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환채, 사랑의 묘약?

[ 성지의식물 ]

이강근 소장
2021년 01월 22일(금) 10:40
지중해 연안에 널리 서식하는 다년생 식물인 합환채.
1월의 성지 산야에 합환채가 자라나고 있다. 합환채는 지중해 연안지방에 널리 서식하는 다년생 식물로 보통 3년이면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고 수명은 10년 정도다. 합환채의 모습은 배추같으나 가운데 부분에 종 모양의 보라색 꽃이 10여 개 피어난다. 1월경에 꽃이 피고, 3월에 방울토마토 만한 열매가 맺히고, 5~6월경에 노르스름하게 열매가 익어 떨어진다.

동서양에 인류가 발견한 가장 유명한 약용식물 두 가지가 있다. 하나가 동양의 양귀비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서양의 합환채다. 고대로부터 합환채는 성적인 흥분제와 임신촉진하는 신비한 효능이 있다고 믿었고, 의학계에서는 마취제와 진정제로 사용됐다. 이는 현대의 의학연구에서 그 성분이 밝혀졌다. 그러나 소량으로 적당히 쓰면 약이 되지만 과다하면 위험하다.

합환채가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창세기의 라헬과 레아의 합환채 이야기를 통해서다.

"밀 거둘 때 르우벤이 나가서 들에서 합환채를 얻어 그의 어머니 레아에게 드렸더니 라헬이 레아에게 이르되 언니의 아들의 합환채를 청구하노라(창세기 30:14)"

라헬은 분명 언니 레아에게서 임신을 목적으로 야곱과의 잠자리를 양보하며 합환채를 요구하였다. 라헬의 의도는 합환채가 임신을 촉진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정말 그럴까? 그렇지 않다. 히브리대 의학팀이 분석한 결과 약간의 호르몬성분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먹기만 하면 임신하는 특효약은 아니다.

성경의 이야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라헬보다도 합환채를 양보한 레아가 먼저 자녀를 줄줄이 낳는다(잇사갈, 납달리, 디나, 창 30:17~21). 합환채를 받은 라헬은 오히려 3년이나 지나서 요셉을 낳았다. 라헬의 임신은 합환채의 효능 보다 오히려 하나님이 라헬을 생각하셔서 그의 소원을 들으시고 태를 여셨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라헬을 생각하신지라 하나님이 그의 소원을 들으시고 그의 태를 여셨으므로(창 30:22)"

합환채는 약초 효능 외에도 그 뿌리의 생김새가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어서 주술적인 전승이 더해졌다. 남녀가 부둥켜 않은 듯한 이미지다. 사랑을 뜻한다. 서양에서는 고대로부터 합환채가 성욕을 증진시킨다고 믿었는데 그 흔적을 아가서에 있다. 솔로몬이 슐람미 여인과의 사랑을 노래하며 합환채의 향을 토해낸다는 것에서 솔로몬이 최음제로 합환채를 먹었으리라는 추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솔로몬의 후궁이 1000명이나 거느린 그 정력이 합환채가 아니겠냐는 것이다.

여기에 합환채를 뽑을 때 나는 사람의 비명소리에 뿌리를 뽑던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미신이다. 그래서 뿌리 주변을 파내고는 개에게 묶어 도망가는 개의 힘으로 뿌리를 뽑게 하였다. 뿌리뽑을 때 괴음으로 죽는 다는 얘기는 유대역사가 요세푸스의 기록이다. 그러나 요즘도 가끔 합환채를 캐가는 분들이 있는데 무사하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아침 합환채에 물을 주는데 작은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겨울 가뭄 탓에 물이 스며들어가며 까악까악하는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닌가. 요즘 합환채 글을 쓰며 너무 집중한 탓인지 네겐 비명소리처럼 들렸다.

몇 년 전 예루살렘에 체류하던 한 권사님이 야외 예배에서 근대를 발견했다며 국거리하면 어떠냐고 하길래 가봤더니 합환채다. 마치 모습이 배추와 근대 비슷한 것이다. 작년에는 한 장로님이 합환채 한 뿌리를 캐가셨다. 며칠 후에 응급실에 실려갔었다고 한다. 호기심에 합환채 뿌리를 먹어봤는데 얼굴에 마비가 오고 구토가 나서 결국 앰블란스에 실려갔단다. 맛이 끝내준다. 이거 먹고 천국가는 줄 알았다며 농담을 한다.

합환채는 12월이면 벌써 성지 산야에서 볼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쉐펠라지역의 라기스에서 볼 수 있고, 순례 중 갈멜산 수도원 동산에 한 두 그루가 있다. 그리고 또 한 군데 볼 수 있는 곳이 예루살렘 피스갓제브의 나할지므리 계곡이다. 필자가 매일 물을 주며 열매까지 볼 마음으로 살피고 있는 중이다.

합환채 영상 : https://youtu.be/LU1cDpJiDnU

이강근 목사 / 이스라엘 유대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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