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안식년과 두 번째 후원 중단

두 번째 안식년과 두 번째 후원 중단

[ 땅끝편지 ] 에티오피아 송의광 선교사<8>

송의광 목사
2023년 05월 16일(화) 16:11
풀러신학교 졸업식에서 논문 지도교수와 함께한 송의광 선교사(가운데).


에티오피아에서 의료선교를 수행한 지 6년의 시간이 흘렀다. 병원의 원목으로 또 의과대학의 교목으로 일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시 안식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첫 번째 안식년을 보내면서 '사역의 점검을 위해선 안식년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기에 그 간절함이 더했다.

미국 비자를 받아 풀러신학교에서 학업을 계속했는데, 논문 제목은 '치유사역을 통한 에티오피아 복음화 방안 연구'였다. 병원 원목으로 일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정리하고, 어떻게 하면 에티오피아의 의료 선교를 바르고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내용이었다. 지도교수의 친절한 도움으로 기한 내 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고, '논문이 잘 쓰여졌다'는 평가도 받았다. 미국에서의 안식년과 학위과정을 마치고 2017년 에티오피아로 복귀했는데, 그 전에 하던 병원과 현지인 교회 사역은 후임자가 맡고, 필자는 의과대학의 교목만 전담하게 됐다.

막내 아이가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20년, 코로나19가 에티오피아에서도 급격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후원교회로부터 에티오피아 사역을 한 달 안에 정리하고 들어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코로나19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가 언제 다시 뜰지 몰랐기에 아내와 막내는 먼저 한국으로 가게 했고, 나는 남아서 한 달 동안 짐을 정리했다. 2010년 우즈베키스탄에서 한 주만에 짐을 다 정리한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책은 도서관에 보내고, 옷가지는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었다. 다시 에티오피아에 돌아올 수 있기에 살림살이는 포장해 방 하나에 보관했다. 후원교회에서 이메일이 왔는데, 2020년 6월 말까지 후원을 종료한다는 통보였다. 후원교회의 입장에서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선교사의 입장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것이 많았다. 적어도 6개월이나 1년은 주어야 정리를 할 수 있을텐데,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그것도 연말도 아닌 해의 중간에 파송을 일방적으로 종료하는 것은 선교사로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앞길은 하나님이 인도해 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짐과 마음을 정리해 홀로 귀국했다.

두 번째로 주 후원교회로부터 후원 중단 통보를 받았을 때, 왜 이런 일이 나에게 또 생겼는지 잠시 고민해 보았다. 원인은 선교사와 현장 그리고 후원교회의 동반성장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년의 에티오피아 사역을 돌아보면 나름대로 선교적으로 성장했고, 현장도 많이 발전했는데, 후원교회가 에티오피아 선교에 있어서 성장하도록 돕지 못한 부분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후원교회가 대형교회이고 나름의 선교 정책이 있었기 때문에 선교사 개인이 선교적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하기 어려웠다는 자조 섞인 평가도 내려본다.

코로나 19가 심각하던 기간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한국에서 가족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였다. 이 기간에 총회 세계선교부를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었고, 총회 파송 선교사 훈련에 교수 선교사로 참여할 수 있었다. 2021년 10월 말, 2002년 처음으로 우리 부부를 선교사로 파송했던 교회가 다시 주 파송교회가 됐다. 이런 일이 쉽지 않음을 알기에 후원을 결정한 교회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고 싶다. 그 외에도 여러 교회, 기관, 가족, 개인들이 협력해 후원을 시작했기에 우리 부부는 다시 에티오피아로 돌아왔다. 이제는 에티오피아의 메카네예수스 교단과 협력해 선교사 모집, 훈련, 파송을 돕고, 그 외에 예배당 건축과 우물파기 등의 일에 힘쓰고 있다.

송의광 목사 / 총회 파송 에티오피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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