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 물결을 따라온 복음의 물결

쓰나미 물결을 따라온 복음의 물결

[ 땅끝편지 ] 인도네시아 김동찬 선교사 <3> 수마트라 아체주에서의 긴급구호 사역

김동찬 선교사
2022년 05월 03일(화) 08:17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 불어닥친 대형 쓰나미는 20만 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김동찬 선교사 부부는 이 섬의 아체주에서 1년 6개월 간 긴급구호 사역을 펼쳤다.
그날 아침 굉음이 바다에서 들린 후 바닷물이 갑자기 빠져나갔는데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물고기들이 모래 위에서 팔딱거렸다. 처음 보는 광경에 흥분한 사람들은 양동이를 들고 나와 탄성을 지르며 물고기를 손으로 집어 양동이에 넣었다. 어떤 이도 잠시 후 일어날 일을 몰랐다. 2004년 성탄절 다음 날 아침, 수마트라의 가까운 바다 속에서 9.1의 강진이 일어나면서 대형 쓰나미가 높이 30m가 넘는 파도로 몰려와 집과 동네를 흔적 없이 지우고 그 땅의 사람들 20만 명의 목숨을 삼켰다.

밀려오는 파도에 놀라 가까운 야자나무 위로 올라가 다섯 시간을 버텼다는 어떤 이는 나무 아래에서 벌어지는 거친 물소리와 그 물에 떠내려가는 사람들의 아우성을 들으며 사투를 벌였다. 맨 위에 나뭇잎이 있을 뿐 발을 얹고 손으로 잡을 가지가 없는 야자수는 표면조차도 미끄러워 가슴을 나무에 바짝 붙이고 두 발과 두 팔로 힘껏 나무를 안았다. 나무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물이 빠진 후 나무에서 내려와서야 비로소 통증을 느꼈는데 팔이 부려져 있었다.

바닷가에 즐비하게 자라는 야자나무가 거칠고 강하게 밀려오는 파도에 견디지 못하고 뿌리째 뽑혔고 바다로 쓸려간 사람들은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다. 가족과 삶의 터전 그리고 모든 것을 잃은 그들의 눈동자는 초점 없이 허공만 응시했다. 그들에게는 마실 물이나 먹을 것도 없었다. 우물은 바닷물이 들어와 모두 짠물로 변해 버리고 농작물을 심은 논과 밭은 해수면 아래로 잠겨버렸다. 쓰나미가 지나간 그 땅의 생존자들에게는 또 다른 삶의 쓰나미가 기다렸다.

어려운 일을 당한 아체 사람들에게 세계 국제 NGO들이 찾아왔다. 제일 먼저 그 땅으로 달려온 사람 중 70% 이상은 기독교 NGO였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 음식, 텐트 등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헬기로 실어다 주었고, 바닷물을 정수해서 식수로 만들어 주었다. 그곳에서 우리를 태워 준 미국인 헬기 조종사는 인도네시아에서 MAF 소속 선교사로 차가 다닐 수 없는 오지에서 경비행기 조종사로 일하다 미국으로 돌아가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아체 쓰나미 소식을 듣고 휴가를 내어 자원봉사하러 왔다고 했다. 필자는 신학교 제자 다섯 명, 견습 선교사 한 가정과 함께 살면서 긴급 구호 사역을 하였다.

수도관 파이프를 넣어 좌우로 흔들면서 땅으로 밀어 넣어 파이프 안으로 들어오는 모래를 기계로 계속 퍼내면서 20~30m 정도 들어가면 물이 나왔는데, 펌프를 설치하고 발전기를 달아 물을 끌어 올렸다. 그렇게 작업해서 40개 마을에 관정 우물을 팠다. 그 옆에 샤워장과 화장실을 짓고 수도관을 설치해서 누구나 와서 샤워하고 필요한 물을 길어갔다.

학교 건물을 잃어버린 아이들은 천막 안에서 수업을 받았는데 두 개 학교 어린이들의 점심을 만들어 학교로 배달했다. 식재료를 맘대로 살 수 없는 곳의 아이들이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게 한 끼는 잘 먹이려고 무료급식을 제공했다.

현지인 의사 두 명과 함께 쓰나미에 상처 난 피부병, 수인성 전염병, 위장 장애로 매일 찾아오는 환자들을 치료해주었다. 그중 많은 사람이 쓰나미의 트라우마로 정신질환을 앓았다. 이슬람교도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인샤알라'라고 말한다. '알라의 뜻이다'라는 말뜻처럼 이들은 신에게 순응하며 사는 사람들이지만 정신적인 고통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아체 사람들은 모두 무슬림이다. 그들의 종교법인 샤리아가 건재해서 종교를 개종하면 쫓겨나고 이슬람법을 어기면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회초리를 맞는다. 그래서 복음을 전하기도 개종하기도 어렵다. 우리는 그곳에서 예배를 드릴 때 찬송은 아예 하지 못하고 기도할 때 눈을 뜨고 했다. 그렇지만 복음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들이 우리를 보고 말했다. "우리를 형제라고 하는 아랍인들은 하나도 오지 않고 기독교인들이 와서 우리를 돕네요!"

한국의 교회와 성도들이 보내준 헌금으로 일 년 반을 그들과 함께 살았다. 세계 각지에서 온 그리스도인들이 낮에는 그 땅의 재건을 위해 땀을 흘리고 밤에는 총을 들고 다니는 반정부 군들로 인해 긴장하면서도 헌신했다. 선교사들이 들어갈 수 없는 땅, 쓰나미가 일어나기 전에는 가볼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땅에 자신의 안위는 생각하지 않고 날마다 밤낮으로 무더운 날씨에 잘 곳도, 먹을 것도, 씻을 곳이나 쉴 곳이 마땅히 없는 야영 생활하면서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들, 희망과 삶의 의지가 꺾인 이들을 도왔다. 쓰나미의 물결을 따라 복음의 물결이 온 아체 땅을 덮었다.



김동찬 목사 / 총회 파송 인도네시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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