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역자, 네에미아스 장로님

동역자, 네에미아스 장로님

[ 땅끝편지 ] 페루 김명수 선교사2

김명수 선교사
2020년 11월 11일(수) 10:51
필자의 첫 사역지인 칠레 싼 뻬드로교회 교인들.
구역별 찬양대회에 참가한 네에미아스 장로(뒷열 맨 왼쪽).
동역자 없이 사역할 수 있을까?

복음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곳에 낙하산병처럼 홀로 뚝 떨어져 들어가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우며 순교도 마다하지 않으셨던 위대한 분들이 계셨고 지금도 계시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선교지는 이미 복음이 들어가 교회가 세워진 지역들이다. 그리고 그 지역에 후발 주자로 들어간 우리는 먼저 기존 교회 및 그 지도자들과의 동역 속에 사역을 시작한다.

필자의 경우 30년 사역이 모두 동역자와의 사역이었다. 현지 교회 지도자 및 성도들과의 동역이 바로 나의 사역이었다. 그러니 나에게 동역자를 꼽으라고 하면 도저히 셀 수가 없고, 그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만 생각해도 끝이 없다. 그럼에도 동역자라고 하면 가장 생각나는 분이 있다. 칠레 꼰셉시온(Concepcion)의 싼 뻬드로(San Pedro)교회의 네에미아스(Neemias) 장로님이다. 한글로는 느헤미야 장로님이 되겠다.

당시 우리 '칠레 현지선교회'는 '칠레 민족장로교회'와 협력하고 있었고, '칠레 민족장로교회'의 남부시찰은 필자의 사역지로 '싼 뻬드로교회'를 지정해주었다. 그래서 시작한 '싼 뻬드로교회'의 목회가 필자의 첫 선교사역이 됐다.

교인 20여 명에 장로님이 두 분, 교회학교 어린이 20여 명, 교인 집 뜰에 작은 건물을 지어 단장한 예배당이 있었다. 그들의 예배에 참석하면서 비록 말도 모르고 문화도 달랐지만, 예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예배하며 성도들끼리 사랑으로 교제하려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몇 달 간 예배에 동참만 하다가, 가정교사 스페인어 선생님과 며칠에 걸쳐 설교를 번역해 첫 스페인어 설교를 하게 됐다. 설교를 했다기보다는 설교문을 더듬거리며 읽었다. 그런데 그 엉터리 발음의 스페인어 설교를 모든 성도들이 경청하고, 예배를 마치고는 네에미아스 장로를 비롯한 성도들이 모두 은혜를 받았다고 격려해주심으로 필자의 목회가 시작됐다.

필자의 첫 '단독 목회(?)'였다. 모든 가정을 찾아 대심방을 했고, 구역과 교회학교, 청년회를 조직하고, 수요기도회와 성경공부 모임을 시작하니 교회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교회가 좁아 교회학교 분반공부는 근처 교인 집에서 하도록 했다. 기족찬양대회, 구역찬양대회, 성경암송대회, 야외예배, 바자회, 철야기도 그리고 특별새벽기도까지 했다. 보고 배운게 그거니 문화에 관계없이 그냥 한국교회처럼 밀어 붙인 것인데 교회는 성장했고 새 예배당을 지어야 했다. 후원교회인 오산교회의 지원으로 새 예배당을 봉헌했고, 한국에서 방문한 조병성 목사님이 말씀을 전했다.

아마도 선교지를 아는 독자들은 생각하시리라. 칠레에서 저렇게 한국식으로 목회해서 부딪치지 않았을까? 부딪쳤었다. 설계사인 장로님 한 분이 자주 이의를 제기했다. 그런데 그때마다 네에미아스 장로님이 필자의 계획을 지지하고 교인들을 설득하고 각종 행사에 직접 참여했다. 아마도 그분이 없었다면 그렇게 한국식 목회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 번은 장로님께 어떻게 항상 내가 하자는 대로 할 수가 있는지를 물었다. 그는 "제안 중 어떤 것은 문화와 맞지 않는 것 같았고, 특히 '새벽기도'는 들어본 적도 없고 많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됐지만, 그때마다 '이것이 하나님을 위한 것인가, 성도들의 믿음에 도움이 될 것인가, 교회가 성장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확신이 생겨 지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래서 열매를 맺지 않았느냐"고 반문하셨다.

네에미아스 장로님은 근처 제지회사에 근무하는 기사였고, 자녀들 교육에 급여가 빠듯해서 퇴근 후에는 용접을 부업으로 하느라 밤낮으로 바쁜 분이었다. 그럼에도 처음 대심방 계획을 세우자 본인의 근무 시간을 조절해 심방에 최대한 동행했고, "성도를 돌보는 장로의 직분을 감당할 수 있게 해주어서 감사하다"고 말하셨다.

예수님과 제자들의 관계는 어떠했을까? 나사렛 목수가 갈릴리를 넘어 유대와 이방 땅들을 처음 여행할 때, 제자들은 제자이면서 또한 동역자였으리라. 그 제자들을 신뢰했기에 세계복음화의 사명을 맡기셨으리라.

네에미아스 장로님은 첫 선교지에서 함께 주님과 교회를 섬긴 동역자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분의 성품과 헌신은 30년이 지난 오늘도 잊을 수가 없다. 아마도 현지인 동역자들에 대한 나의 신뢰와 존경은 이분을 통해 형성됐을 것이다. 네에미아스 장로님, 에우헤니아 집사, 장남 마르셀로, 목사 사모가 된 장녀 이사벨, 차남 빠뜨리시오, 그리고 막내딸 빠올라, 모두 보고 싶은 얼굴들이다.

김명수 목사 / 총회 파송 페루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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