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의 밀알

한 알의 밀알

[ 포토에세이 ] 시티솔레(City Soleil) : 어둠 속의 작은 빛

홍우림 작가
2022년 11월 02일(수) 10:00
지난해 초부터 지금까지 약 2년 동안 카메라에 담은 아이티의 작은 마을 시티 솔레(City Soleil)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했다. 이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시작한지 약 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요즘에도 흘러나오는 뉴스를 들을 때면 지속되거나 더 악화되는 소식들로 늘 가슴이 아프다. 솔직히 이 도시에 잠시 머물러 삶의 단편을 카메라에 담은 사람일 뿐, 여전히 그 현실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UN도 떠났고, 경찰도 쫓겨났고, 심지어 이곳 사람들도 떠나는 중에도 가장 위험한 땅의 중심에서 교회와 병원과 학교와 고아원을 세우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복음'이라는 단어 하나 때문에 그들은 모두가 포기한 땅의 중심에서 수많은 위험과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그 단어를 붙든다. 안타깝게도 지난 10년을 바친 모든 것이 갱들의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버렸지만, 그들은 태연하게 이 땅에 처음 왔을 때 그랬던 것처럼 묵묵히 복음을 전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전한 모든 사진의 이야기가 가능했던 것은 이곳에서 만난 한 명의 선교사님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우연히 만난 포토그래퍼와의 대화에서 그는 어떤 사진작가도 시티솔레에서 이렇게 사진을 찍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내게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런 소중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던 것은, 한 명의 선교사가 이 땅의 작은 밀알이 되었기 때문이다. 촬영하는 모든 순간을 그와 함께 동행 하였기에 이 이야기가 세상에 전해질 수 있었다. 내가 카메라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이렇게 이름 없이 묵묵히 '복음'이란 단어를 위해 자신의 삶을 소외된 사회에 바치며 살아가는 이들 때문이다. 그들은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사명을 감당하며 살아간다. 이들이 작은 밀알들이 있기에 오늘도 하나님의 나라는 계속 전파되고 있으며, 내게 허락하신 이러한 밀알의 이야기를 계속 찾고 카메라에 담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 오늘도 이름도 빛도 없이 한 알의 밀알을 뿌리는 세계의 모든 선교사님들을 위해 기도한다.



홍우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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