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성폭력 제로 존' 되길

[ 독자투고 ] 총회 성인지 향상 및 성폭력 예방 강사 양성 워크숍 참가기

강성문 목사
2019년 01월 28일(월) 16:06
강성문 목사(대구 성빈교회)
작년부터 시작된 미투(#Metoo)운동은 한국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연예계, 문화계, 법조계 등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체육계에 이르기까지 지금도 한국 사회를 계속해서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미투 운동이 시작되고 사회 전반에서 들불처럼 번져 나가는 것을 보면서 목회하는 목사로 은연 중에 불안해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교계는 과연 청정지역일까?' 그러던 중 인천의 모교회에서 미투가 발생했다. '그루밍 성폭력'이라는 것이었다. 무슨 말인지 개념조차 잡히지 않았다. 기사를 읽고 보니 이 사건은 가장 교회다운(?) 사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개념조차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야 할까?' 하는 생각과 함께 어디선가 문제가 발생하면 목회자로 부끄러워하면서도 '나는 아니야. 내가 뭘 할 수 있어? 나라도 깨끗해야지!'라는 식의 해결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에 총회로부터 공문을 받게 되었다. 성인지 향상 및 성폭력 예방 강사 양성 워크숍이었다. 이 제목을 보고도 나는 또 한 번 내가 무지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성인지 향상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참석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 신청하고 참가하게 되었다.

워크숍은 말 그대로 워크숍이었다. 조금은 쉽게 생각했던 내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2일간에 걸친 워크숍은 철저한 시간 관리와 함께 빈틈없이 진행되었다. 각각의 강의는 나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한 테마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에 따른 조별 토론은 그 강의를 체화시키기에 적절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강사의 다양함도 이번 워크숍을 알차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다. 현장에서 직접 상담 사역을 하고 계시는 목사님들과 신학대학에서 오신 교수님들은 실제와 이론 양면을 같이 볼 수 있게 하는 훌륭한 조합이었고 변호사와 함께하는 시간에는 참가자들 모두가 많은 질의와 함께 실제 한국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고 또 어떤 문제들이 현재 해결 과제로 남아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워크숍의 풍성함은 영화 감상 후 이어지는 토론에서도 드러났다. 영화 '로마서 8:37'을 워크숍 참석 전 미리 숙제로 보고 온 참가자들은 주요 부분을 다시 보면서 영상매체가 주는 특유의 강렬함으로 인해 더욱 열띤 토론을 이어갈 수 있었다.

특별히 이번 워크숍에서 무엇보다 예방교육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교회 내에서도 의도치 않게 성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성폭력은 한 사람의 인격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피해자의 삶이 정상으로 회복되기에 상상을 초월하는 오랜 시간이 흘러야 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이 한 번의 사건으로 그 교회 공동체가 무너져 회복하기 힘든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김은혜 교수님의 '교회는 성폭력 제로 존(Zero Zone)이 되어야 한다'는 말에 100% 공감하면서 목회 아젠다에 이러한 예방 교육이 필수요소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 교단 총회에서 이런 성폭력에 관한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전면에 드러내고 예방을 위한 노력을 공식적으로 시작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럽고 고무적인 일이라고 여긴다. 좀더 다양한 대상으로 한 교육이 확대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또 교회 내 성폭력 피해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좀더 구체적인 방법과 제도정비도 필요하다.

사회는 성폭력 피해에 대해 제도를 갖췄고 피해자 지원시스템도 발 빠르게 구축했다. 총회와 노회도 관심을 갖고 좀 더 조속히 구축하면 좋을 것 같다. 교회 내에서 이단주의 캠페인처럼 '성폭력 예방'에 대한 캠페인과 함께 슬로건, 포스터, 소책자 등을 제작해서 배포하면서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도 실질적인 예방책이 될 듯하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공동체로 정결하고 거룩한 모습이 되어야 한다. 그 모습은 세상을 향한 빛이요 소금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교회가 이런 '성폭력 제로 존'이 되어 세상을 향해 빛으로 드러나고 교회의 예방교육, 피해수습 등이 한국 사회의 모델이 되어 사회를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도구가 돼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기를 소망한다.

강성문 목사 (대구 성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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