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시대정신: 바이러스에게 배운다

[ 논설위원칼럼 ]

박용범 교수
2021년 02월 24일(수) 11:28
코로나 19 사태로 인하여 인류 문명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에 직면해 있고, 여기에서 생존하기 위해 전 세계가 초유의 다양한 대책을 시도하는 중이다. 그런데 비교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방법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인의 본성과 욕망을 거스르는 것들인데, 예를 들면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는 인간의 사회성에 반하고, 마스크와 지속적인 소독은 접촉을 통한 교제의 욕구에 반하며, 집합금지와 이동제한은 여행과 새로운 세계를 향한 호기심과는 반대되는 규제들이다. 이는 그동안 인류가 너무나도 지나치게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기에 급급해서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다른 세상을 돌아보라는 경종이 아닐까?

# "인간 경제 발전의 숨겨진 값비싼 비용"

UCL의 생태학 교수인 케이트 존스의 연구에 의하면 1960년부터 2004년 사이에 새롭게 나타난 질병의 적어도 60%는 인간이 아닌 동물에서부터 온 것으로 이는 세계의 보건, 안보 및 경제에 매우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이러한 동물유래 질병들이 인간의 활동에 의한 기후와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와 더욱 밀접하게 연관되어 왔다고 존스는 말하는데, 벌목, 채굴, 외진 곳을 관통하는 도로 건설, 급속한 도시화와 인구 증가로 인해 원시 그대로의 숲과 동물 서식지가 붕괴되면서 사람들은 이전에는 결코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을 생물종들과 더 가까이 접촉하게 되어, 결국 야생동물에서 인간으로 질병이 전염되는 것은 이제 "인간 경제 발전의 숨겨진 값비싼 비용"이라고 경고한다.

201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폴라드의 올가 토카르추크의 소설인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에서 작가는 불합리한 시스템과 지배의 폭력성에 실망하고 좌절하며 분노하는 주인공 두셰이코를 통해 이러한 동물의 복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는 "땅을 디딤으로써 우리 몸과 땅을 접촉시키는 바로 그 지점에 모든 비밀이 깃들어 있다"면서, 동물의 권리를 인정하는 건 죄악이라며 사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가톨릭 교회, 권위주의와 각종 비리가 팽배한 지방 경찰서, 모피를 암거래하기 위해 불법으로 여우를 기르는 농장의 모습을 고발한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어쩌면 거대한 무덤일지 모른다며 죽은 이들의 뼈가 묻혀 있는 대지에 두 발을 딛고서 선조들이 남긴 흔적들을 발굴하고 해독하며 대를 이어가는 중에 생명을 해치는 불의에 항거하는 신성한 분노에 눈을 뜨는 주인공에 자신의 생태중심적 가치관을 투영한다.

이러한 분노는 우리를 자아보다는 공동체가 우선되고 폭력과 분열보다는 자기희생과 포용을 강조하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으로 인도한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는 아가페 사랑을 설명하면서 모든 생명이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세계라는 집'에서 '사랑의 공동체'의 회복을 꿈꾼다. 그는 '버밍햄 형무소에서의 편지'에서 "어느 한 곳에서의 부정의는 모든 곳에서의 정의를 위협한다. 우리는 피할 수 없는 상호관계성에 놓여 있으며 단일한 운명체로 묶여 있다. 한 가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무엇이든 모두에게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창조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존재들의 상호의존성을 강조하는 정신으로 1960년대 미국의 시민 운동을 주도했다.

# 바이러스의 … 생존원리 비움, 절제

현재 인류가 코비드 19로 인해 극심한 공포와 혼란 가운데 놓여 있지만, 우리가 바이러스에 대한 관점을 조금 다르게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다름 아닌 바이러스도 하나님의 피조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님의 섭리 안에 놓여 있는 어떤 존재도 무가치하거나 무의미한 것은 없다. 지구상에서 가장 작고 단순한 구조를 지닌 바이러스이지만 그의 단순함, 비움, 절제, 그리고 멈춤을 역설적으로 인류가 배울 필요가 있다.

유전자와 단백질로만 이루어진 지극히 단순한 바이러스의 구조는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인해 편리와 풍요에 중독되어 이전보다 더 복잡하고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살아가는 인류에게 단순한 삶의 가치를, 심지어 세포의 필수적인 에너지 대사물질인 ATP까지 포기할 정도로 철저한 비움의 생태를 지닌 바이러스를 통해 끊임없는 자기 비움과 낮아짐을, 그리고 필수적인 증식을 위한 것이 아니면 마치 무생물처럼 모든 생리 대사를 멈추고 극단적인 절제를 유지하는 바이러스의 생존 원리는 오늘날 대량소비와 속도를 미덕으로 여기는 인류의 탐욕적인 삶의 문화에 멈춤의 새로운 시대정신을 교훈으로 준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시며 그들을 복이 있는 존재라고 하신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며,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의 비상사태를 맞이하여 교회와 신학의 최우선 과제가 무엇인지 각성해야 할 때이다.

박용범 교수 / 호남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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