시했는데, 한반도평화법안이 통과되면 주한미군이 철수할 것이라는 항간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함이다. 현재 41명의 의원이 사인했는데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상원에 부의된다. 한반도평화법안이 상원을 통과한 후 대통령이 사인하면 효력이 발생하지만, 11월 대선을 앞둔 정황상 다음 대통령에 따라 법안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국제전으로 확전된 후 멈춰 선 한국전쟁은 후속 처리가 미진한 채 71년이 지났다. 민족상잔의 아픔을 스스로 추스르지 못한 남과 북은 여전히 적대와 증오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저당 잡힌 미래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팔레스타인 전쟁은 전쟁의 참혹함을 일깨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최고다. 디아스포라 미국 동포의 KAPAC 사례는 미국을 움직이는 힘이 우리에게도 있음을 보여준다. 미 하원을 상대로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고, 미 행정부가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법안을 과거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국제정치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한반도 평화는 결코 쉽게 완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더욱 북한의 왜곡된 행태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우리가 북한 정상화의 길로 함께 걸어야 한다. 중국과 일본에 침탈당했던 역사를 공유하는 우리 민족 아니던가. 러시아, 중국과 국교를 맺고 경제협력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통해 경협의 열매를 맛보았던 역사를 바탕으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다시금 다져야 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가지 못했던 길이다. 인권과 민주주의의 보루를 자처하는 미국에서 한인동포의 활약이 한반도 이슈를 넘어서서 국제 평화를 향해 펼쳐지길 기대한다.
윤은주 박사
(사)뉴코리아 대표·외교광장 부이사장
1세대 이민자들은 주로 세탁업과 청과업, 식당업 등에 종사했는데 의사와 간호사, 유학생 등 전문인력들도 이민에 합류했다. 경제적 목적이 우선이었던 이민 1세대가 물적 토대를 구축했다면 2세와 3세로 이어지면서 미국 전역에는 다양한 한인 사회가 형성되고 있다. '미주한인의날' 제정은 120년 넘게 발전해온 한인 사회의 역량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주요 지역에서 한인 유권자 조직이 출범, 260만 한인의 권익뿐만 아니라, 모국의 이해를 함께 도모하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디아스포라 한인의 안타까움은 분단된 조국의 현실일 것이다. 세계의 화약고라 불려왔던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일가친척의 안녕이 가장 큰 염려이기 때문이다. 민족상잔의 전쟁을 치르고, 냉전 시대 혹독한 이념 대결을 경험한 한인들은 남북관계가 적대와 대결이 아닌 평화와 상생으로 발전하길 누구보다 간절하게 기대할 것이다. 2017년 출범한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은 본격적인 한인 유권자 조직으로서 한인들의 정치 역량을 강화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매니페스토를 전개하고 있다. 한반도평화법안을 지지하는 의원들을 KAPAC 지역대표부가 후원하고 지지하는 유권자 운동을 펼치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미국이스라엘공공문제위원회'(AIPAC)을 벤치마킹한 KAPAC은 민주당 소속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이 발의한 한반도평화법안(HR1369)의 채택과 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다. 미국 거주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의 국익을 위해 단결하듯이 한인 동포 사회가 미국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한반도 평화 실현에 앞장선다는 취지이다. LA를 비롯 7개 주에 지역대표부를 두고 있는 KAPAC은 2022년부터 워싱턴 DC에서 한반도평화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전 미주에서 300여 명 이상의 한인이 모인 행사에는 브래드 셔먼 의원과 주디 추 의원(아시아·태평양 코커스 회장), 그레고리 믹스 전 외교위원장, 앤디 김 의원, 메를린 스트릭랜드 의원 등 10명 이상의 주요 의원들이 참여하여 한반도 평화 이슈에 관한 의견을 피력했다.
한반도평화법안은 2022년 117회기에서 HR3446으로 발의되어 하원의원 46명의 사인을 받았으나 통과되지 못했고, 2023년 118회기 들어서 HR1369로 다시금 발의됐다. 내용을 보면 미북 이산가족들의 인도적 북한 방문을 허락할 것, 한국전쟁을 공식 종료하기 위해 대화와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 미 행정부가 이를 위한 전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것, 평양과 워싱턴DC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할 것 등을 규정한 HR3446과 동일하다. 다만 HR1369에는 특별히 주한미군 유지도 명시했는데, 한반도평화법안이 통과되면 주한미군이 철수할 것이라는 항간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함이다. 현재 41명의 의원이 사인했는데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상원에 부의된다. 한반도평화법안이 상원을 통과한 후 대통령이 사인하면 효력이 발생하지만, 11월 대선을 앞둔 정황상 다음 대통령에 따라 법안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국제전으로 확전된 후 멈춰 선 한국전쟁은 후속 처리가 미진한 채 71년이 지났다. 민족상잔의 아픔을 스스로 추스르지 못한 남과 북은 여전히 적대와 증오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저당 잡힌 미래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팔레스타인 전쟁은 전쟁의 참혹함을 일깨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최고다. 디아스포라 미국 동포의 KAPAC 사례는 미국을 움직이는 힘이 우리에게도 있음을 보여준다. 미 하원을 상대로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고, 미 행정부가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법안을 과거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국제정치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한반도 평화는 결코 쉽게 완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더욱 북한의 왜곡된 행태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우리가 북한 정상화의 길로 함께 걸어야 한다. 중국과 일본에 침탈당했던 역사를 공유하는 우리 민족 아니던가. 러시아, 중국과 국교를 맺고 경제협력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통해 경협의 열매를 맛보았던 역사를 바탕으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다시금 다져야 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가지 못했던 길이다. 인권과 민주주의의 보루를 자처하는 미국에서 한인동포의 활약이 한반도 이슈를 넘어서서 국제 평화를 향해 펼쳐지길 기대한다.
윤은주 박사
(사)뉴코리아 대표·외교광장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