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무릎 할머니 전도사님

낙타 무릎 할머니 전도사님

[ 땅끝편지 ] 인도네시아 김동찬 선교사 <5> 리나우 섬이 구원받은 이야기

김동찬 선교사
2022년 05월 17일(화) 08:22
최근의 리나우섬 교회.
바다족이 사는 모습.
리나우섬의 앙켕 추장 부부.
"하나님, 사랑하는 아들 김동찬 안아주세요. 사랑하는 아들 김동찬 안아주세요."

박 전도사님이 한 날 기도하는데 갑자기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서 이렇게 기도했다고 한다. 매일 새벽 세 시가 되면 더 누워있는 것이 하나님께 죄송해서 일어나 기도한다는 전도사님은 그날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는데 다른 기도는 할 수 없고 김동찬 선교사를 안아달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아침까지 기도했다. 3일 동안 이 말을 반복하며 기도하던 중에 하늘로부터 성령이 마치 원자 폭탄처럼 우리가 사는 곳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환상을 본 후 전도사님은 마음이 평온해지면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했다.

첫 안식년, 한국에 갔을 때 박 전도사님이 우리를 만나고 싶다고 해서 그분이 섬기는 함양 가성교회에 갔다. 전도사님은 필자가 말라리아로 죽을 고비를 넘긴 후 쓴 기도 편지를 읽은 후 하나님이 당신을 기도자로 삼아 주신 것에 감사했다며 눈물을 흘리며 그때 일을 간증했다.

리나우 섬사람들은 바다에서 쪽배를 타고 평생을 사는 바다족으로 바다에서 태어나고 바다에서 살다가 죽으면 바다로 던져지는 사람들이다. 리나우 섬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바다족을 위해 바다 위에 길게 붙여 지은 집에서 사십여 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섬인데 복음을 들은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학교가 없고 채소를 심거나 곡식을 심지 않고 매우 원시적인 생활을 하는 종족이다. 그들이 평생 몸담고 사는 배가 바람과 바닷물이 가는 대로 떠내려가듯, 그들의 삶 또한 자연에 맡기고 병에 걸리면 그것조차도 어쩌지 못하고 떠내려가는 사람들이다.

어느 날 그 섬에 전도하러 갔을 때 추장이 열병을 앓고 있었다. 여러 날 먹지 못해서 기력이 없는 할아버지는 죽을 때가 됐다고 처음에는 기도를 거부했지만 기도를 해드렸다. 다른 섬에 전도하고 삼일 후에 그 섬에 들렀을 때 추장이 말했다. "나, 예수를 믿겠소!" "………" "당신이 내 손을 잡고 누를 때 내 머리에서부터 시원해지면서 열이 점점 몸 아래로 내려가는데 발끝에 가서 열이 모두 떠났소. 당신이 떠난 후, 물이 마시고 싶고 음식이 먹고 싶어지더니 이렇게 몸이 회복되었소. 나를 고쳐주신 예수를 믿겠소." 그날 저녁, 그 섬에 있던 오십 여명이 바닷물 속에서 온몸으로 세례를 받고 주님께 돌아왔다. 온 섬이 구원을 받았다. 그 후 집으로 돌아온 후 필자는 말라리아로 열이 41.2도가 올라가서 정신을 잃고 모든 기억이 지워지는 경험을 했다. 죽음이 가까이 있었다.

가성교회 전도사님을 만난 후 죽음의 고비를 넘긴 것이 우연이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먹지 못하고 자지 못하며 간절하게 기도한 여종의 기도 응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 오면 새벽마다 우리 사역 뿐 만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기도한다는 분들이 많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이루어지는 것이 선교사의 열정이나 능력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낙타 무릎이 되기까지 기도하는 사람들의 간절한 기도가 모여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선교지에 세워진 건물과 사람 수를 보고 평가하면서 마치 선교사가 이루어놓은 것처럼 선교사를 칭찬하지만, 그 평가가 함정일 때가 있다. 하나님은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은밀한 것 우리의 내면을 보시기 때문이다.

예수를 모르는 이들이 예수님을 만나고, 가난한 이들이 교육을 받고,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된 것은 선교사는 최전방인 현장에서, 한국교회가 후방에서 끊임없이 보급하는 기도와 헌신이 어우러져 이루어내는 일이기에 우리를 보낸 교회와 성도들의 동역에 감사드린다.

김동찬 목사 / 총회 파송 인도네시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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