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가치 귀히 여기는 교회 풍토 만들어지길"

[ 인터뷰 ] 페이스북 '일하는 목회자들' 그룹 운영하는 박종현 목사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0년 11월 01일(일) 23:58
페이스북 '일하는 목회자들' 그룹에서 택배 물류 하차 작업을 하고 그 소회를 쓴 한 이중직 목회자의 글.
박종현 목사(전도사닷컴 편집장)
최근 목회자들 사이에서도 주중에는 목회가 아닌 일반 직업군에서 일을 하는 이중직 목회자들이 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중직 목회자들은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과 온라인 상에서 함께 모여 정보와 마음을 나누기도 한다. 이중직 목회자들의 대표적인 온라인 커뮤니티인 페이스북의 '일하는 목회자들' 그룹에는 7700명의 회원들이 등록돼 있다. 이들이 모두 목회자는 아니지만 운영자인 박종현 목사(함께심는교회·전도사닷컴 편집장)에 따르면 매년 꾸준히 회원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일하는 목회자들' 그룹은 박 목사가 이중직 목회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려고 만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보는 물론 목회자들의 마음까지 나누는 온라인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박 목사는 "일하는 목회자들은 거의 모두 정체성에 관한 고민이 있고, 교단 안에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아 마음을 나누는 공간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며 "서로를 격려하기도 하고, 자신들이 판매하는 물건을 홍보하거나 자신의 물건을 무료로 나누는 등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고 밝혔다.

'일하는 목회자들' 그룹 회원들의 직업은 다양하다. 예전에는 목회자들의 직업이 자영업이나 자신의 시간을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몇몇 직종에 불과했었는데 지금은 직종의 제한이 없다고 할 정도로 비정규직과 정규직 가리지 않고 다양한 직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박 목사는 "회원 목회자들은 일반 사무직 보다는 몸을 직접 쓰는 노동 관련 직업을 가진 이들이 많다"며 "주말에 목회를 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강도가 심하지 않은 직종을 원하지만 구미에 맞는 좋은 일자리 찾는 것은 이들에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회원 중에는 최근 잇따른 과로사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택배 노동자들도 여럿 있다고 한다. 주로 새벽배송이나 자신의 시간이 여유 있을 때 회사와 단기계약을 맺고 배송을 하는 형태가 가장 많다고 한다.

그는 "동강도가 센 편에 비해 버는 돈이 많지 않기 때문에 택배 일을 하는 목회자들은 그 근무 기간이 짧고, 또 점점 줄어드는 추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잇따른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에 대해 박 목사는 "한국사회가 세계에서 인정받는 국제적인 위치에 비해 노동의 가치가 평가절하되어 있는 것 같다"며 "우리 사회에서는 노동을 귀하게 여기지 않으니 노동자도 귀하게 여기지 않고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교회가 노동을 귀하게 여기면 노동을 하는 이도 귀하게 되고, 노동을 귀하고 거룩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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