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때문에 우리 버렸잖아요"

"하나님 때문에 우리 버렸잖아요"

[ 땅끝편지 ] 인도네시아 김동찬 선교사 <6> 자녀 교육의 어려움

김동찬 선교사
2022년 05월 24일(화) 09:28
선교 2년차이던 1992년 인도네시아 바탐에서 세 아이들과 함께.
큰아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우리나라 정부가 싱가폴에 한국 초등학교를 개교했다. 당시 선임 선교사님이 엄마는 아이들과 싱가폴로 와서 한국학교에 아이들을 입학시키라고 권유했다. 그분은 1세대 동료 선교사 자녀들이 대부분 영어 학교에 다녀 부모와 대화가 단절되고 아이들이 커서도 정체성의 어려움을 겪는 아픔을 알고 있기에 초등학교만이라도 한국어 교육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을 잃어버리면 나라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다니는 현지 학교의 수준은 우리나라보다 30년 이상 뒤처져 있었다. 공부를 잘한 사람은 월급이 많은 은행이나 정유회사에서 일하고, 다른 직장에 갈 수 없는 사람이 선생님이 되어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나라의 경제가 어렵다 보니 교과서는 누런 갱지에 흑백인쇄로 공책처럼 두께가 얄팍했다. 저학년은 두 시간 반 수업하고, 고학년은 12시 이전에 모든 수업이 끝이 났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집 가까이에 기독교 학교가 있었다는 것이다. 현지의 공립학교에서는 종교 시간에 이슬람을 가르친다.

큰아이가 중학교 진학할 때는 마음이 어려웠다. 어떤 것이 아이를 위한 길인지 몰라서 더 간절히 기도했다.

"주님, 어떻게 할까요. 말씀만 하시면 순종하겠습니다." 그렇게 기도하던 어느 날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 "네가 자녀 교육을 위해서 선교사로 왔니?" 음성이 들렸다.

큰아이가 현지 중학교에 다니다가 안식년이 되어 한국에 왔을 때 선교사 자녀를 위한 중고등학교가 개교되어 아이들을 그곳에 보내고 선교지로 돌아왔다. 미국에서 의류 사업하는 장로님이 선교사 자녀를 위해 학교를 짓고 아이들의 학비 전액을 지원해 주었다. 우리 아이들 세 명이 그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장로님이 선교사 자녀들을 위해 아낌없이 헌신했기 때문이다.

선교사 자녀들을 모아 시작한 학교는 어려움이 많은 듯했다. 아이가 말했다. "나 바탐에서 학교 다니면 안 돼요? 같이 입학했던 언니들은 여기에 있으면 대학 못 간다고 모두 학교를 그만뒀어요. 이 학교 다니다가 나도 대학에 못 들어갈 것 같아요."

"한 학기만 더 다녀보고 결정하자. 하나님이 너희를 위해 세우신 학교라는 믿음이 있어서 그곳에 보낸 거니까."

그렇게 갈등하며 중학교 3학년에 그 학교에 간 큰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아이는 그곳에서의 삶이 '폭풍의 언덕'과 같다고 했고, 둘째인 아들은 별말이 없어 잘 적응한다고 여겼는데 대학생이 돼서 말했다. "내 가슴에 큰 구멍이 있는 거 같아요."

막내는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 때문에 엄마, 아빠가 우릴 버렸잖아요. 그래서 하나님이 싫었어요."

갈대 상자에 담아 아이들을 한국으로 보내야 하는 순간 어디로 떠내려갈지 알 수 없어서 보내는 나도, 그 상자에 들어있는 아이들도 두려웠지만 참 주인이신 그분께 아이들의 삶을 맡겼다. 멀리 있어 아이들을 위해 어떤 것도 할 수 없어 새벽마다 무릎을 꿇고 눈물을 쏟았다.

성인이 된 아이들이 이젠 이렇게 고백한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사는 건 엄마 아빠가 하나님의 일을 해서 누리는 복 같아요. 그래서 감사해요."



김동찬 목사 / 총회 파송 인도네시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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