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타 루에고(다시 뵈올 때까지)!

아스타 루에고(다시 뵈올 때까지)!

[ 땅끝편지 ] 페루 김명수 선교사 <완>

김명수 선교사
2021년 01월 04일(월) 08:26
페루 시내산교회의 어린이 겨울성경학교.
레따말계곡의 점유 대지 일부. 푸른 가시나무 담장 오른편이 점유 대지다.
이 연재를 부탁받으면서 10번을 어떻게 쓰나 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마지막회에 이르렀다. 더 잘 나누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읽고 기도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린다.

짧은 10번의 글에도 아쉬움이 있는데 30년 선교 사역에 아쉬움이 없을리 없다. 칠레에서의 사역들, 페루에서의 사역들 가운데에는 참 아쉽고 부족한 사역도 많았다.

첫째, 페루 개신교회의 대다수는 오순절계 독립교회들이다. 20여 년간 오순절계 독립교회였던 '몬떼 시나이(시내산)교회'가 건전한 교단에 속하여 바른 교리로 양육받기를 원해 2004년에 페루예수교장로교회에 가입했다. 그런데 교단에는 파송할 목회자가 없었다. 마침 필자가 2003년 교단에 가입했기에 교단 내 유일하게 목회하지 않고 있던 필자가 목회하게 됐다.

20년간 오순절교회로 형성된 교회여서 성도들이 열심이 있었다. 성경 말씀으로 가르치며 교회학교, 구역, 여전도회, 청년회, 찬양그룹 등을 조직하고 지도하니 교회가 빠르게 성장했다. 60여 명이었던 성도들이 매년 20여 명씩 세례를 받아 120여 명이 됐고, 모든 사역에 기쁨과 활기가 넘쳤다. 필자는 신학교 사역으로 파송받았는데, 교회가 성장하면서 돌볼 일도 많아져서 두 사역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2009년 4월에 사임했다. 대신 그 교회 출신으로 신학교를 졸업한 전도사님이 목회하면서 역시 그 교회 출신으로 다른 도시에 계신 목사님이 당회장으로 섬기게 됐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성도들 중에 열심은 있으나 성격이 강해서 다른 교인들과 자주 부딪치는 분이 있었다. 이 분이 장로가 되지 못해 섭섭해하던 다른 두 가정과 손을 잡고 교회 몰래 법인을 만들어 교회 건물을 자기들의 법인 이름으로 등기해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교회 앞에 자기 법인의 이름으로 다시 오순절 독립교회로 돌아간다고 선포했다. 당회장 목사님이 급히 공동의회를 소집해 압도적인 다수로 교회는 계속 페루장로교회 소속으로 간다고 결의했다. 그렇게 교인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자 법인 명의의 소유권을 근거로 경찰을 불러 교회를 폐쇄했다. 마침 필자가 해외 방문중이어서 돌아와보니 그렇게 교회가 갈려 있었다.

교인들과 함께 대책을 협의했다. 교인 수는 압도적이었으나, 법적으로는 그들이 만든 법인이 주인이었다. 주일날 강제로 들어가서 예배를 드리자는 주장도 있었으나 그럴 경우 법적 문제와 함께 마을 사람들 앞에서 교인들끼리 싸우는 추한 모습을 보여야 하니 안된다고 결정하고, 예배당을 포기하고 교인 집에서 모이기로 했다. 법적으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믿음으로 해결하기로 하고 소송을 취하하고 상호 방문예배를 통해 서로 용서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입장은 변화되지 않았다. 그래서 11년이 지난 오늘까지 우리 장로교회에 남은 성도들은 졸지에 예배당을 뺏기고 아직도 가정집에서 불편하게 예배를 드리고 있지만, 성도들은 꿋꿋하게 믿음을 지키고 있고, 이번 코로나 사태에도 교회는 든든히 서가며 오히려 새 예배당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비록 필자의 사임 후에 생긴 일이지만, 그 교회를 5년간 목회했던 필자로서는 그것을 예방하지 못했고 사건을 일으킨 세 가정의 성도들을 잘 돌보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자책감이 있다.

둘째, 페루에는 주인이 없거나 소유권이 행사되고 있지 않은 토지는 누구나 점유할 수 있고, 점유한 토지를 사용하면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유권을 인정해주는 법이 있다. 신학교의 캠퍼스 대지를 찾다가 레따말 계곡의 한 야산을 보고 이곳에 신학교와 함께 기독교 대학과 수양관 등 기독교 종합 교육센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래서 야산 아래 마을에 진료센터와 교회를 지었고, 주변 3개 마을 주민들의 협력 아래 10헥타르(10만 ㎡)의 땅을 점유했다.

이렇게 토지를 점유해 관리하고는 있으나, 점유 8년째인 아직까지 아무런 사역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페루에서의 교육 사역에 소명이 있는 교회나 기관을 아직 만나지 못했고, 교육사역에 관심이 있는 캐나다 선교부 등 몇 선교기관에 대지를 무료로 줄테니 와서 교육 사역을 하도록 제안을 했었지만, 법적 소유권이 없는 대지이기에 추진할 수 없다는 대답이었다. 기도하면서 진행된 사역인데 하나님의 뜻은 무엇일까? 혹 필자의 인간적인 생각이 앞서서 추진된 것은 아닌가?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순종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스페인어의 이별 인사중 가장 보편적인 말은 '차오(Chao)'로서, '안녕, 잘가' 정도의 뜻이다. 가장 공식적인 말은 '아디오스(Adios)'인데 많이 사용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다시 만날 기약이 없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인사는 슬픈 어감이 있다. 그래서 쓰는 인사말이 '아스타 루에고(Hasta luego)'이다. '다시 만날 때까지'란 뜻이다.

지난 30년간 기도와 사랑으로 함께해주신 모든 동역자님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리며, 한국기독공보의 독자들께도 작별 인사드린다. "아스타 루에고(Hasta luego: 다시 뵈올 때까지)!"

김명수 목사 / 총회 파송 페루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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