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과 선교지에 부는 훈풍

한류 열풍과 선교지에 부는 훈풍

[ 땅끝편지 ] 인도네시아 김동찬 선교사 <9>

김동찬 선교사
2022년 06월 14일(화) 08:08
학교 운동장에서 한국 단기선교팀이 K-POP과 워십댄스 공연하고 있는 것을 보고있는 현지의 청소년들.
대형 쇼핑몰에서의 한국문화의 밤.
교회에서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 청소년들.
우리 선교 사역의 백미는 방학마다 오는 단기 선교사들의 헌신이다. 한국 청년들이 여름과 겨울 방학에 단기 선교로 이곳에 와서 두 주간 지내는 팀도 있고, 짧게는 일주일 또는 며칠을 같이 지내고 간다. 방학 동안 많이 오는 때는 여섯 팀이 와서 사역하면서 복음을 전한다. 한국 청년들은 이곳에서 지내면서 이 땅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만나 삶이 변하고, 이곳 사람들은 그들로 인해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복을 누린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젊은이가 와서 선교사로 살다 갔다.

30년 전에는 배를 타고 외진 섬이나 바탐의 빈민촌에 찾아가 성경학교를 하고 아이들과 놀면서 복음을 전했고, 15년 전부터는 한국의 K-POP 바람이 불어 청년들에게 아이돌의 춤을 연습해오길 부탁했다. 대형 몰의 관계자를 만나 협의하면 몰 중앙에 무대와 음향시스템을 준비해 주었다. 음악이 온 몰에 가득 넘치고 청년들이 이곳에 오기 전 몇 달 동안 연습한 춤을 추면 진짜 아이돌 같았다. 몰에서 쇼핑하던 사람들이 한사람 두 사람 몰려와 그 공간이 가득 찼는데 흘러나오는 노래를 이 나라 청년들이 함께 불렀다. 한국 청년들이 추는 춤을 본 후, 몰 담당자는 자리와 음향시스템을 마음껏 사용하라면서 비용을 받지 않았다. 그들의 영업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무슬림이 80%인 이 나라에서 직접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게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 우리는 그 무대에서 사이사이 한국어로 된 찬양을 틀고 워십댄스를 하고 청년들이 준비한 인형극을 통해 복음 이야기를 했다. 한날은 바탐에서 가장 큰 현지 신문사 여자 기자가 몰에 와서 우리를 취재했다. 매우 영민하고 날카롭게 생긴 그녀와 영어를 잘하는 한 청년이 그 인터뷰에서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말할까 봐 필자의 가슴이 조마조마한 적도 있다.

여름 방학마다 오는 교회의 청년들은 올 때마다 '런닝맨'을 준비해 왔는데, 같은 티셔츠 입고 운동장에서 게임을 하고 등에 붙인 번호판을 떼기 위해 청년이 뛰어다니면서 흩날리는 웃음소리는 운동장을 넘어갔다. 교회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청년들이 친구를 따라와서 함께 어우러져 밤이 깜깜해질 때까지 노는데 백여 명이 훌쩍 넘는다. 놀이문화가 없는 이 나라 청년들에게 신나는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그때 이런 생각도 했다. '유재석씨가 함께 오면 얼마나 좋을까.'

청년들이 한국에서부터 준비해온 재료로 김밥, 잡채, 떡볶이, 어묵국, 불고기, 파전, 잔치국수 등을 만들어 나누었다. 여기 청년들이 한국 드라마를 볼 때마다 먹는 장면이 나와 한국 음식이 궁금했다면서 맛있게 먹었다. 인기투표하면 때마다 가장 맛있는 음식이 달라지는데 그래도 청년들은 대체로 떡볶이를 좋아했다. 한국 청년들이 한국으로 돌아가면 여기 청년들과 SNS를 통해 서로의 소식을 전하면서 좋은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 모인 청년들을 한국어 교실로 초대해서 한국어 수업을 했다. 드라마와 오락 프로를 자주 보는 대학생들이나 대학을 졸업한 후 직장생활을 하는 청년들이 모여 한국어를 배웠고 기회가 될 때마다 복음을 전해서 한국어 교실로 인해 교회에 나와 예수님을 만나는 이가 많았다. 한류가 복음의 접촉점이 되어주었다.

시대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시대가 선교를 이루어 가기도 한다. 우리 세대가 경험한 세상은 어떤 시대보다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30년 전, 싱가포르의 이민국을 통과할 때 "돌아갈 비행기표와 가진 돈이 얼마나 있냐?"고 물어, 보여줘야 했다. 어릴 때는 먹을 것이 없어 수제비를 먹던 가난한 나라에서 살다가 지금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기적을 이룬 나라의 국민이 되었다. 경험한 가난은 이 땅의 가난한 자를 품게 하고, K콘텐츠의 발달은 한국인 선교사가 전하는 복음이 젊은이들에게 거부감 없이, 낯설지 않게 전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 우리는 행복한 시대에 선교하며 사는 선교사가 아닐 수 없다.

김동찬 목사 / 총회 파송 인도네시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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