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자매가 어울려서 함께 하는 선교

형제자매가 어울려서 함께 하는 선교

[ 땅끝편지 ] 독일 허승우 선교사<9> 예장유럽선교회

허승우 목사
2023년 03월 07일(화) 08:18
2012년 4월 독일 상텐(Xanten)에서 열린 예장유럽선교회 창립대회.
2015년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선교대회.
아차산을 바라보며 올라갔다가 광나루를 바라보며 내려오는 3년을 하루같이 주님의 제자로 훈련받은 사람들이 베드로와 바울이 누워 있고(로마), 마가(베네치아)와 야고보(스페인)가 순례의 대상이 된 유럽에 와서 복음을 전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복되고 영광스러운 일이다.

유럽에 첫 선교사로 총회의 파송을 받은 분은 1976년에 독일 선교사로 오신 김종렬 목사님이시다(김종렬, 송영애 선교사 독일 총회 파송 제1호 선교사, 김태현 필리핀 선교사 글). 그 이후 각 나라로 많은 선교사들이 유럽으로 왔다. WCC 산하에서 사역하는 에큐메니칼 동역 선교사들, 1990년 동유럽 민주화 이후 동유럽 나라들에서 사역하는 에큐메니칼 동역 선교사들, 영국개혁교회(URC, United Reformed Church)와 긴밀한 동역 관계를 하면서 영국 현지 교회 성도들을 섬기는 영국 선교사들, 타종교권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튀르키예 선교사들, 유럽에 사는 10만 명의 디아스포라 한인들을 품고 유럽 복음화를 위하여 기도하며 현지 교회들과 동역하는 한인 목회 선교사들. 유럽의 선교사들은 총회 세계선교부의 삼중 선교 영역(에큐메니칼, 타문화권 현지인 사역, 한인 목회) 안에서 서로 협력하며 신실하게 사역을 해 오고 있다.

유럽에 첫 총회 파송 선교사가 온 후 15년의 시간이 흐른 1991년 7월 2일, 유럽의 각 나라에서 사역하고 있던 많은 선교사들이 프랑스 파리에 모였다. 유학을 와 있던 많은 동문들도 함께 모였다. 유럽선교사들과 동문회가 같이 연합으로 모여 서로 서로 격려하며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예장유럽선교사회'가 조직되었다. 선교사회는 나라와 사역의 다양성과 상황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총회 산하의 신학교들에서 공부하고, 목사가 되고, 선교사가 된 같은 형제자매들로서 사역을 나누고, 서로 격려하고, 선교적 코이노니아를 갖는 모임으로 2011년까지 20년 간 지속되었다.

유럽선교사회의 모임은 항상 반갑고 즐거웠다. 선교사회 모임은 항상 부활절 다음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회장이 있는 도시 혹은 주변의 유명한 도시에서 열렸다. 가족 단위로 모였기에 자녀들과 여성선교사들이 특히 행복해 했다. 감사하게도 자체적으로 재정을 충당할 수 없었으나 항상 고국 교회의 목사님들의 지원이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그분들의 사랑의 섬김이 없었다면 유럽선교사들은 외로운 사역자들이 되었을 것이다. 고국에서 온 강사들은 재정만이 아니라 은혜의 말씀과 목회 경험도 풍성하게 전해주셔서 많은 선교사들이 새 힘을 얻었다. 특별히 잊지 못할 강사는 허준 목사(부산다일교회)다. 허준 목사는 2006년 비엔나대회에서부터 10년 넘게 매년 넘치는 후원과 사랑으로 먼 길을 오셔서 함께 참석해 주셨다. 특히 MK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어린 아이들을 불러 모아 따뜻한 사랑으로 돌보아 주셨다. 목사님의 사랑을 이어 지금도 김종삼, 박주은 영국 선교사가 많은 사랑의 수고를 해 주고 계신다.

유럽 '선교사회'는 사역보다는 '코이노니아'에 역점을 두었다. 1년에 한번 반갑게 만나는 시간이 좋았고, 밤을 새어 대화를 나누어도 끝날 줄을 몰랐다. 그러나 선교사들에게 사귐과 나눔만이 다가 아니었다. 선교사들은 보냄을 받은 사람들이었고, 그 보냄의 목적을 기억해야 했다. 유럽은 이미 한번 이교도에서 기독교인이 되는 기독교화(Christianization)를 경험한 대륙이다. 그러므로 이곳을 다시 선교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더 신중하고 겸손하며 지혜로워야 했다. 그래서 유럽을 기독교화(개종) 시키겠다고 오는 선교사들은 없다. 서로 형제자매 교회로서 유럽 교회들과 동역하며, 서로 부족한 것을 돕고,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것이 유럽 선교사들의 파송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4월 2일. 로마 제국의 북쪽 마지막 국경지역인 독일 쌍텐(Xanten)에서 유럽선교사회는 '예장유럽선교회'로 모임의 명칭과 조직, 목적을 바꾸었다. 2010년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2년 간 준비위원들이 먼 거리를 오가며 준비하였다. 이종실 선교사, 금주섭 선교사, 성원용 선교사, 손교훈 선교사 등이 많은 수고를 하였다.

예장유럽선교회는 현지인 사역과 에큐메니칼 사역을 위한 '선교와 일치 위원회', 한인목회 사역을 하는 '예장한인교회협의회', 여성 선교사들의 사역 모임인 '여성 위원회', 선교사 자녀들의 모임인 '차세대 위원회' 등 4개 위원회 그리고 선교신학연구원과 정책협의회로 조직되었다. 코이노니아 뿐만 아니라 유럽 선교를 위한 사역 중심으로 목적의 심화와 패러다임의 전환을 한 것이다. 모든 것이 부족한 필자는 예장유럽선교회가 조직된 후 첫 번째 회장으로 2년을 섬겼다.

예장유럽선교회도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2023년 예장유럽선교회(회장 이리노 선교사, 밀라노한인교회)는 4월 11일 밀라노에서 선교대회 및 총회로 모인다.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대면으로 모이는 뜻 깊은 자리이다. 다시 새롭게 유럽의 영혼들을 위한 선교적 대회가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그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가! 형제자매가 어울려서 함께 사는 모습!"(시편 133편 1절, 새번역)

허승우 목사 / 총회 파송 독일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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