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세상 ]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20년 01월 01일(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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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교회는 교패가 없습니다. 5~6가정에게 교패를 나누기 위해 기본 100개 단위로 제작되는 교패를 제작하기 부담스러운거죠." 진영훈 목사는 작은 교회를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교패를 제작해 나누기 시작했다. 매년 2차례, 포맥스 재질로 된 플라스틱 교패를 제작해 무료로 나눈다.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으로 '교패를 원하는 교회의 신청을 받는다'는 글을 올리기가 무섭게 전국에서 요청 댓글이 쇄도해 2~3일만에 신청이 마감되곤 한다. 2010년부터 자립대상교회, 개척교회, 농어촌교회에 교패를 나누기 시작해 어느 새 10번째 나눔이다. 지금까지 총 300여 개 '작은 교회'가 자기만의 교패를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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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디자인이 없는 화사한 교패는 진영훈 목사가 직접 디자인한다.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해 매번 50여 개 교패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인다. "교회 이름에서 받은 영감에 따라 교패를 디자인합니다." 시안이 완성되면 교회의 반응을 살펴, 원하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수정해 완성한다. 교회명을 개성있게 표현할 수 있는 캘리그라피 로고를 의뢰해 교패에 반영하기도 한다. 작은 교회를 향해 나눔을 실천하게 된 이유에 대해 진 목사는 "나 또한 개척교회 목회자였다"고 답했다. 작은 교회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잘 알고 있기에 하나라도 더 나누고 싶은 마음을 항상 갖고 있다고. 진 목사는 개척교회나 자립대상교회가 필요한 것이 물질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도움을 주는 교회는 도움을 받는 교회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직접 물어봐야 합니다." 물질적 지원을 뛰어넘어 각 교회가 처한 상황에 따라 목회적 돌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진 목사는 "제가 개척교회에서 사역할 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목회의 방향에 대한 질문에 답해줄 수 있는 목회자였습니다." 진 목사는 개척교회 목회자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으며, 그럴 때마다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상대가 간절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삼일교회는 교인들을 작은 교회로 파송하고 있다. 반경 1시간 이내 개척교회에 교인들을 선교사로 파송해 섬기도록 한다. 교인들은 개척교회에서 차량운행, 찬양인도, 교사로 봉사하며 개척교회의 필요를 채운다. 개척교회에서 사역하던 시절 진 목사는 또 다른 아쉬움이 있었다. 전도를 하고 싶은데 전도지 제작이 요원했던 것이다. "총회나 노회에서 전도지나 전도용품만이라도 지원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진 목사는 앞으로 작은 교회를 위한 전도지를 제작해 무료로 공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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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교회 카렌다를 제작하면서, 가까이 있는 작은 이웃교회 카렌다도 함께 만들어주시면 어떨까요?" 진영훈 목사는 삼일교회가 진행하고 있는 교패 나눔, 카렌다 나눔, 말씀 액자 나눔이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앞으로 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를 꾸려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하는 진 목사에게 한국교회에 만연한 '개교회주의'는 다른 나라 말인 것 같다. "찬양사역자들 모아 작은 교회에 보내드리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고, 문화공연 기회도 제공해드리고 싶습니다." 내 교회가 아닌 다른 교회를 위해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진영훈 목사의 말을 듣다 보니 한국교회 앞날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비추는 듯 하다.
이경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