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을 넘어 침묵과 기도로

이성을 넘어 침묵과 기도로

[ 독자투고 ]

이경용 목사
2020년 03월 06일(금) 14:10
1273년 12월 6일 수요일 오전, 토마스 아퀴나스는 늘 하던 대로 니콜라스 경당(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렸다. 예배를 드리는 도중에 토마스 아퀴나스는 강력한 신비체험을 하였다. 그 날 이후, 그는 강의와 글쓰기를 멈추었다. 절필을 한 것이다. 아퀴나스가 그렇게 정열적으로 집필하던 신학대전도 제Ⅲ부 '속죄'에 대해 쓰다가 멈추어 섰다. 신학대전은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다. 겨우내 말하지 않고 깊은 침묵 속에 있는 아퀴나스에게 동료 수사 레지날도가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었다. 아퀴나스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더 이상 쓸 수가 없네. 내가 이제껏 쓴 것들은, 내가 보았고 나에게 계시된 것에 비긴다면 한낱 지푸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야."

토마스 아퀴나스는 리옹에서 열리는 공의회에 참석하려고 가던 도중 1274년 3월 7일, 나폴리와 로마 사이에 있는 포사노바(Fossa Nova)의 시토회 수도원에서 눈을 감았다. 그의 나이 49세였다. 2000년 기독교역사에서 아우구스티누스와 견줄 만한 그 대단한 아퀴나스가 붓을 던지고 입을 닫은 이유는 특별한 계시, 신비체험 때문이다. 우리는 그 신비체험이 무엇이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가 절필할 정도로 강력한 신비, 하나님의 임재체험임은 분명하다. 하나님의 강력한 임재 앞에 그가 혼신을 다해 7년간 쓴 신학대전이 지푸라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때로 신앙과 신비는 이성을 능가한다.

요즘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생활이 깨지고 주일공예배가 사라지고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숨죽이며 살아간다. 그렇게 대단하던 인간의 지성과 과학기술들이 맥을 추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들이 병들고 죽어가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다윗은 왕권이 강화되고 태평성대가 된 어느 날, 요압에게 인구조사를 명한다.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 왕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요압은 다윗에게 하나님께서 다윗이 생각하는 것보다 백배나 더 하시기를 축복하며 인구조사를 멈추라고 충언한다. 다윗의 인구조사가 교만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맘이 달아오른 다윗은 인구조사를 재촉하였고, 아홉달 20일 만에 칼을 빼는 담대한 자가 이스라엘이 80만 명, 유다지파가 50만 명이라 보고한다.

보고를 받는 순간 다윗은 어깨가 으쓱하였지만, 곧 자기의 범죄를 깨닫고 자책한다.(사무엘하24:10) 자책하는 다윗에게 하나님은 선지자 갓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 "셋 중에 하나를 선택하시오. 칠년 기근입니까? 세달 전쟁 동안 원수에게 쫒겨 다니겠습니까? 삼일 동안 전염병이 돌까요?" 외통수에 걸린 다윗은 삼일 전염병을 택하며 하나님의 긍휼을 구한다. 그 결과 7만 명이 죽는다. 죽음의 천사가 아리우나 타작마당에 멈추어 선 것을 본 다윗은 은 오십 세겔을 주고 타작마당과 소를 사서 번제와 화목제를 드린다. 훗날 이 '속죄 예배'를 드린 곳에 솔로몬의 성전이 세워진다. 기가 막히게 다윗이 하나님께 속죄의 제단을 쌓은 바로 그 자리에 성전이 세워진다. 약 1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아브라함이 이삭을 번제로 드리던 모리야 산이기도 하다.

솔로몬은 성전봉헌기도를 이렇게 드렸다. "… 만일 이 땅에 기근이나 전염병이 있거나 곡식이 시들거나 … 무슨 재앙이나 무슨 질병이 있든지 막론하고 한 사람이나 혹 주의 온 백성 이스라엘이 다 각각 자기의 마음에 재앙을 깨닫고 이 성전을 향하여 손을 펴고 무슨 기도나 무슨 간구를 하거든 주는 계신 곳 하늘에서 들으시고 사하시며 각 사람의 마음을 아시오니 그들의 모든 행위대로 행하사 갚으시옵소서 주만 홀로 사람의 마음을 다 아심이니이다 그리하시면 그들이 주께서 우리 조상들에게 주신 땅에서 사는 동안에 항상 주를 경외하리이다."(열왕기상8:37-40)

벌써 코로나19 감염자가 6000명(3월5일 목)이 넘어선 지금, 믿음의 사람들이 솔로몬의 기도에 동참하기를 기도한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체험처럼 때로는 신앙이 이성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방역당국자들과 의료진은 최선을 다해 이성으로 봉사하지만, 믿음의 사람들은 기도로 하나님의 긍휼을 구할 때이다.



이경용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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