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년을 통한 하나님의 인도하심

안식년을 통한 하나님의 인도하심

[ 땅끝편지 ] 페루 김명수 선교사4

김명수 목사
2020년 11월 25일(수) 09:19
2003년 5월 7일 천안중앙교회에서 드려진 페루선교사 재파송예배.
"감사해요. 깨닫지 못했었는데… 주께서 택하시고 이 땅에 심으셨네… 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시며…" 아기 때부터 교회에서 자란 필자가 교회 예배에서 찬양을 부르는데 입만 벙긋거려야 하는 것은 참 난처한 일이었다. 물론 칠레교회에서 이미 경험했지만, 거기는 선교지였다. 그런데 지금 있는 곳은 칠레가 아닌 한국이었다. 곡도 가사도 새로운 감동이었지만, 또다른 느낌은 이방인이란 느낌이었다.

2002년 1월 필자는 가족과 함께 안식년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물론 그전에도 몇번 한국에 들어오긴 했었지만, 길어야 3개월 짧게는 1주에 불과했다. 그런데 1년을 예정하고 사역지를 정리하고 들어오니 전에 잠시 방문하던 것하고는 전혀 달랐다.

11년 6개월만의 안식년이었다. 이론으로만 들었던 안식년 문화 충격을 경험해야만 했다. 버스를 타려해도 어디서 타야 하는지, 몇번 버스인지, 요금이 얼마인지,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모두 물어야만 했다. 내 나라는 변해 있었고, 나는 반쯤 외국인이었다.

가장 걱정했던 것은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 된 둘째 아들이었다. 4살에 출국해서 칠레에서 초·중학교를 다닌 둘째가 전혀 차원이 다른 한국학교에 적응할 수 있을까?

'1년 동안 무엇을 하나?' 물론 계획을 세우고 오긴 했다. 하지만 계획과 실행은 역시 또 달랐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하나님께서 인도해주셨고 축복해주셨다.

장신대 세계선교대학원에서 선교사들을 위해 선교지에서 공부할 수 있는 학위 과정을 열어주었다. 남미에서 공부한 한 학기에 이어 남은 학기를 안식년 기간에 공부할 수 있었다. 교수님들의 강의는 선교지에서의 경험과 함께 새롭게 다가왔고, 젊은 학생들과의 공부는 신선한 도전이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한 학기가 모자랐다.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에서 하는 집중강의를 통해 한 학기를 채우기로 했다. 신학교도 교회도 아닌 시 외곽의 어느 건물에서 '선생님'들과 하는 선교학 공부는 정말 새로웠다. 다른 선교지와 다른 지역의 선교사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고, 나의 선교지의 자유와 축복을 더 감사할 수 있었다. 이 공부를 통해 '선교학 신학 석사'를 받았는데, 선교에 학위는 의미가 없지만, 후에 신학교 사역을 하면서 아주 유용하게 공식 서류에 'Th.M.'이라고 떳떳하게 기록할 수 있었다.

둘째 아들을 위해서는 하나님께서 그 해에 부산에 지구촌고등학교를 세워주셨다.

후원이 종료됐기에 소속 교회가 없어 자유롭게 주일마다 전국을 순회하며 그동안 협력하며 기도해주셨던 교회들과 성도들을 방문했다. 특히 동기 목사님들이 많이 불러주셨다. 필자가 선교사로 나갈 때 교회를 개척하면서 그때부터 후원을 시작해서 30년을 하루같이 후원하고 있는 동기들이 있다. 이 지면을 통해 79기 동기 목사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처음 선교사로 나갈 때 인생의 십일조로 최소한 7년은 선교사로 섬기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런데 선교지에서 3~4년을 지나며 깨달았다. 선교지에서의 첫 7년은 선교지를 배우는 과정에 불과하고(물론 이 기간에도 하나님은 우리를 사용하시지만) 실제 사역은 그 뒤에 더 잘 할 수 있으며, 그 첫 기간은 하나님과 후원 교회들과 성도들의 값비싼 투자 기간임을 알았다.

안식년을 마치고 다시 칠레로 돌아갈지, 아니면 다른 국가로 이동해야 할지 기도해야 했다. 선교지를 옮긴다면 언어와 문화를 적응한 중남미로 가는 것이 그 동안의 투자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파라과이, 콜롬비아, 멕시코 등에서 이야기가 있었지만, 하나님께서는 페루로 인도하셨다.

페루의 1호 선교사인 황윤일 선교사님의 초청과 비전이 동기가 됐고, 무엇보다 '페루선교회'의 비전, 역사, 정책이 신뢰를 주었다. 오늘까지 35년을 오직 페루만 선교하면서, 페루에서 사역하는 본교단 선교사들은 모두 '페루선교회' 소속으로 사역하고 있는, 한 '선교회'가 한 '선교지'를 선교하는 정책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었다.

2002년 말 페루선교회에 허입됐고, 2003년 1월부터 페루선교회 선교사가 돼 천안서부교회(윤마태 목사 시무)에 머물면서 페루선교회의 후원 교회들을 방문해 선교 비전을 나눌 수 있었다. 그리하여 2003년 5월 7일 천안중앙교회(당시 이순 목사 시무)에서 재파송예배를 드림으로 페루로 오게 됐으니, 안식년은 '또 하나의 열매를 맺도록' 인도하시는 축복이었다.

김명수 목사 / 총회 파송 페루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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