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사역지 에티오피아

두 번째 사역지 에티오피아

[ 땅끝편지 ] 에티오피아 송의광 선교사<6>

송의광 목사
2023년 05월 02일(화) 15:49
에티오피아 시골 마을 모습.
'십자가의 날'에 십자가를 들고 행진하는 에티오피아정교회 사제.
2010년 9월 우리 가족은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는 아프리카 땅 에티오피아로 이동하였다. 공항도, 도로도 우즈베키스탄보다는 시설이 열악하였다. 여기는 한국 사람도 많지 않고, 동양인은 '차이나'라 놀리는 듯한 뉘앙스의 호칭을 받는 곳으로 집밖에 나가면 이목이 집중되는 그런 곳이었다. 후원교회에서 설립한 병원은 2004년에 개원하였는데, 에티오피아 내에서는 꽤 이름이 있는 병원이었다.

에티오피아에 도착하여 보니 많은 것이 새로웠다. 에티오피아에는 1700년의 역사를 가진 에티오피아정교회가 있고,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개신교회도 있고, 또 특이한 것은 무슬림이 34%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기독교인들과 비교적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점이었다. 종교간의 극심한 갈등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종족들 사이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나라이다.

나는 에티오피아에서 생활하며 사역하기 위하여 에티오피아 문화를 익히고, 말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병원에서의 사역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에티오피아를 새롭게 배우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두 번 째 시작하는 선교지이기 때문에 선교사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무엇을 먼저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현지 언어를 배우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 또한 에티오피아와 그 교회를 알아가는 데 힘썼다. 그러는 과정에서 발견한 신기하고 흥미로운 것들을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알리고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리하여 거기서 배우고, 듣고, 공부한 것들을 정리한 글을 묶어서 '에티오피아의 새벽을 깨우다'라는 제목으로 에티오피아에 대한 기초적인 입문서를 현장에 도착한지 3년 만에 출판하였다.

에티오피아 공용어는 암하라어인데, 이 말은 셈어 계통이지만 한국어와 문법적으로 비슷하고, 어순이 같으며 발음이 한국사람들이 따라 하기에 용이하여 다른 언어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SIL과 메카네예수스 교단이 함께 운영하는 조인트랭귀지스쿨(Joint Language School)에 등록하여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전 시간에 암하라어 공부를 하였다.

언어학교의 수업 구성은 중간에 경건회와 차 마시는 시간을 기준으로 그 전에 두 시간, 그 후에 두 시간으로 되어 있었다. 이 언어학교에서 언어를 가르치는 방법은 매우 신선하였다. 처음 몇 주 동안은 선생님의 말을 따라 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고 듣게만 하였다. 녹음한 것을 집에서 수 차례 반복하여 듣고 오는 것이 숙제의 전부였다. 시간이 흐른 후에 말을 조금씩 따라 하게 하였고, 그 후에 읽기를 알려 주었다. 이 방법은 언어를 공부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

또 언어학교에서 많은 선교사들을 만날 수 있었던 점이 좋았고, 몇몇은 지금까지고 연락하고 있다. 언어학교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학생들을 인솔하여 선교사로서 에티오피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장소로 데리고 가서 견학하게 하였다. 이런 이유들로 암하라어를 배우는 일이 내게는 무척 흥미로웠다. 그런 요소들보다 암하라어를 배우는 한국인을 격려하는 점들은 우리가 자기들의 말을 서툴게 할지라도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너무 반갑게 들어주고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나의 서투른 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에티오피아 사람들 때문에 암하라어를 배우는 즐거움이 배가되었다. 지금까지 나는 서양의 언어들을 배우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지만 성과는 더디게 나타났는데, 에티오피아 언어인 암하라어를 배우면서 서양 언어들을 배우면서 느꼈던 설움이 다 씻겨지는 것 같았다.

암하라어를 읽을 수 있게 된 후로부터는 병원 직원들과 경건회를 하면서 성경 구절을 암기하기 시작했다. 머지 않은 시기에 암기한 성경구절을 중심으로 짧은 메시지를 선포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현지에 도착한 1년 즈음에 단기간 에티오피아에 봉사하기 위하여 오는 봉사자들을 위하여 간단한 암하라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언어 교재를 출판하였다.

두 번 째 선교지 에티오피아에서의 적응은 우즈베키스탄의 그것보다 훨씬 빠르고 안정적인 가운데 진행되었다. 추방의 아픔과 새로운 선교지에 도착해서 다시 적응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새롭게 주어진 선교지에서 다시 정착해 가는 과정은 무척 흥미로웠다. 새로운 사역지에서의 도전은 몇 안 되는 추방된 선교사들에게 주어진 특권이다. 두 번 째 선교지에 정착할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송의광 목사 / 총회 파송 에티오피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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