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문제, 교회가 공적 역할 해야

부동산 문제, 교회가 공적 역할 해야

[ 2월특집 ] 부동산, 욕망과 윤리 사이에 선 기독교인
(2)부동산 문제, 기독교인의 올바른 시각은?

이근복 목사
2020년 02월 12일(수) 00:00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2017년에 조사한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는 의미있는 표지를 제공하였다. "한국교회가 더욱 신뢰받기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회적 활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서 1위는 '윤리와 도덕실천운동'으로 45.3%이다. 더 들어가 보면 기독교인은 37.7%인 반면에 비기독교인은 47.2%로서, 2009년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라고 하니, 교회가 봉사와 구제활동을 넘어서 윤리도덕운동으로 사회변화를 도모하길 바라는 것이다. 이 기대에 교회가 부응하여 핵심 사회문제인 부동산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작년 12월 16일, 정부는 고강도 부동산대책을 내놓았지만 이 대책이 성공하리라고 믿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것은 부동산불패신화가 여전한 까닭이다. 스스럼없이 건물주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대학생들이 많고, 심지어 치과의사도 건물주가 인생목표라는 발언을 들으며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 말을 실감한다. 초등학생들이 서슴없이 가난한 친구들을 '월거지'(월세 사는 거지), '빌거'(빌라 거지), '휴거'(대한주택공사의 임대아파트 브랜드인 '휴먼시아'에 사는 거지)라는 은어로 혐오한단다.

부동산문제가 사회를 병들게 하지만 해결이 어려운 것은 부동산이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작동하는 지점인 까닭이다. 서민들은 부동산이 확실한 재산증식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사회보장이 허술한 현실에서 노후를 대비하고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갈 후손에게 남길 수 있는 것에 부동산만한 것이 없다고 본다. 그래서 대학교가 기숙사를 지으려고 하면 대학가 근처의 건물주들이 집단반대시위를 하고, 장애학생 특수학교나 탈북학생 학교를 건축하려는데 집값이 떨어진다고 주민들이 결사반대한다. 성공회대 김찬호 교수는 저서 '돈의 인문학'에서 "돈은 물질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미디어다"라고 하며, 돈이 인간을 움직이고 굴복시키는 권력이라고 했다. 부동산이 권력인 돈을 만드는 확실한 방안이라는 생각이 만연하고, 또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지 못하고, 고액과외 등 불공정한 교육관행으로 인하여 여분의 재정이 필요한 까닭에 부동산 투기는 근절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부동산문제는 법이나 대책으로는 한계가 많고, 사회정책적인 대책을 넘어 정신심리적인 접근이 요청된다는 점에서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부동산문제는 기독신앙과 교회 공공성이 발현되어야 할 선교영역이다. 그런데 교회는 출세하고 성공한 교인만을 공개하고, 교인들은 복에 대한 설교를 자주 듣는 까닭에 부목사가 아닌 담임목사의 심방을 받고자 한다. 영적 가난은 성경의 근본정신으로 나눔과 이웃사랑에서 확보할 수 있다. 요한복음 8장 32절의 말씀대로 진리가 자유롭게 한다면, 기독교인은 사회적 풍조에 휩쓸리지 않고 성경적인 참된 복을 추구하며, "자유란 자기 인생을 하나님의 손에 놓는 것"이라는 신학자 투르나이젠의 말로 자신을 성찰하면 좋겠다. 인자는 머리 둘 곳도 없다고 하신 예수님은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 혹 이를 미워하고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고 저를 경히 여김이라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마 6:24)"고 말씀하셨다. 오병이어 기적에 대해 요한복음에서는 자기 것을 내놓은 한 소년의 희생적 행동에 주목하고 있다. 모세는 "토지를 영구히 팔지 말 것은 토지는 다 내 것임이니라 너희는 거류민이요 동거하는 자로서 나와 함께 있느니라(레 25:23)"고 토지의 공공성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광야에서 만나는 필요할 만큼만 거두지 않으면 썩어서, 독점하지 않는 삶의 가치를 가르쳐 주었고, 예언자들은 야훼신앙의 순수성을 위해 사람의 욕망을 자극하는 풍요의 신 바알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다. 예배 중 봉헌은 우리가 돈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로 사는 존재임을 확인하는 신앙고백이다. 이 신앙고백으로 살면 물질을 소유하지만 이를 필요한 사람을 위해 과감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의 주인으로서, 제자다운 삶을 지향하게 될 것이다. 주택가격이 하락해도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부담이 커서 주거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점에서, 기독교인들이 좋은 임대인이 되면 주택구매 수요가 줄어들어 부동산 안정화에 기여한다.

그런데 개인의 믿음과 결단에만 맡기는 것은 한계가 많으니 교회와 기독교단체가 공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부흥하던 1970~80년대, 급진적이라고 매도당한 노동자·농민· 빈민들의 아픔에 공감한 민중선교가 교회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평가를 주목한다. 무엇보다 하나님 선교의 도구인 교회는, 경쟁과 효율을 내세우며 유사종교가 된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가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현상에 대해 예언자적인 안목으로 비판해야 한다. 그리고 교회가 낮은 자리로 내려가 경제민주화와 공정사회의 구현, 사회복지의 확대, 토지정의운동에 동행하고, 주거문제로 빈곤에 내몰리는 청년들을 위한 소규모의 학사를 건축하여도 교회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네 아우 소돔의 죄악은 이러하니 그와 그의 딸들에게 교만함과 음식물의 풍족함과 태평함이 있음이며 또 그가 가난하고 궁핍한 자를 도와주지 아니하며 거만하여 가증한 일을 내 앞에서 행하였음이라 그러므로 내가 보고 곧 그들을 없이 하였느니라"(겔 16:49~50) 이제 에스겔 선지자의 말씀을 겸손히 받아들여, 힘을 다하여 나누고 섬기면 고질적인 부동산문제의 해결의 길이 열리고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사회가 다가올 것이다.

이근복 목사/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 원장
부동산 욕망과 경제정의 사이에 선 기독교인     2월-부동산, 욕망과 윤리 사이의 기독교인<1> 부동산과 기독교인    |  2020.02.0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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