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만 아내의 여종

[ 일터속그리스도인 ]

김성우 교수
2024년 08월 05일(월) 09:28
'진흙 속의 진주'라는 표현이 있다. 이 말은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인재를 뜻하거나 주위 환경에 오염되지 않은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보석을 발견할 때, 우리는 흔히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했다"고 말하곤 한다. 오래전 한 '소심남'이 부른 오페라가 전 세계인의 눈과 귀를 촉촉이 적신 일이 있다. 그는 너무나 자신감이 없어 영국 사우스 웨일즈에서 휴대전화 세일즈맨으로 일했다. 그런데 영국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서 부른 노래가 공유되면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또한 한국에서도 유명인사가 되었다. 마치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한 듯한 사람, 그는 바로 폴 포츠(Paul Potts)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의 목소리는 듣는 모든 사람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어쩌면 오늘 우리는 열왕기상 5장에서 진흙 속에 진주와 같은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이름도 기록되지 않을 만큼 눈에 보이지 않고 인정받지 못한 낮은 위치에 있는 여인이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런 여인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역사의 현장에 참여시키고 계신다. 그녀는 떼를 지어 이스라엘 땅에서 약탈을 일삼았던 아람 사람 손에 붙잡혀 노예로 끌려간 비운의 여인이었다. 약탈자들은 그녀를 그들의 군대 장관이었던 나아만의 아내에게 시중을 들도록 했다. 문제는 당시 나아만은 한센병에 걸려 있었다는 점이다. 소녀는 나아만의 아내를 시중들면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았고 여주인에게 "사마리아에 사는 예언자를 만나면 병을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이 무명의 소녀가 한 말을 듣고 그녀의 말을 신뢰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이 무명의 여인은 일터 속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바람직한 모델을 제공해 주고 있다. 여기서 한가지 일터 그리스도인의 관점에서 질문 해 볼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어떻게 일했기에 나아만이 그녀의 말을 신뢰할 수 있었는가 하는 부분이다. 그것은 바로 그녀가 해야 하는 일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그 충실함이 나아만으로 하여금 그 말에 신뢰할 수 있게 했고 믿을만한 근거를 갖게 했다. 충성스럽게 일하는 태도가 나아만이 전적으로 그녀의 말을 신뢰할 수 있게 했다는 사실은 실로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신뢰할 만한 그녀의 행동이 나아만으로 하여금 믿음의 행동을 하게 하는 발로가 되었다는 점이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그녀는 자신이 처한 환경이나 상황을 불평하지 않았다. 그녀는 비록 노예로 사로잡혀 왔지만, 원망이나 탓을 하지 않고 오히려 친절과 관용으로 일하였다. 작고 여린 소녀에게서 마치 자기의 형제들을 용서하고 자비를 베푼 요셉의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창 45:4~15). 그녀는 친절과 관용으로 나아만을 바라보았고 믿음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신앙심이었는데 특별히 엘리사에 대한 전적인 믿음과 신뢰 그리고 확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여인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자신이 섬기는 상사에 대한 사랑과 긍휼의 마음을 가진 일터 사역자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하나님 능력에 대한 믿음과 상사와 다른 직원으로부터 신뢰받는 삶의 모습을 보게 된다. 결국 하나님은 적절하고 적합한 사람을 통해서 병든 나아만을 치유하시는 놀라운 일에 동참하게 하셨다.

우리가 일터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한 생존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일터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것이며 그 특성은 치유와 회복에 있다. 사람을 회복시키고 살리는 일은 우리의 사명이다. 따라서 필자도 일하는 대전신학대학교에서 이론적인 가르침에서 끝나지 않고 치유와 회복이 있는 강의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 학기 강의를 하면서 단지 이론적인 수업으로만 끝나지 않고 상담을 통해서 자신감이 회복되고 건강한 신학생으로 세워지는 은혜가 있었다. 그중 한 학생은 자기의 부족함이 드러날까 봐 자신의 부족함을 숨겼다. 그리고 자신은 그럴싸한 사람이라고 포장을 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직면하게 되면서 그것은 가면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 회복되었다는 점이다. 한 학생 한 학생 상담을 하면서 치유하는 일은 마치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하는 노력과 같았다. 고단한 노력이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의 사명이다. 사람 살리는 일, 그것이 바로 일터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다. 앞으로 계속해서 우리 함께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하는 삶으로 살아가자.



김성우 교수 / 대전신학대학교 예배설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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