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생명력이 질긴 세 가지

강한 생명력이 질긴 세 가지

[ 성지의식물 ] 이강근 목사 17. 염소, 이스라엘 그리고 아비요나(짤라프)

이강근 목사
2021년 05월 25일(화) 16:43
통곡의벽에서 기도하는 랍비의 머리 위에 아비요나가 피어있다.
2017년 5월22일, 예루살렘을 방문한 미국의 트럼프대통령이 통곡의벽에서 기도하는 사진이 떴다. 멀찍히 기도하는 트럼프 앞에 무성한 잎에 이쁜 흰 꽃이 핀 식물이 선명하게 잡혔다. 이른 아침 성전산의 서쪽벽 통곡의벽을 찾았다. 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이 오전 9-10시까지는 그늘을 만들어 주니 여름에도 기도하기 딱이다. 고개를 들어보니 통곡의벽 돌 틈에 뿌리를 내리고 서식하는 크고작은 식물 20여개가 달려 있다. 바로 아비요나다. 짤라프라고도 부른다. 육중한 벽돌 사이에 흙이 얼마나 있을까 싶은데 뿌리를 내리고 가시 돋은 줄기에 녹색 잎과 함께 흰 꽃이 우아하고 아름답다. 식물이 자랄 수도 없는 저 곳에 왜 하필이면 아비요나일까.

모든 꽃들이 사연이 있고 특징이 있다지만 이 아비요나야 말로 참 신기한 식물이다. 아비요나의 특징이 있다면 저녁에 꽃이 피어나서 아침에 해가 뜨면 진다. 그래서 아침 나절이나 해가 떠도 그늘진 곳에서 볼 수 있다. 꽃도 한번 피고 지면 다음날에는 다른 꽃이 피어난다. 꽃이 피어나는 시기를 보면 더욱 신비롭다. 겨울 우기철에서 봄에 이르기까지 모든 꽃들이 만발 할 때 죽은 듯이 메말라 있다. 그리고는 모든 대지가 타들어 갈 때 녹색의 잎이 나고 우아한 흰꽃이 피어난다. 아비요나는 4월에서 10월까지 건기 내내 메마른 광야에서 이쁜 꽃을 피어준다.

이 아비요나가 구약성경 여러곳에 나온다. 히브리어로 아비요나 또는 짤라프로 언급된다. 아비요나는 전도서에서 원욕(desire)으로 해석된 히브리어이름 아비요나다. "메뚜기도 짐이 될 것이며 원욕(아비요나)이 그치리니 사람이 자기 영원한 집으로 돌아가고"(전12:5). 여기서 원욕이 그친다는 의미는 곧 죽음이다.

아비요나는 생명을 의미한다. 강한 생명력이다. 절벽이나 벽과 같은 틈을 비집고 뿌리를 내리며 살아간다. 혹 불이나서 대지의 모든 식물들이 싹 태워져버리고 화상을 입어도 뿌리만 땅에 박고 있으면 건기에 어김없이 꽃이 피어난다. 어디서든 뿌리째 뽑아버리지 않는 한 생명력을 이어간다.

히브리어 이름 짤라프는 느헤미아(3:30) 민수기(26:33) 여호수아(17:3) 그리고 대상(7:15)에서 사람이름으로 등장한다. "그 다음은 셀레먀의 아들 하나냐와 살랍(짤라프)의 여섯째 아들 하눈이 한 부분을 중수하였고..."(느3:30). 특히 슬로브핫의 이름은 아들없이 죽어 대신 딸들에게 유업이 주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슬로브핫'은 슬로브(짤라프) 핫(하드)의 합성어로 '날카로운 가시'란 뜻이다. 즉, 쩰레프(가시)+하드(날카로운)=짤라프하드.

미쉬나에 슬로브핫과 연관된 해석이 있다. 민수기 27장에서 아들없이 죽은 슬로브핫의 딸들은 자기 아버지가 고라자손의 무리에 들지않고 자기죄로 죽었다고 설명한다. 고라사건은 민수기 16장이고, 그 이전에 죽는 이야기라면 민수기 15장의 안식일을 범해 죽은 사건이다. 민수기 15장에서 그 나무꾼의 이름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민수기 27장에서 자기 죄로 죽었다는 슬로브핫이라고 한다. 즉 민수기 15장의 나무하므로 안식일을 범해 죽은 사람이 민수기 27장의 슬로브핫이라는 것이다. 이 해석을 한 이가 바로 주후 2세기 유대교 최고의 랍비 아키바이다.

아비요나(짤라프)는 생소할지 몰라도 케이퍼라는 향신료는 다 알것이다. 케이퍼는 연어나 생선요리에 빠지지 않고 곁들여져 나오는 콩알 만한 절임이다. 레몬처럼 시큼하고 끝맛은 후추처럼 매콤하다. 이 케이퍼가 바로 아비요나의 꽃봉우리를 식초나 소금에 절인 것이다. 유럽에서는 감초와 같은 향신료다. 아마도 지중해 가에 서식하는 이유도 있겠고 생선요리가 많은 유럽에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에서 케이퍼는 고급 레스토랑이나 호텔에서나 볼 수 있다. 통곡의벽에서 아비요나를 보고 바로 마하네예후다 재래시장을 달려가 절임반찬집에서 케이퍼를 찾으니 슈퍼로 가란다. 이름도 쯜라핌(쩨레프의 복수형)이라 부른다. 이탈리아에서 온 수입산이다. 생선요리의 비린내음을 없애는 필수 향신료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먹다 남은 케이퍼를 우리의 된장 찌게와 불고기에도 곁들여 색다른 맛을 낸다. 몸의 효능도 좋다. 비타민과 미네랄을 다량 함유하고 있고 변비 당뇨를 예방하고 무엇보다 피부 탈모건강에 좋다고 한다.

미쉬나는 세상에서 가장 생명력이 있는 세 개를 언급한다. 동물로는 염소와 나라로는 이스라엘 그리고 식물로 바로 이 아비요나다. 미쉬나가 말한 이 세개의 공통점은 절벽 벼랑 끝이다. 절벽이나 벼랑끝을 다니는 염소와 늘 벼랑 끝 풍전등화 같은 운명의 나라 이스라엘 그리고 벼랑이나 절벽 틈에서 자라나는 짤라프(아비요나)다. 통곡에 벽에서 본 아비요나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하나님 앞에서 무엇을 구할 것인가. 아비요나라는 식물을 머리위에 두고 통곡의벽에서 기도하는 이들에게 아비요나가 주는 교훈이다.

영상보기 : https://youtu.be/iEjYUtCWLG8

이강근 목사 / 이스라엘유대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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