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amtn? 아무튼!

아무튼, amtn? 아무튼!

[ 공감책방 ] 세 명의 일인 출판사 대표들이 만든 '아무튼'시리즈

최아론 목사
2020년 07월 31일(금) 08:15
# '아무튼, 피트니스'에서 '아무튼, 언니'까지

동네 책방을 시작하려면 책방만의 북 큐레이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무엇인가 주제를 가진 책 선별과 배치 말이다. 물론 그런 것은 자신 있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책장마다 테마를 정하고 나름 고민의 흔적들을 담아 역사와 철학, 고전과 문학, 교양과 과학, 예술과 여행이라는 주제를 정했고, 청소년, 어린이 유아 책까지 선별했다. 그러던 어느 날 5살의 귀여운 동네 아이가 책방에 들어와서 말했다. "아저씨 '방구'책 있어요?" '맙소사'

책방 문을 열고 들어와 책을 권해달라고 말하는 손님들의 8~90%는 가볍게 읽을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 다중적인 의미를 지닌 가볍다라는 말은 어려운 말이다. 가볍다는 말은 당연하게도 재미를 보장해야 하는데, 재미 가운데 나름 의미도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게다가 가볍다는 말은 무게와 함께 책 값까지 포함하는 말이다. 슬프게도 선별해 둔 큐레이션 안에는 저 '가볍게'에 적확하게 들어맞는 주제는 없다.

그런 상황에서 책방에 구세주 같은 책이 있는데 '아무튼'이라는 시리즈다. 아무튼은 세 명의 일인 출판사의 대표들이 모여서 만든 소책자 시리즈의 제목이다. 코난북스, 위고, 제철소라는 출판사들이 시리즈의 제목과 디자인을 같이 하고, 주제만 달리하여 책을 출판하는 방식이다.

# 일상의 소소함 속에서 '아무튼'

책은 150페이지 정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처음 책의 제목을 구구북스라고 지으려고 했던 이유처럼 책값은 9900원이다. 몇 년전 '아무튼, 피트니스'라는 제목으로 처음 책을 출간했고,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은 32번째 출간된 '아무튼, 언니'이다. 피트니스가 처음 나왔을 때 인권운동가와 피트니스라는 주제가 생경하기도 했지만, '나는 무언가 몸에 새긴 것이다'라는 카피에 끌려 책을 들었고, 두번째 '아무튼, 서재'는 목수 저자가 쓴 서재라는 말에 끌려 책을 들었었다. 그리고 한참을 아무튼에 무심했었다.

그러다 손님들이 반복하던 그 가볍게 그러나 가볍지만은 않은 책에 딱 맞는 책이 아무튼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사이에 아무튼은 피트니스와 서재 이후에 30권의 책을 더해 있었고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라는 주제들을 향해 움직였다.

99권까지 출간하는 것이 출판사들의 목표라고 하니, 아직 그들의 행보의 3분의 2가 남아 있다는 것이 기대감으로도 남는다. 시리즈 중에 가장 재미있고 인기 있는 책은 '아무튼, 술'과 '아무튼, 비건'이다. 술과 비건과는 가깝지 않은 체질과 환경 속에 살아가지만, 술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먹거리와 세계를 다루는 이야기는 낯설지만 멀지 않은 가까운 이야기들이었다.

아무튼의 특징은 이 사람이 이런 책을? 이 사람이니까 이런 책을! 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 속에서도 아무튼 살펴볼 주제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것들이 또한 우리의 삶을 얼마나 의미 있게 만들어 줄 수 있겠는가? 양말, 스웨터부터 시작해 스윙이나 발레, 스릴러나 예능까지, 가벼운 문고판이라고 보기에 '아무튼'은 그동안 살펴보지 않았던 우리 삶의 의미 있는 작은 것들을 의미를 갖고 살펴보게 해준다.

아무튼이라는 그 짧은 단어 속에는 뭐 그냥이라는 새침한 가벼움도 있겠지만, 누군가의 손을 강하게 붙잡고 아무튼 읽으라는 명령도 있는 듯하다. 그 강권에 한번 정도 못이기는 척한다면, 시간과 장소라는 한계에 부딪혀 경험하지 못했던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의 다양성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란, 우리의 삶의 이야기란, 위대한 영웅들의 이야기들과 전쟁의 승패를 다룬 거시사보다는 일상의 소소함들이 다룬 미시사들과 더 가까울 수 있으니 말이다.

최아론 목사 / 옥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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