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 자립 돕는 '선교적 동행' 모델 만들어

필리핀에 세운 학교 현지 교단에 이양한 순천성광교회
이전 부교역자들 초청해 동행하며 사역 격려도

김동현 기자 kdhyeon@pckworld.com
2024년 08월 13일(화) 07:30
성광글로벌크리스천리더십아카데미 종업식 모습.
필리핀장로교회 총회장에게 학교법인, 학교재산, 서류 일체를 양도하고 있는 김동운 목사(가운데).
현지인 중심 선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오늘날, 선교지에 세운 학교를 현지 교단에 이양하며 '선교적 동행'의 모델을 만들어 가는 교회가 있다.

순천남노회 순천성광교회(김동운 목사 시무)는 최근 필리핀에 세운 성광글로벌크리스천리더십아카데미(SKGCLA)를 필리핀장로교회 총회에 이양했다.

순천성광교회 부목사로 사역했던 목사들과 함께.
순천성광교회는 13년 전 복음에 기반을 둔 교육으로 현지 크리스찬 리더들을 양성하기 위해 SKGCLA를 설립하고, 그동안 설립·운영에 필요한 일체의 비용을 지원해왔다. 교회의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SKGCLA는 무슬림 가정에서도 자녀를 입학시키고 싶어 할 만큼 현지 지역사회의 명문학교로 자리 잡았고, 근래 학교 운영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재정적 자립을 이뤘다.

학교를 설립할 때 순천성광교회는 학교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재정적으로 성숙해 자립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되면 현지 교단에 기부하기로 계획했다. 현지 상황에 맞게 학교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이들이 선교적 자립을 이루도록 돕기 위한 결단이었다.

이에 순천성광교회는 올해 SKGCLA가 자립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 지난 5월 23일 김동운 목사와 당회원, 학교 이사 등과 함께 필리핀을 방문해 필리핀장로교회 총회와 협약식을 가지고 SKGCLA를 이양했다. 필리핀장로교회 총회장과 임원 등이 참여한 협약식에서 교회 측은 모든 권한을 조건 없이 이양하되, 다만 학교의 정체성 유지와 건강한 운영, 사역에 헌신한 선교사 배려에 관한 3가지 원칙만을 제시했다.

교회 측이 제시한 원칙은 △학교명은 변경하지 말고 유지할 것 △학교의 부지 및 건물을 유지하되 매각하려고 할 경우 반드시 순천성광교회와 협의할 것 △현재 학교를 맡아 섬기고 있는 한인 선교사의 은퇴를 보장할 것 등이다.

김동운 목사는 "앞으로 SKGCLA가 이 필리핀 땅에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복음의 일꾼들을 키우는 거룩한 학교로 더욱 아름답게 잘 세워져 가길 바란다"며 "이번 이양이 선교하는 교회와 선교지 간 아름다운 선교적 동행의 좋은 선례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순천성광교회의 이번 필리핀 방문에는 과거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했던 목사 15명도 초청돼 동행했다. 전국 각지에서 목회에 헌신하고 있는 이들에게 선교적 도전을 심어주는 한편, 그간의 수고를 격려하는 마음으로 비용 일체를 부담해 쉼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들은 SKGCLA의 종업식 및 졸업식에 참여해 선교 현장을 돌아보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신앙을 이어가는 이들을 보며 자신의 믿음과 소명을 재점검 했다.

이번 동행은 선배 목사와 후배 목사가 같은 하나님 나라의 동역자로서 건강하고 성숙한 관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차원에서 준비됐다. 한 교회에 시무하는 동안 담임목사와 부교역자는 오랜 시간 함께하지만 그만큼 가까운 관계로 발전하기는 어렵고, 교회를 떠나고 나면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건강한 동역 관계를 만들어가고자 기획됐다. 동행한 목회자들은 일정 중 김동운 목사와 목회 이야기, 고민을 함께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을 가지며 멘토링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 목사는 "순천성광교회에서 부교역자로 헌신했던 후배 목회자들이 담임목회나 다른 사역지에 가서도 힘 있게 사역할 수 있도록 전 담임 목회자로서 조그마한 보탬이라도 되어주고 싶었다"며 "이러한 아름다운 동행이 좋은 선례가 되어 한국교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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