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국가들, 종교적 대립보다 실익 선택"

이스라엘-UAE 외교 정상화, 선교에도 긍정적 영향 기대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20년 08월 19일(수) 17:21
예루살렘 성전산의 황금돔을 바라보는 유대인들.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모두가 이곳을 성지로 여기고 있다. /사진 이강근 목사
지난 13일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가 미국의 중재로 외교를 정상화하면서 중동 선교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슬람 국가와 외교를 수립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1979년 이집트, 1994년 요르단에 이어 26년만에 이뤄진 이번 수교는 페르시아만을 중심으로 미국, 이스라엘을 견제하며 결속했던 이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 등 범이슬람권의 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현지 유대학연구소장 이강근 목사는 "더 많은 이슬람 국가가 이제는 소득 없는 대립보다 실익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오일 시대의 종말을 준비해야 하는 수니파 이슬람 국가가 갈등 관계인 시아파 이슬람 국가 대신 경제력과 기술력을 갖춘 이스라엘을 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의 외교 정상화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자유로운 왕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이슬람 국가에서 활동이 어렵던 이스라엘 사람들은 중동 최대의 무역 허브인 UAE를 통해 더 많은 나라와 교류할 수 있게 됐고, UAE는 이스라엘의 요르단 서안 합병에 제동을 거는 동시에 메카, 메디나에 이어 이슬람의 3대 성지인 예루살렘 방문의 통로 역할을 하게 됐다. 팔레스타인 무슬림이 예루살렘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던 까다로운 절차에도 곧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히브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이 목사는 '실익을 위해 종교적, 민족적 적대심까지 내려놓는 것'이 현재 중동의 분위기임을 강조하며, 이번 이스라엘과 UAE의 선언에도 시아파 본산인 이란을 제외하곤 강한 반감을 드러내는 국가가 없는 것을 증거로 꼽았다.

한편, 종교 간 반목으로 전쟁과 테러를 일삼던 중동의 변화는 선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배타적 이슬람 국가라도 종교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와 수교를 맺게 되면, 타종교와 포교에 대한 허용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는 게 이강근 목사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여성 인권이나 사회 개혁 등 여러 분야에서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 목사는 "표면적인 변화는 빠르게 나타나겠지만 오랜 동안 유지된 전통이 바뀌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한국교회가 중동의 변화를 위해 기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여러 종교가 갈등 속에 공존해 온 중동 지역은 타종교에 대해 지켜야 할 선이 분명한 편"이라며, 문화적 차이를 감안하지 않은 접근으로 갈등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차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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