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2만명 시대 ... 무임목사 눈물도 늘어나

목사 2만명 시대 ... 무임목사 눈물도 늘어나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9년 12월 24일(화) 14:28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이불 공장에서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쉬지 않고 선물용 베개와 이불을 포장했습니다." A목사는 점심시간 1시간 외에 단 한번도 쉬지 않고 포장작업을 한 결과 일당으로 55,000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A목사는 무임목사다. 복음을 나누는 데 매진하고 싶어 신학교를 졸업하고 안수를 받았지만, 사역지가 없다 보니 당장 생계 문제가 피부로 다가왔다. "월세 50만원, 통신료, 각종 공과금을 내려면 기본으로 70~80만원 정도가 필요한데…" A목사는 1년 넘게 청빙광고를 보며 이력서를 냈지만, 그토록 원하는 전임사역의 기회는 쉽사리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맘편히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없는 처지다. 여러 교회에서 파트타임으로 사역한 경력 때문에 교인들이 자신을 알아볼 것 같아 공공장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꺼려진다. A목사는 "나이가 들수록 과연 목회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불안한 마음을 비쳤다.

B목사는 새로 부임한 교회에서 몇 달도 안되어 사임하면서 무임목사가 됐다. 자신이 부임하기 이전에 불붙은 교회 분란사태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회지를 계속 찾고 있지만, 언제 다시 사역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 대학생 자녀들을 둔 B목사는 궁여지책으로 택시운전을 시작했다. 운전대를 잡고는 있지만 B목사는 하루 빨리 목회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세상에 빛된 복음을 전하고 싶은 열정을 품고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은 목회자들이 사역지를 찾지 못해 발이 묶였다. 사역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는 고통은 물론, 당장 생계가 막막한 현실이 무임목사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통계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1694명이 무임목사인 것으로 집계됐다. 교세감소 현상과 맞물려 앞으로 무임목사 증가속도는 더 가파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 목회자의 경우 '무임목사'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한 여성 목회자는 "교회에서 여 목사에게 전임을 맡기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며 "남성의 경우 전임으로 사역하는 부목사가 10명이 넘는 대형교회에서조차 여성 전임 목사는 한 명도 두지 않고 있다"고 여성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는 성 차별 문화가 만연함을 지적했다. 지난 9월 104회 총회에 보고된 통계를 살펴보면, 2336명의 여성 목회자 중 458명만이 담임목사로 사역 중인 것으로 나타나 담임목회의 비율이 19.6%에 그쳤다. 이마저도 위임목사는 36명이었고, 담임목사가 422명에 달했다. 무임목사 수는 298명으로 여성 목사의 12.8%가 무임목사로 집계됐다. 이렇다 보니 여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중대형교회부터라도 여교역자 할당제를 시행하고 총회가 점진적으로 교회가 여교역자를 전임 사역자로 청빙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목사 2만명 시대, 남여를 불문하고 교단 교세 감소와 맞물려 무임목사 증가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2018년 말 통계로 보면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교단 목사 2만 506명 중 무임목사는 169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의 8.3%에 달하는 수치로 2001년 622명과 비교해 볼 때 세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이다. 총회와 한국교회는 무임목사들이 '사회적 약자'로 내몰리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이들이 뜻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강구해야 할 때이다.


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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