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감염병 극복에 가장 기여한 공동체 돼야"

[ 인터뷰 ] 마다가스카르의 코로나19 방역 돕는 이재훈 선교사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21년 02월 11일(목) 08:09
마다가스카르의 코로나19 방역을 돕고 있는 이재훈 의료선교사.
이어지는 집단감염으로 종교시설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1년 간 열심히 노력했는데 이렇게 참담한 성적표를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본보는 마다가스카르에서 국가 방역을 돕고 있는 이재훈 선교사의 의견을 청취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그는 현지 정부의 요청을 받아 2곳의 진단실험실을 개소하고 10대의 구급차를 지원하는 등 코로나19 대응에 중추적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마다가스카르의 슈바이처'로 불리며 각계의 주목을 받는 그는 2006년부터 오지를 찾아다닌 총회 파송 의료선교사로, 2018년엔 대한민국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했다.

"한국교회가 받는 비난은 억울한 면이 있습니다. 무슨 나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해오던 대로 예배를 드린 것 뿐이니까요. 하지만 교회가 '믿음의 실천인 이웃 사랑 대신 예배라는 형식을 택한 곳'으로 인식되는 현상은 문제입니다."

현 상황의 해법을 묻는 질문에 그는 안식일에 병자를 고친 예수님의 행적을 예로 들었다. "저는 '안식일에 무슨 일을 하는 것이 옳겠느냐? 선한 일이냐 악한 일이냐? 생명을 구하는 일이냐 죽이는 일이냐?(막 3:4)'라는 말씀이 중요한 지침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식일의 주인이신 예수님은 '형식을 지키기 위해 아무 일도 안하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이웃의 생명을 살리는 안식일이 돼야 함'을 가르치셨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정부지침에 따르는 소극적인 모습이 아니라 이웃을 위해 더 강한 기준을 적용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상당 기간 코로나19 대유행이 계속될 것을 감안해 몇 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아마도 정부는 계속 교회들에 대면예배 축소를 요구하며, 곧이어 백신 접종에 대한 협조도 구할 것입니다. 이와함께 격리시설 제공을 의뢰하거나 정부 지원을 못 받는 사람들을 위한 도움이나 봉사를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교회는 이 모든 일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한국에서 코로나19 극복에 가장 기여한 공동체'가 돼야 합니다."

2006년부터 마다가스카르에서 사역중인 외과전문의 이재훈 선교사(좌)와 임상심리사 박재연 선교사 부부.


이 선교사가 사역 중인 마다가스카르도 현재 9개월째 대면예배를 못 드리고 있다. 그는 향후 선교 방식이 상당부분 개인화, 온라인화, 소규모화 될 것으로 전망하며, "삶의 현장에서 교회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평신도 지도자 양성에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구호, 의료, 교육에 대한 선교지의 요청이 급증한 만큼 전문기관과의 협력이나 전문인사역자 양성이 중요해 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함께 대부분의 열악한 선교지가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며, 한국교회가 이 일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마다가스카르의 코로나19 방역이 한 사람의 선교사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현지 교민들, 한국대사관, 후원교회들의 협력으로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변종 바이러스가 확산되자 마다가스카르 정부는 이 선교사에게 한국 질병관리청과 다리를 놓아달라는 요청도 했다. 양국이 협력하면 한국은 많은 변종 바이러스 정보를 확보해 조기에 대안을 마련할 수 있고, 마다가스카르는 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 이 선교사의 판단이다.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을 위해 헌신한지 벌써 16년. 그는 요즘 가장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의료선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인력과 재원은 항상 부족하다. 그는 "의료선교 역시 후배 선교사들을 통해 계속될 수 있도록 교단적인 전략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코이카나 사회 NGO의 지원을 받으면 종교색을 드러내지 못해 선교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복수의 한국교회가 뜻을 모아 한 사람의 의료선교사를 후원하는 시스템이 정착되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차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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