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교회와 현지인교회 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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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끝편지 ] 필리핀 장순현 선교사<8>

장순현 선교사
2023년 07월 25일(화) 15:35
까빅나얀 해피드림교회의 교인과 어린이들.
선교사들이 선교지에 나오면 결정해야 하는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목회를 할 것인가 아니면 선교를 할 것인가'이다. 당연히 '둘 다 하는 것이지 않냐'고 반문하겠지만 사실 이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선교지에서도 예배를 드려야하기 때문에 당연히 교회를 개척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맞다. 실제로 많은 선교사들이 그렇게 한다. 그것이 한인교회일수도 있고 현지인 교회일수도 있다. 그런데 사역이 필자처럼 민도로 등 여러 곳을 며칠 씩 돌아다녀야 하는 경우엔 목회와 선교는 양립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목회에 집중하든지 선교에 집중하든지 택일을 해야 한다. 어떤 선교사들은 목회에 집중한다. 또 어떤 선교사는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선교에 집중한다. 필자는 후자에 속했다. 예수사랑학교가 있는 카비테 지역과 민도로 섬을 오고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목회와 선교를 둘 다 하게 됐다.

코로나 이전의 일이다. 한 때 한국에서 자녀들을 1~2년 해외에 보내 공부시키는 것이 유행했다. 우리가 운영하는 예수사랑학교에 어느 순간부터 한국 아이들이 한 두 명씩 늘어나는가 싶더니 수십명의 학생들이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씩 유학하는 경우가 생겼다. 게다가 아이들과 함께 온 어머니들까지 포함해 학교와 주변 빌리지로 많은 한국인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는 믿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한두 명 모여 기도모임으로 시작한 것이 어느 순간 수십 명이 예배드리는 교회가 됐고 이것이 현재의 '해피드림교회(Happy Dream Church)'의 시작이 됐다. 독자들은 민도로에 세워진 교회들이 공통적으로 '해피드림교회'라는 명판을 달고 있는 것을 눈치 챘을 것이다. 마아심 해피드림교회, 까빅나얀 해피드림교회 등 60여 교회들이 해피드림이란 이름을 공유하며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촌스럽고 한편으로는 순박해 보이는 이 이름이 사실 우리가 지향하는 교회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모두가 그리스도의 복음 가운데 행복한 꿈을 꾸며 살아가길 소망하며 이렇게 이름지었다. 수년간 해피드림교회는 수많은 한국 학생과 학부모들의 필리핀 생활을 도왔고, 함께 선교했고, 같이 여행하며 추억을 쌓았다. 지금도 이곳 카비테에 주일 11시만 되면 어김없이 예배의 시작을 알리는 찬양이 흘러나온다. 비록 지금은 대부분 한국으로 떠나 소수 인원만 모이지만 주님이 보내주시면 언제라도 새 성도를 맞아 함께 예배하며 신앙 중심의 해외생활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 혹시 필리핀으로 자녀 유학을 계획하는 가정이나 교회, 또는 짧게라도 이곳 카비테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 분이라면 언제든 환영한다.

한국인이 모이는 '해피드림교회' 외에도 이곳 카비테에는 현지인이 예배를 드리는 여러 '해피드림교회'가 있다. 나는 학교 교목 등 만나는 현지인 지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교회 개척을 요청했다. 또한 신학교 학생들에게도 세상으로 나가 교회를 개척할 것을 강조했다. 교수들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6월 근처의 '카불루산'이란 곳에서 '카불루산 해피드림교회'가 헌당식을 가졌다. 우리 신학교 교수인 힐 교수가 직접 목회하는 교회다. 주후원 교회인 새영교회 교인들과 신학생들, 그리고 우리 해피드림교회 식구들이 모여 하나님 나라가 계속해서 세상을 침노하고 있음을 선포했다. 그리고 주위의 다른 선교사들도 우리 신학교 학생들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많이 하는데, 주로 선교사들이 세운 현지인 교회에 우리 신학생을 파견해 섬기게 하고 있다. 또한 필자는 신학생들에게 분명한 비전과 목적을 갖고 개척을 준비하라고 독려하며 한국교회와 연계해 새로운 현지인 교회 개척을 계속하고 있다.

요즘 한국과 서구 교회는 복음전파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오히려 성도수가 감소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필리핀의 상황은 다르다. 예수님이 던지라는 곳에 던지면 말 그대로 많은 열매를 거둔다. 우리 사역을 후원하는 모든 분들에게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직접 전도하고 열매를 맺지 않더라도 선교사를 위해 기도하고 후원하면 주님의 오실 날이 빠른 속도로 앞당겨질 것이라고. 우리 각자는 주님의 지체로서 합력하여 주님의 의를 이루고 있다.

장순현 / 총회 파송 필리핀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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