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인도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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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끝편지 ] 필리핀 장순현 선교사<4>

장순현 선교사
2023년 06월 27일(화) 14:52
아브라데일로그중앙초등학교 다목적선교센타 헌당식. 후원자들을 대표해 참석한 박기철목사와 학교 관계자들. 우측에서 두번째가 필자.
민도르 보건복지교육 담당 공무원의 주장은 우리가 운영 중인 기숙사가 불법이라는 것이었다. 기숙사는 교육시설에 해당함으로 관련법에 정하는 기준을 갖춰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먼저 이 곳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으니 영양사를 고용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거주하고 있으니 안전을 위해 24시간 경비원을 고용해야 한다. 또한 기숙사로 운영되고 있으니 사감선생님도 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외에도 아이들의 건강 유지와 간단한 처치를 위한 양호교사 역시 임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관련법이 정한 감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고, 법적 기준에 맞게 규모와 안전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사실상 문을 닫으라는 것과 진배없었다. 교회 시설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직원들이 번갈아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명의 교사를 채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일단 잘 알겠다고 답한 뒤, 안면이 있던 현지 공무원과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결론은 한결 같았다. 이런 시설이 한 번도 운영된 적이 없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으로서도 원칙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무거운 마음으로 한국에 전화를 걸었다. 이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는 목사님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의논했다. 결론은 크게 달라질 것이 없었다.

하지만 한국의 후원교회에서도 관련법이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맞춰주는 것은 어려웠다. 그렇다고 법을 어기면서 사역을 지속할 수도 없었다. 나는 더 무거워진 마음으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안타깝게도 망얀족 미래 세대 양성을 위한 기숙사 운영은 2년 만에 막을 내렸다. 우리를 믿고 자녀를 맡긴 망얀족 부모님들과 헌신적으로 학생들을 돌봐 준 현지 직원들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면목이 없었다. 이런 시설을 운영하면서 제도적인 요건을 미리 점검하지 못한 필자의 책임이 컸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산 속으로 하나 둘 떠나보낸 후 죄책감 때문에 한참을 멍하게 지냈다. 그런데 주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그림을 가지고 계셨다. 나는 이 일이 이렇게 흘러가리라고는 전혀 상상을 못했다.

어느날 우리 망얀족 아이들이 다니는 아브라데일로그중앙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필자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그녀는 우리 교인이었다. 먼저 우리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며 위로의 말을 전했고, 필리핀을 사랑하고 애써주는 것에 대한 감사의 말도 했다. 나는 그냥 형식적인 인사로 여겼다. 그런데 자신이 어떤 제안을 하고 싶다며, 학교 외부에다 기숙사를 설립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인데, 그 시설을 본인의 학교 안에 만들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필자는 그게 무슨 의미냐고 물었다.

교장은 뜬금없이 자신도 거듭난 그리스도인이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얼마 전 시한부 선고를 받고 병원에 입원했는데, 같은 병으로 수술실에 들어간 사람들 모두가 죽었지만 자신은 살았다고 간증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주님의 은혜와 기적을 체험한 후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던 중 나를 만나러 온 것이었다. 교장은 학교 부지 내에 건물을 신축하면 학교장 관할로 바뀌기 때문에 별도의 시설 규정이나 관련 규정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의 만남이 현재 초등학교 내에 세워진 '원이너프 다목적선교센터'의 시발점이 되었다.

장순현 / 총회 파송 필리핀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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