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 선장 "큰 잘못...자다가도 눈물"

세월호 이 선장 "큰 잘못...자다가도 눈물"

세월호 10주기 맞아 이준석 선장 면회한 장헌권 목사, 면회 내용 공개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4년 03월 14일(목) 10:34
이 선장과 주고받은 편지와 면회 메모를 정리하고 있는 장헌권 목사.
면회를 위해 순천교도소를 방문한 장 목사.
"내가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가슴 아프게 한 분들을 있게 해서 나도 가슴이 아픕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자다가도 일어나서 눈물이 나옵니다."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79)가 세월호 사고 10주기를 앞두고 면회를 간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의 인권운동가 장헌권 목사(서정교회)에게 심경을 털어놓아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장헌권 목사는 지난 7일 오후 전남 순천교도소에서 무기징역형을 받고 복역 중인 이준석 씨를 면회하고, 이날 나눈 대화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장 목사에 따르면 "이 선장은 자신이 못할 일을 했다며 반성하는 모습이었다"며 "여러 명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기도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 목사는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계속해서 유가족들을 만나고, SNS를 통해 희생자를 애도해왔다. 광주에서 열린 모든 세월호 공판을 방청했던 그는 지난 2014년 6월 광주지법에서 열린 이씨의 재판을 본 후 이준석 씨 등 선원 15명에게 편지를 썼으며, 지난 2018년 1월 순천교도소로 이감된 이준석 선장을 처음 면회했다. 그 뒤로 장 목사는 이 선장과 여러 통의 편지를 주고 받았다.

이전 주고 받은 편지를 통해 이 선장은 장 목사에게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는 자기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 이야기 하면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고인들,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수차례 고백하기도 했다.

한편, 이 선장은 2018년 11월 12일 장 목사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를 통해서는 "때로는 악몽에 시달릴 때도 있으며 마음이 불안하거나 혼란스러울 때마다 주님께 기도한다. 하루하루 기도하지 않으면 더 많은 우울과 괴로움이 찾아올 것 같아 모든 것이 괴롭고 힘이 들더라도 반성하고 기도 드리고 있다"며 "지난날을 수없이 되돌아 보아도 저 자신이 미워지고 저 자신에게 화만 날 뿐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기에 답답하고 가슴이 아플 뿐이다"라고 고백한 바 있다.

지난 8일 면회를 마치고 난 후 장 목사는 "이준석 선장도 신앙생활을 하고 있고, 아내분도 믿음 생활을 하면서 남편에게 계속 회개기도를 할 것을 권하고 있다"며 "양심 고백이나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한 사람의 목회자로서 그 영혼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그분이 거절하지 않는 한 기도하면서 면회와 편지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참사 10주기가 되는 동안 특검 등의 조사가 있었지만 피해자 유가족들은 아직 만족하지 못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원하고 있다. 진실이 규명되고 책임자가 처벌될 때 사회가 안전한 사회가 되고, 생명에 대한 존엄성도 존중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며 "특히 한국교회가 유가족들의 트라우마와 상처, 고통을 돌보면서 우는 자와 함께 우는 교회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장 목사는 이 선장에게 약간의 영치금과 과자, 음료수, 그리고 자신의 저서 '서울 가는 예레미야'를 전달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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