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신학교와 까비떼주립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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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끝편지 ] 필리핀 장순현 선교사<6>

장순현 선교사
2023년 07월 11일(화) 14:40
장순현 선교사가 주지사에게 교회 건축 중 발생한 어려움을 전하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주지사는 받지 않았다. 업무차 마닐라로 이동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주지사가 타고 나갈 배 시간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 시간에 맞춰 배를 예약했다. 배에서 주지사를 만났는데 주위 시선을 의식했는지 나중에 얘기하자고 했다. 주지사의 차량이 하선해 마닐라로 향했다. 필자는 전화로 주지사에게 휴게소에서 만나자고 했다. 혹시라도 만나주지 않을까봐 빨리 차를 몰아 먼저 휴게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시 전화로 휴게소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연락했다. 얼마 후 주지사의 차량이 휴게소에 도착했다. 나는 다짜고짜 주지사를 데리고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주지사에게 현재 마아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얘기하고 도움을 청했다. 얘기를 유심히 듣던 주지사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건축을 방해하고 있던 그 인사에게 직접 전화한 것이다. 주지사는 쓸데없이 일 만들지 말고 협조하라고 말했고, 연락을 받은 그 위원장은 매우 당황한 듯 수긍했다. 분위기를 통해 일이 잘 해결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님이 역사하셨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번달 후원교회의 주선으로 이 주지사를 포함해 서민도로 국회의원 및 시장들이 한국을 방문해 우리나라 정치인들과 만나게 된다. 주님이 이 방문을 어떻게 이끄실지 알지 못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래에 꼭 필요한 일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민도로에 개척된 교회 하나 하나는 주님의 특별한 호의와 인도하심 가운데 세워졌다. 그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고 역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내게 교회 개척보다 더 중요한 사역이 하나 있다. 그것은 각 교회를 섬길 사역자를 훈련시키는 일이다. 그래서 까비떼에 2005년 신학교를 세우고 목회자 양성을 시작했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복음신학교(ETS: Euangelion Theological Seminary)'다. 그리고 민도로 사역지를 위해 신학교 분교를 세웠다. 특히 망얀족 교회의 경우 같은 따갈로그족 목회자가 목회하는 것이 한계가 있어 망얀족 지도자도 세워야 했다. 정서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이는 어쩔 수 없다. 따갈로그족들의 거주지와 망얀족의 거주지가 달라 왕래하며 사역하기도 어렵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심과 편견 또한 무시하기 힘든 요소다. 물론 일부 망얀족 교회의 경우 헌신된 따갈로그 사역자를 뽑아 보낸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같은 망얀족 가운데서 교회 사역자를 세워야 한다. 많은 망얀족들이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해 일반 필리핀 신학교를 진학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필자는 오랜 준비 끝에 현지 교수진을 확보하고 민도로에서 교회 건물 일부를 활용해 신학교를 시작한 것이다. 신학교는 처음부터 의외로 수준 높은 교수진이 함께 했다. 아내의 동생 신우철 박사도 합류했다. 신 박사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히브리대 등에서 공부했다. 신 교수는 연세대에서 9년 간 강의했는데 방학 때마다 필리핀에 와 막 출범한 복음신학교의 기틀을 잡아주었다.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필리핀 사역자들의 배움에 대한 열기는 매우 높았고, 신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2022년에 이곳에 완전히 들어왔다. 현재 신학교 부총장을 맡아 민도로와 카비테 캠퍼스를 오가며 현지 사역자들의 교육과 훈련에 전념하고 있다. 2023년 현재 60여 명의 신학생이 공부하고 있으며 민도로에도 22명의 사역자들이 목회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앞으로 2~3년 후에는 신학적으로나 신앙적으로 잘 훈련된 사역자들이 배출돼 각 교회들이 더욱 건강하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필자는 이 복음신학교(ETS)외에 카비테주립대학교와 업무협약을 맺어 철학박사(교육학 전공) 과정도 시작했다. 선교사 재교육이 목적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카비테주립대학교 박사과정은 '예수사랑학교(JILA: Jesus Is Love Academy)' 사역에 도움이 됐다. 예수사랑학교는 내가 필리핀으로 파송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교육선교사역을 위해 2004년 설립한 미션스쿨이다. 처음에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필리핀 아이들을 위한 무료학교로 시작했다. 그런데 소문이 나면서 많은 학생들이 몰려왔고 어느덧 이 학교가 사역의 중심에 놓이게 됐다. 내가 민도로 사역에 집중하느라 아내 신선희 선교사와 사위 김혁식 선교사, 딸 장훤 선교사, 장샘 선교사가 학교를 주로 맡게 됐는데, 필리핀에서는 외국인이 교장을 하려면 교육학 석사 이상의 학위가 필요했다. 그래서 아내 신선희 선교사도 내가 주임교수로 사역하는 카비테주립대학교에서 공부하게 됐다. 사역에만 집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학교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아내 역시 계속 공부했고 드디어 2012년에 박사학위를 받게 됐다.

장순현 / 총회 파송 필리핀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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