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전세계 비상...선교사들도 위기

코로나19로 전세계 비상...선교사들도 위기

[ 코로나19, 선교사들에게 듣는 세계 각국의 상황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0년 03월 20일(금) 15:43
로마장로교회의 지난 3월 1일 예배 모습. 설교자도 성도들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 한인성 선교사
로마장로교회 앞 거리의 한산한 모습. /사진 한인성 선교사
전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초비상이 걸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9일 코로나19를 세계적인 대유행병인 '팬더믹'으로 선언했으며, 방역에 미온적이던 유럽 등 서구세계는 뒤늦게 국가적 차원의 강력한 대응책을 발표하고 나섰다. 본보는 각국의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파송 선교사들에게 현지 소식을 확인해 독자들에게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전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밀라노 거리에도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



먼저 코로나19 발생국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는 이탈리아는 온 국민이 극도의 불안 속에서 사회 전체가 멈춰버린 듯한 인상까지 주고 있다고 선교사들이 소식을 전했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19일 밤 현재 총 3400명을 넘어서면서 코로나19 최초 발생국인 중국 상황을 넘어섰다.

현재 이탈리아 내 총회 파송 선교사는 한제훈 선교사(밀라노한마음교회), 이리노 선교사(밀라노한인교회), 한인성 선교사(로마장로교회) 3가정. 한제훈 선교사는 "이탈리아인들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배척 혹은 차별을 했다는 사례를 주변에서 들은 바 없을 정도로 국민들의 매너가 좋다"며, "새벽기도회와 주일 예배 등 모임을 갖지 못해서 모든 것을 영상으로 제작 편집하여 교인들께 제공하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이리노 선교사는 "지난 2월 23일부터 롬바르디아 주 정부에서 집회금지 명령을 내려 현재까지 실시간 온라인 예배로 드리고 있다"며, "교우들이 다들 집에서 인내하면서 조심하고 있으며 매일 교회에 출근해서 교우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이 선교사 역시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제자훈련도 온라인 소통방식을 이용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인성 선교사는 "지난 3월1일 삼일절 기념예배와 사순절 첫번째 주일예배를 드린 이후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예방를 위해 4월3일까지 모든 모임을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아 교회도 문을 닫는 아픔을 경험하고 있다"며, "주일에는 주보와 설교내용을 SNS로 성도들에게 공유해 가정예배를 드리게 하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한 선교사가 시무하는 로마장로교회는 월세를 내며 임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한 선교사는 "이탈리아는 날마다 늘어나는 확진자와 사망자를 감당치 못할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으며 이 심각한 상황에서 약국과 슈퍼를 제외한 모든 상점을 폐쇄했으며 지역간의 이동은 물론 집 밖에 나갈 때도 이동 증명서를 작성하여 본인이 지참해야만 이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시스템이 잘 갖추어지지 않은 문제를 볼 때 교민들은 두려움과 불안, 공포 가운데 고국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분들로 하여금 귀국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마스크를 구입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소식을 전했다.

현재 이탈리아의 한인들은 약 4600여 명이 있지만 주 이탈리아 대사관은 현재 우리 국민 확진자는 없다고 답했다. 선교사들에 따르면 교민들은 자영업(여행사, 식당, 숙박업) 종사자들 및 가이드들이 경제활동이 끊어진 상태인지라 경제적으로 고충을 안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

프랑스의 코로나19 상황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6일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강력한 이동제한 조치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 제한조치로 시민들은 자택 체류를 해야 하며, 예외적인 상황에만 내무부 웹사이트에서 이동 목적을 증명하는 서류를 지참하고 이동하는 것이 허가된 상태다.

예외적인 이동 허용의 경우는 △원격근무가 불가능한 출퇴근 △승인된 상점에서 생필품 구입 △의료상담을 받으러 갈 경우 △긴급한 가족 용무(취약자 지원, 피부양 친지 방문, 이혼가정 자녀 부모 방문 등) △운동 또는 개 산책시이며, 10만 명의 경찰이 불심검문해 서류를 지참하지 않은 경우 38~135 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

성원용 선교사는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도 식료품을 사려고 200미터 이상의 긴 줄을 서며 사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프랑스에서는 마스크 쓴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고, 정부에서도 일반인들에게는 마스크를 쓰라고 권장하지 않으며, 그나마 가게에서 사람들을 대하는 사람이 요즘 착용하기 시작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기자와 통화 시 성 선교사는 온라인예배를 위해 교회에서 녹화하는 것도 불가능해져 집에서 녹화를 하기 위해 방송 장비를 옮기고 있었다.

성 선교사는 "대통령도 국가 최고 위기상황으로 인식, 전쟁과 같은 상황이라는 발언을 몇 번씩이나 강조했다"며, ""프랑스 내 확진자 증가속도가 빨라 이동제한 조치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어려운 시국에도 남아공 아이들의 표정은 밝다. 모임 제한이 있기 전 임인모 선교사의 교회에서 예배 드리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독일

독일의 경우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해 "통일 이후, 아니 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독일은 초기대응이 늦어 확진자 확산 속도가 굉장히 빠른 상태다.

김태준 선교사는 "지난 14일 독일주교회에서 오프라인 예배를 금지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교회의 예배는 장례식 하관 예배만 허락되고 일절 금지된 상태"라고 소식을 전했다.

김 선교사는 "한국 선교사들은 인터넷이나 개인 방송 예배로 전환했다"면서 "타국에서 사는 한국인으로서 처음에는 확진자가 많아 마음이 불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나라가 대처를 잘한다는 내용이 확인되면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등 유럽에서는 사순절이 시작되면서 학교도 방학을 하는데 이때 스키 여행으로 이태리 북부나 오스트리아 등으로 여행을 가곤 한다. 많은 이들이 긴장감 없이 여행을 다니면서 확진자가 증가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며, "독일 사람들은 초기에 바이러스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으나 최근 일주일 사이에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긴장감이 돌고 있다"고 상황을 알렸다.



#스페인



스페인은 이탈리아, 독일과 함께 유럽에서 가장 확진자가 많은 나라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16일 8시부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각 도시의 입구마다 경찰들이 검문을 하고 불필요한 이동시에는 모두 돌려보내고 있다.

발렌시아에 거주하는 황기 선교사는 "스페인도 심각한 상태라 지금 정부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해 사람들이 집밖에 나가지 못하고 있고, 마트, 약국, 병원에 가는 것만 허락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병원 응급실에도 환자들이 물밀듯 밀려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황 선교사는 "스페인 사람들이 코로나19에 대해 공포를 느끼지만 행동지침을 몰라서 이전의 모습으로 지내고 있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스크 쓰는 경우가 거의 없고, 여전히 볼을 대고 인사하는 이들이 많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마트에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이어져 있고, 마스크도 구하기 힘들어 병원에 가면 아픈 사람에게만 중국제 일반 마스크를 주는 실정"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녁 8시에는 모든 주민들이 발코니와 창문을 열고 "Animo!(힘내라)" 를 외치고 손뼉을 치면서 서로 격려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황 선교사는 "축구를 너무 사랑하는 사람들임에도 리그도 중지했으며, 교회에 축구유학생 10명이 있는데 지난 주부터 훈련과 경기가 모두 중단된 상태"라며, "심한 고독감 속에서 아침 저녁 아내와 예배를 드리며 전염병이 지나가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일본



4개월 후에 있을 도쿄올림픽 때문에 검사 대상을 제한하는 등 감염자 검사에 소극적인 일본에서는 특히 한인 교회들이 만에 하나 예배나 집회를 통한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우익들의 '헤이트 스피치'가 더욱 극심해질 것을 우려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김병호 선교사(재일대한기독교회 총간사)는 "일본도 한국에서처럼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반화 되어 있다"며, "재일대한기독교회는 오프라인예배 여부를 각 교회 재량에 맡겼으나 많은 교회가 예배를 축소하거나 집회를 연기하고, 온라인 예배로 드리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재일대한기독교회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교단의 모임인 상임위원회를 연기했으며, 4월 말~5월 초에 열리는 노회도 각 노회의 재량으로 연기 혹은 취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김 선교사는 "한국에서 파송된 선교사들은 교회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한국 뉴스를 보면서 일본 내 교회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면 덕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한인들이 운영하는 가게, 식당 등에서도 환자가 나오지 않아 다행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비닐막을 설치한 이스라엘 우체국의 모습. /사진 이강근 선교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9일 현재 확진자가 85명으로 아프리카 내 가장 많은 확진자가 있는 나라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남아프리카에 있는 53 개의 국경 중 35개를 지난 16일부로 폐쇄하고, 100명 이상이 참석하는 모임을 금지하며, 대규모 행사, 축제 또한 금지하는 내용으로 담화문을 발표했다.

임인모 선교사는 "남아공은 지금 폭풍전야 같은 분위기로 가고 있다"며, "특별히 흑인들과 유색인들의 밀집지역인 타운십에 확산되지 않아야 하는데 이들은 에이즈나 다른 질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많아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될 경우 상상을 초월하는 사태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 선교사는 "집단행동을 하는 성향이 강한 흑인들이나 유색인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두려움으로 어떠한 돌출행동도 하지 않도록 기도하고 있다"며, "남아공에서 선교하고 있는 모든 선교사 가정이 안전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도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스라엘

이스라엘에서는 지난달 22일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한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금지해 현지에 있던 1600여 명의 한국인 순례관광객들이 숙박할 곳이 없어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또한, 이스라엘 성지 순례를 다녀 온 여행객 중 28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의 사태를 겪었다.

이강근 선교사는 "이스라엘은 외국에 나가있는 이스라엘인들은 조속히 복귀하고, 이스라엘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속히 자국으로 돌아가라고 공지했다"며, "이스라엘 자국비행기들은 3월 한달간 운항 중지하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이 선교사는 "코로나 사태로 성지에서의 끔찍했던 한국인 집단배척사건이 좀 수그러드는 것 같다"며, "한국인 발 코로나에 떨었지만 정작 이스라엘 내 코로나 확진자는 모두 이탈리아를 다녀온 이들로부터 전염된 것으로 알려져, 불행한 일임에도 그 출처가 한국인이 아니고 이탈리아인이라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씁쓸한 상황을 한인들은 겪고 있다"고 말했다.

성지 가이드로서 한국인 교인 관광객들을 돌보며 힘든 사태를 겪었던 이 선교사는 "예약이 되었음에도 받아들이지 않고 문전박대한 호텔도 있고, 호텔에서 어쩔 수 없이 투숙은 시켰지만 방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손님들을 끝까지 배려해 버스에서 춥지 않게 잘 수 있도록 배려하고 연로한 분들에게는 기사대기실 소파로 안내해준 버스회사 등 감사한 분들도 참 많았다"고 당시 극한 상황을 회고했다.

#미국

미국의 경우 PCUSA 소속의 교회들도 대부분 온라인 예배나 가정예배로 주일예배를 대체하고 있다.

PCUSA 총회 한인목회실 총무 조문길 목사는 "미주의 교회들은 거의 인터넷 예배를 드리고 있고, 환자들이 나타나지 않은 지역의 아주 작은 시골교회들만 오프라인 예배를 드리고 있다"며 "뉴저지 같은 곳은 4명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등 주마다 모임제한 규정을 엄격히 해 모임이 아예 불가능한 곳이 많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조 목사는 "PCUSA 총회는 미국 교회 내 노년층이 많아 산하 교회에 각별히 조심하라는 당부를 해놓은 상태이며, 총회 직원들도 전원 재택근무에 들어갔다"며 "현재까지 교회 내 집단 감염 사태는 보도되지 않고 있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미국인들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전했다. 조 목사는 "마켓과 약국을 제외한 개인운영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출퇴근 시간에도 차가 다니지 않아 한산해졌다"며 "소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마스크 착용을 잘 하지 않고 있지만 뉴욕, LA 등 대도시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PCUSA 한인목회실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미국에서도 심각해짐에 따라 공문을 통해 교회의 재정 상황 악화에 대한 대응방안을 안내하기도 했다. 공문에서는 수입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단계별 재정계획 수립 및 기독교 정신에 따라 예산집행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대출을 위해 은행과 미리 연락을 취해 가능한 방안을 미리 강구해놓고 노회와도 연락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항들을 알아놓을 것을 안내했다.

또한, 장기간 교회에 출석하지 못하는 교인들의 신앙 상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며,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교인들과 연결을 맺고 영적 공급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PCUSA 연금국은 연금국 의료보험에 가입된 목사 및 가족들의 경우 뉴욕 의사에게 코로나 테스트를 받을 경우 진단비 100%를 지원해주기로 결정했다.

표현모 기자
선교사들, 코로나19로 "올해 부활절 예배 못 드려'     크로아티아 네팔 스위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  2020.04.0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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