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삼각관계

[ 가정예배 ] 2024년 8월 16일 드리는 가정예배

이신호 목사
2024년 08월 16일(금) 00:10

이신호 목사

▶본문 : 빌레몬서 1장 8~22절

▶찬송 : 86장



바울은 지금 로마의 감옥에 갇혀있고 그의 옆에는 오네시모라는 사람이 함께 있다. 바울에게 오네시모는 매우 필요한 사람이지만 해결하지 못한 과거가 있다. 자신이 빌레몬의 하인으로 있을 때 문제를 일으키고 도망쳐 나왔던 전과 때문이다.

로마에 오기 전 빌레몬의 하인으로 살았던 오네시모는 주인의 지시를 어겼는데 그것 때문에 금전적인 손해와 큰 피해를 끼쳤다. 노예제도가 시행되던 당시에는 오네시모처럼 노예가 도주하는 일들이 종종 있었는데 로마법에 의하면 도망친 노예는 심하게 매질을 당하거나 사형에 처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노예가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노예와 노예의 주인을 중재해 줄 수 있는 주인의 친구에게 도망친 경우였다. 오네시모는 살기 위해서 로마로 도망을 쳤고 거기서 바울을 만나 복음을 듣고 회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밝히게 되고 자신의 주인인 빌레몬과 바울이 잘 아는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오네시모는 빌레몬에게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고 바울도 현실적으로 오네시모의 도움이 필요한 처지였기에 당분간 자기 옆에서 머물며 수발을 들도록 하였다.

분명 오네시모는 회개하고 복음을 받아들였지만 바울의 마음속에는 오네시모를 주인 빌레몬과 화해시켜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더 분명해졌다. 잘못한 당사자에게 가서 용서를 구할 때 온전한 회개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 동은과 그녀를 괴롭힌 사라 사이에 나눈 대화가 인상 깊다. 동은이 사라에게 '너네 하나님 정말 있다고 생각하니?'라는 질문에 사라가 대답한다. "그거 신성모독이야. 너는 천국 못 가지만 나는 갈 수 있어. 난 너한테 한 짓 다 회개하고 구원받았어" 이 자신만만한 사라의 대답 속에는 하나님, 인간, 회개, 용서, 구원에 대한 일그러진 신앙관이 담겨있다. 내가 잘못한 대상에게 용서를 받지 못한 채 과거가 깨끗해졌다고 믿고 싶은 왜곡된 믿음이다. 바울은 바로 이 이유 때문에 오네시모를 빌레몬에게 돌려보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빌레몬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오네시모의 손에 화해와 용서의 메시지를 담은 바울의 간절한 편지 '빌레몬서'가 들려있었다.

종교개혁을 했던 마틴 루터는 빌레몬서를 통해서 위대한 사랑의 모범을 발견한다. 인간은 모두가 영적으로 하나님에게서 떠나 도망친 자들이며 이런 측면에서 모든 인간은 영적인 오네시모이다. 오네시모가 바울의 중재로 빌레몬에게 용서를 받은 것처럼 성도들 역시 예수 그리스도의 놀라운 사랑으로 하나님께 용서받고 구원받았다. 바울이 오네시모와 빌레몬의 사이를 중재하면서 참된 회개와 용서를 연결시키고 두 사람의 관계를 회복시킨 것은 바로 예수님께서 하나님과 우리 사이를 중재하시고 화해시키셨으며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하신 놀라운 구속의 사건이 복음의 본질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늘 본문을 통해 바울과 오네시모와 빌레몬의 관계에서 어떻게 복음이 역사하는지 배우게 된다. 오네시모처럼 진실하게 회개하는 삶, 큰 손해와 아픔에도 불구하고 빌레몬처럼 용서하는 믿음, 오네시모가 불의를 행하였거나 빚진 것이 있으면 내가 계산하겠다고 말하면서까지 두 사람을 화해시킨 바울처럼 평화를 만들어가는 삶이 바로 복음이 역사하는 증거이다. 그리고 이 복음의 생명줄이 바울과 빌레몬과 오네시모를 거룩한 삼각관계가 되게 한다. 우리는 다 복음의 빚진 자들이다. 나의 삶의 자리에서 바울처럼, 오네시모처럼, 빌레몬처럼 복음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삶을 하나님은 기뻐하신다.



오늘의 기도

사랑의 하나님,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공동체에서 복음의 빚진 자가 되어 용서하고 용서받으며 화해하는 평화의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이신호 목사/덕신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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