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전하는 장기기증의 선한영향력

세상에 전하는 장기기증의 선한영향력

[ 현장칼럼 ]

김동엽
2020년 02월 17일(월) 00:00
지난 1월 28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장기기증 신청'이라는 단어가 올랐다. 이 운동에 19년을 몸담았지만 처음 있는 일이어서 어리둥절한 마음으로 검색해 보았더니 '낭만닥터 김사부2'라는 드라마로 인해서 발생한 대사건(?)이었다.

드라마는 뇌사와 장기기증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꽤나 자세히 다루고 있었다. 아프고 약한 사람들을 돕는 일에 누구보다 열심이었던 한 구급 대원이 주취자에게 머리를 맞은 뒤 의식을 잃고 뇌사상태에 빠진다. 주치의는 대원의 홀어머니에게 힘겹게 이 사실을 전한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어머니는 누워있는 딸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는데, 이때 대원의 소지품에서 장기기증 희망등록증이 나오고 딸의 장기기증 의사를 확인한 어머니는 주치의에게 장기기증 의사를 밝힌다. 곧이어 뇌사판정위원회가 열리고, 뇌사판정을 받은 구급대원은 장기기증을 통해 많은 생명을 살리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드라마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 '무기수 장기이식인'과 '기증의사 철회'라는 극단적인 소재도 사용하지만 시청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바로 '생명의 존엄함' 이다. 장기기증이 다른 그 어떤 나눔보다 가치를 더하는 이유는 바로 생명 그 자체의 숭고함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장기기증 및 이식수술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한 생명이 다른 생명의 전해지는 과정이 장기기증은 무한히 존중되어야 기증인 유가족에 대한 배려도 잊지 말아야 함을 잘 보여주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장기기증을 위해서 수술실로 가는 길에 도열한 의료진들이 구급 대원의 마지막 가는 길을 존경과 애도로 배웅하는 장면이었다.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드라마였다.

드라마 방영 후, 다음 날 아침 한번 더 놀랐다. 밤 사이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자가 평소에 비해서 5배나 늘어난 것이었다. 실제로 본부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장기기증 희망등록 소감을 남긴 분들의 상당수가 해당 드라마를 시청하고 참여했다는 말을 해주었다. 드라마 한편이 주는 선한 영향력을 체감할 수 있었다.

사실 드라마 속에 구급대원처럼 위대한 사랑을 실천한 뇌사 장기기증인은 지난 2019년 한 해 만도 450명에 이른다. 이번 드라마는 그분들의 사랑을 한데 모아서 보여 준 것이다. 비록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현실에 기초하고 있기에 감동을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드라마에 빚을 졌지만, 앞으로 장기기증인의 위대한 사랑을 세상에 더 많이 알리는데 노력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이제 곧 사순절이 시작된다. 뒤돌아보면 한국교회는 사순절 기간 동안 생명나눔예배를 통해서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하는 성도들이 많았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묵상하고 부활의 기쁨을 누리는 이 기간에 예수님의 사랑을 본받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한편으로 시작된 선한 영향력이 사순절 지나면서 한국교회로 전파되고, 다시 장기기증의 큰 물결을 이루어 세상으로 전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동엽 실장/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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