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의 역사 속에 기독교가 있다

협동조합의 역사 속에 기독교가 있다

[ 교계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3년 04월 05일(금) 15:46
"민중의 가난 품은 협동조합 안에 민중의 눈물 껴안은 교회 있다"
민주주의 평등 창의성 등 가치 발전할 때 하나님 원하시는 삶의 회복 가능
기독교적 형제애로 현실 고통 극복, 협력ㆍ비폭력적으로 '세상 개혁' 신념
 
1844년 영국에서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이 협동조합으로 최초의 성공을 거둔 이래 협동조합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천천히 그리고 꾸준하게 성장해 왔다. 협동조합이 처음부터 가난하고 힘없는 노동자들의 자립, 자조를 위해 설립된 만큼 협동조합의 역사 속에는 민중들의 고통을 직시하며 이들을 위해 협동조합 운동에 뛰어든 기독교인 선각자들이 많다. 이들은 이 땅 위에 하나님의 나라 건설을 실현한다는 신학적 바탕 위에서 개인구원뿐 아니라 사회구원을 위한 복음을 전파하려고 노력했다.
 
# 몬드라곤 설립자 호세 마리아 신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협동조합 사례로 알려진 스페인 몬드라곤의 경우에도 1956년 시작될 당시 돈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 신부에 의해 설립됐다.
 
호세 마리아 신부가 1941년 스페인 바스크 지역의 시골마을에 부임했을 때 당시 이 지역은 독일 히틀러 군대의 공습을 당해 폐허가 되어 있었고, 1만 명의 시민 대부분도 고향을 떠난 상태였다.
 
호세 마리아 신부는 지역 주민들의 영적인 생활에만 관심을 가졌던 것이 아니라 이들이 현실의 삶 속에서 겪고 있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이 가난을 극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이러한 고민 끝에 설립된 것이 몬드라곤의 첫 협동조합 '울고(ULGOR)'였다. 호세 마리아 신부는 지역민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가난을 극복하자고 주민들을 설득해 기술학교를 설립했고, 결국 1956년 기술학교 졸업생 5명과 노동자 23명이 힘을 모아 석유난로 공장을 설립했다. 이 석유난로 공장의 이름이 몬드라곤의 첫 협동조합이 '울고(ULGOR)'였다.
 
현재 몬드라곤 내에는 1백11개의 협동조합, 1백20개 자회사 등 총 2백55개 사업체를 거느린 기업집단으로 성장하며, 세계 최대의 협동조합으로 유명해졌다. 몬드라곤이 이렇게 수십년의 세월동안 큰 기업으로 성장을 한 후에도 설립자 호세 마리아 신부의 설립정신은 유지되고 있다.
 
# 영국 기독교사회주의자들의 노동자협동조합
 
   
세계 최초의 성공적인 협동조합은 1844년 영국의 로치데일에서 생겨났다. 스물여덟명의 직공이 1파운드씩 출자해 밀가루와 버터, 설탕 등을 바가지 씌우지 않고 정직하게 판매하는 소비자 협동조합을 세웠다. 이후 로치데일 방식을 채택한 소비자협동조합은 영국 북서부 공업지대를 중심으로 탄생해 성공하며 19세기 후반 영국의 협동조합운동을 주도해나갔다. 이때 영국에서는 이들과는 다른 협동조합운동이 기독교 사회주의자들로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영국 협동조합에 사상의 숨결을 불어넣은 로버트 오웬과 자신들을 구분하며 스스로를 기독교사회주의라고 칭했다. 이들은 세계 최초의 협동조합법인인 산업공제조합법이 제정되는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노동에 따른 이익 분배라는 이념과 실천을 협동조합운동진영에 전파했다. 이들은 노동자들이 자본의 착취 대상이 아니라 산업의 동반자가 되는 관계를 산업파트너십이라고 부르기도 하면서 이런 관계 속에서 자본과 노동의 대립이 해소된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 후 협동조합이 다시 붐을 이루는 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 일본 협동조합의 아버지 가가와 도요히코
 
   
가가와 도요히코 목사는 간디, 슈바이처와 더불어 20세기 초 가장 헌신적인 사회 운동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가가와 도요히코 목사는 일본의 빈민 운동을 비롯해 노동 운동, 농민 운동, 탁아 운동, 그리고 그가 가장 열정적으로 정력을 쏟은 소비자 생활협동조합과 의료 생활협동조합을 탄생시킨 사회 운동가였다. 그는 노벨 평화상과 노벨 문학상 후보로도 추천되기도 한 인물이다.
 
그는 1920년 오사카에 공익사(共益社) 설립, 1921년 고베소비조합 설립, 1924년 동경학생소비조합 설립, 1927년 고토소비조합, 1928년 사역나카노사토, 1931년 동경의료소비조합 설립, 1945년 일본 협동조합동맹 조직 1951년 일본생협연합회 창립 등 일본의 협동조합 운동을 이끌었다.
 
그는 "진정한 경제혁명은 생명에 대해 자각한 의식이 사회화할 때에만 이뤄진다. 바꿔 말하면, 기독교적인 형제애의 발전이 이상적 경제사회 발전의 기본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며, 협동조합운동이 그의 신앙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수 많은 협동조합을 설립했는데 그 중에서도 고베 생협과 나다 생협이 합병한 코프 고베는 조합원이 1백30만 명이 넘는 일본 최대이자 세계 최대의 규모의 생협으로 발전했다.
 
#협동조합운동과 기독교의 공통점
 
그렇다면 협동조합의 발전에 이렇게 기독교인들의 활약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기독교와 협동조합 운동이 추구하는 가치 사이에 공통점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협동조합 전문가인 김형미 이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는 그의 글 '기독교사회주의자들의 협동조합운동 사례'에서 "19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한 협동조합운동은 사회주의 운동과 정신적 기반이었던 기독교의 영향을 모두 흡수하면서 성장했다"며, "자치와 상호의존성, 그리고 호혜와 협력으로 비폭력적으로 세상을 개혁하는 길에 대한 신념 등은 기독교와 통하는 협동조합운동의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신학자 김용복 박사(아시아태평양생명학연구원 원장)도 기독교의 사상과 협동조합의 사상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성경과 협동조합의 정신 사이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며, "민주주의, 평등, 창의성 등 협동조합의 가치가 발전할 때 성서에서 하나님이 원하셨던데로의 인간 삶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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