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평화의 소녀상 마주보고 반성해라"

일본,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 요구
독일 시민단체와 세계교회 연대 통해 철거 막아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0년 10월 25일(일) 19:05
독일 미테구 거리에 설치된 소녀상.
 "독일 베를린 미테구청이 일본 정부의 압력에 못 이겨 지난 9월 28일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한지 1주일 만인 지난 7일 철거하라고 통보 했습니다. 하지만 1주일간 전 세계 국민들이 힘을 모아 이에 대응했으며 현재 철거 명령이 보류된 상태입니다."

지난 21일 열린 1462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주도했던 독일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는 "미테구청이 '평화의 소녀상' 해체 시한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미테구청은 지난 7일 코리아협의회에 14일까지 '평화의 소녀상'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 집행 및 비용 청구를 하겠다고 통보했다. 미테구는 평화의 소녀상이 국제적인 전쟁 피해 여성 인권의 문제라는 점을 인정해 지난해 설치를 허가했지만 '미테 지역에 설치된 소녀상이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을 조장하고 위안부 문제에 대해 미테 지역이 일본에 반대하는 입장을 준다'는 것과 '공공장소가 이슈의 도구화가 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등의 이유로 철거를 요구했다.

이에 각계 각층에서는 '평화의 소녀상' 철거가 부적절하다며 반발했다. 코리아협의회는 법원에 베를린 소녀상 철거 명령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으며, 베를린 시민 300여 명은 소녀상 철거 명령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 행진을 펼쳤고 녹색당과 사민당, 좌파당에서도 비판에 나섰다.

한국과 독일교회도 연대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이홍정) 여성위원회(위원장:민숙희)는 지난 13일 독일개신교교회협의회(EKD) 에큐메니칼 총괄 페트라 보세 후버 감독(Petra Bosse-Huber)에게 "EKD가 평화의 소녀상 설치 유지를 위해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NCCK가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

민숙희 위원장은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한국에 설치된 것과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일본이 한국을 비롯한 식민지 여성들을 강제 성노예로 삼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투쟁을 상징한다"면서 "소녀상이 과거를 기억하고 화해의 길을 여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소녀상'이 보호 될 수 있도록 연대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페트라 보세 후버 감독은 마이클 뮐러 베를린시장과 슈테판 폰 다쎌 미테구청장에게 "이 소녀상은 수많은 인권침해와 더불어 이런 불의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반복되지 않아야 함을 내포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EKD가 소녀상 보존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서신을 보냈다.

세계교회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연대는 미테구의 입장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미테구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코리아협의회와 일본 측의 이익을 공정하게 다룰 수 있는 절충안을 마련하고 싶다"면서 "법원의 판단이 있을 때까지 소녀상 철거를 보류하겠다"고 한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이번 미테구청의 소녀상 철거 통보에는 일본 정부의 조직적인 로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지난 1일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 영상통화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거론한 뒤 일본 정부 입장과 어긋나는 것이며, 철거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6일 일본 외무성 기자회견에서도 "동서 분열에서 하나의 베를린이 태어났으며 이런 공존의 도시 베를린에 평화의 소녀상이 놓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발언했으며 가토 사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다양한 관계자와 접촉하고 계속해서 소녀상 철거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직접 밝혔다.

사실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일본군성노예제 역사를 부정하고, 이미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식의 조직적 로비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정의연대는 "일본 정부는 일본군성노예제 역사를 지우는 데 집착적으로 국고를 지출하고 있다"면서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증언, 미국하원결의안 발의 및 채택, 글렌데일 평화의 소녀상 설립, 관련 전시회 개최 등 일본군위안부 문제 이슈마다 대응하며 대미로비를 위한 법률회사, 홍보 회사 계약금으로만 최소 천백만달러(약 130억원)를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의연대가 공개한 '평화의 소녀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건립 방해 활동'에 따르면 2013년 7월 미국 글렌데일시에 소녀상이 건립됐을 당시부터 미국 디트로이트 소녀상, 독일 '네팔 - 히말라야 파빌리용 공원' 소녀상 등 해외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될 때마다 일본 국우단체와 일본총영사, 일본기업인들의 적극적인 로비로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 건립 후에도 철거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이에 지난 7일 정의연대는 "일본정부는 패전 후 남북의 분열과 갈등 구조 속에서 전쟁범죄와 제국주의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부당한 경제적 이득을 취한 만큼 베를린에 설립된 평화의 소녀상의 의미를 마주보아야 할 것"이라면서 "일본 정부와 우익단체의 공격에 꺾이지 않고 세계 시민들과 국내외 연대단체들과 함께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방해하는 시도들을 기록하고 역사적 진실과 정의를 위한 목소리를 알려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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