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드라마 보고 탈북 결심 ... 자본주의 인식 밝아져

한국드라마 보고 탈북 결심 ... 자본주의 인식 밝아져

통일부 장관 제54차 극동포럼서, '북한 경제 사회 실태 인식' 전해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4년 03월 25일(월) 05:38
김영호 통일부장관 초청 '북한의 경제 사회 실태와 정부의 통일정책 방향'을 주제로 한 제54차 극동포럼(회장: 정연훈).
김영호 장관은 이날 20여년 동안 탈북민 6351명을 심층 면접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결과를 토대로 북한의 경제와 사회 실태를 분석했다.
한국드라마를 통해 북한 주민들이 자본주의에 대한 인식이 밝아지고, 이러한 변화가 탈북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9일 극동아트홀에서 열린 제54차 극동포럼(회장: 정연훈)에서 김영호 통일부장관은 '북한의 경제 사회 실태와 정부의 통일정책 방향'을 주제로 강연하며 "북한을 군사적 측면이 아닌 문화적 측면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점차 변화를 맞이하게 된 가장 가장 큰 이유는 문화장벽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김 장관은 "북한 주민들이 외부 영상물을 통해 자본주의 문화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한국 드라마"라면서 "북한 주민 83%가 한국 드라마를 본 경험이 있으며, 이것이 탈북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고 밝혔다. 아울러 탈북민 대다수가 북한에서 극동방송을 들은 경험이 있고, 이를 통해 신앙의 자유를 찾아 탈북하게 된 경우도 설명했다.

이날 강연은 20여년 동안 탈북민 6351명을 심층 면접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결과를 토대로 북한의 경제와 사회 실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탈북민의 증언을 분석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53.2%가 정권을 위한 희생 보다 개인사를 더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59.6%는 김정은의 리더십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장관은 "배급제가 끊어진 것과 경제적 어려움이 정권에 대한 불신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사실상 배급제가 붕괴되면서 주민들은 생계를 위해 종합시장(장마당)에서 식량을 조달하고 있다. 응답자의 93.4%가 '장마당을 더 선호한다'고 밝혔고, 93.6%는 '장사를 해야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장마당에 참여하는 여성의 비중이 45.9%를 차지하면서 여성의 위치가 상승하고 결혼 연령도 높아졌다. 30세를 넘겨 결혼한 비율이 2000년 이전 1.9%에서 2016~2020년 17.5%로 급증했다. 이 밖에도 응답자 93.1%가 김정은 집권 이전보다 빈부격차가 상승했다고 밝혔으며, 54.9%가 3대 세습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편 북한의 대남정책에 대해서는 김 장관은 "북한 주민들이 남한을 동경하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지도에서 남한을 지우는 등 한국의 존재에 대해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3만 4000여 명의 탈북민이 남한에 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7월 14일을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제정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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