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시 주일예배, 한번쯤 빠지면 안될까요?

휴가 시 주일예배, 한번쯤 빠지면 안될까요?

[ 기획 ] 여름 휴가, 주일예배는 인근 교회에서 드리세요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5년 07월 13일(월) 18:18

바야흐로 여름 휴가의 시즌이 돌아왔다. 마흔 두 살의 김평범 집사(가명)는 올해 여름 휴가를 준비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에 대한 기대감에 젖기도 하지만 여행기간에 주일이 포함되어 마음 한 구석에는 부담감이 엄습하기도 한다. 안수집사로서 본교회에 출석하지 못해 담임목사에게 죄송하고, 매주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기 때문에 맡고 있는 아이들과 동료 선생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주일날 예배는 어떻게 드릴까 하는 문제다. 휴가지 인근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지 가족끼리 방 안에 모여서 드릴지에 대해서도 결정해야 한다. 사실 지난 결혼 10년 동안 휴양지에서의 분위기에 휩쓸려 예배를 드리지 않고 넘어간 날도 없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러한 부분들을 미리 정해놓고 떠나려고 한다.
 
평범한 기독교인이라면 휴가를 떠날 때 김 집사와 같은 고민을 해본 이들이 많을 것이다. 휴가철을 맞아 주일을 휴가지에서 보낼 예정인 이들을 위해 신학자와 휴가지에 위치한 교회의 목사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서울장신대 김세광 교수(예배학)는 "과거에는 주일은 자신이 섬기는 교회에서 지켜야 한다는 의식을 가진 목회자나 교인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대부분의 목사들과 교인들의 의식이 많이 변했다"며 "이제는 주일예배를 본교회에서만 드려야 하는가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휴가 때 더 폭넓은 신앙교육을 위해 어떻게 주일을 보내는게 좋을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휴가시 '인근 지역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과 '가족들끼리 방 안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에 대해서 김 교수는 공예배 참석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김 교수는 "주일 공예배는 신앙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만큼 가족들끼리 드리는 예배와는 구별해야 한다"며 "주일에는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공예배에 참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자칫하면 신앙이 너무 느슨해질 수 있다"고 충고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중문관광단지 인근에 위치한 제주노회 제주중문교회의 오공익 목사는 "관광객들이 휴가지에서 인근 교회를 찾아올 경우 그 지역 목사들에게 활력소가 된다"며 "요즘은 관광지의 많은 교회들이 관광객들을 섬기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만큼 휴가를 와서도 꼭 지역교회에 참석하라"고 말한다.
 
제주중문교회의 경우는 아예 주일 오전 9시 예배를 관광객들을 위한 예배로 특성화 했다. 중문교회에 오는 관광객들은 교회에서 마련한 환영카드를 작성하게 된다. 관광객이 카드를 적어내면 광고 시간에 관광객을 소개하며 전교인이 축복송을 불러준다. 점심식사도 무료로 제공한다.
 
그러나 오 목사는 관광객 예배자들이 지켜야할 최소한의 에티켓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첫째는 예배시간에 대한 예의다. 너무 늦거나 예배 중간에 온가족이 우르르 빠져나갈 경우 예배 분위기가 흐릴 수 있다는 것. 또한, 아무리 휴가지이지만 너무 편한 복장보다는 공중시설에서 불쾌감을 주지 않을 수준은 지키는 것이 좋고, 재정이 미약한 시골교회를 위해 주정헌금 수준의 연보를 하는 것도 시골교회에게 힘을 북돋아줄 수 있다고 오 목사는 충고했다.
 
대형 리조트를 가족이나 지인들 단위로 방문하는 경우 최근에는 리조트마다 자체 예배시설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미리 알아두면 좋다.
 
홍천전원교회 박원재 목사의 경우는 인근의 D리조트 내에 있는 교회를 방문해 주일마다 예배를 인도한다. 리조트 내에 있는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지만 관광객들과 감동적이고 살아있는 예배를 드리기 위해 박 목사는 매주 성찬식을 집례한다.
 
박 목사는 "리조트에 오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방 안에 모여 예배를 드리거나 아예 주일예배를 거르는 것 같다. 10명이 방문하면 1~2명만이 리조트 내에 있는 교회를 찾는 것 같다"며 "특히 직분을 가진 평신도들은 자신이 주일날 놀러왔다는 것을 숨기고 싶어 하는 경향 때문에 방 안에서 조용히 예배를 드리는데 휴가지에서도 예배에는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박 목사 역시 관광지 예배자들에게 헌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 목사는 "1000만 농촌인구가 지금 370만 명으로 줄어든 상태에서 영혼의 못자리인 농촌 교회에 올 때 헌금을 해주고 가면 목회자들에게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가 시무하는 홍천전원교회는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평양노회 큰빛교회(박영득 목사 시무)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큰빛교회는 홍천전원교회 근처에 부지를 마련해 펜션을 짓고, 주말동안 목장별로 방문해 휴식을 취하면서 주일에는 홍천전원교회를 방문해 예배를 드리고 있는 것.
 
박영득 목사는 "주중 내내 생업에 종사하고 주일에도 하루 종일 봉사하면서 파김치가 되어 있는 성도들을 보면서 이 분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 고민하다가 펜션을 생각하게 됐다"며 "일년에 한 두번은 주말에 가족끼리 교회 사역에 대한 생각도 모두 내려놓고 본교회 출석에 대한 부담도 갖지 말고, 홍천전원교회에 가서 예배드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성도들의 반응도 좋고, 교인수나 재정적인 면에서 연약한 홍천전원교회에 매주 큰빛교회 교인들이 방문해 예배도 드리고, 교제하며 헌금까지 해 농촌교회도 살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끝으로 올여름 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 김세광 교수는 다음과 같이 충고했다.
 
"최근 우리나라의 어느 지역이라도 교회를 찾기 어려운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휴가지에 가기 전 미리 인터넷 검색으로 교회를 알아보거나 담임목사의 추천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봉헌도 예배의 한 부분이므로 정성껏 준비해 시골교회에 힘을 줄 수 있는 성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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