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자치적 역량 존중하니 '성도도 사역자'

다양성, 자치적 역량 존중하니 '성도도 사역자'

[ 우리교회 ] <우리교회> 조화로운 목회의 모델 '경서교회 구미시민교회'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6년 08월 29일(월) 14:41

【구미=표현모 기자】경서노회 구미시민교회(조민상 목사 시무)의 목양실은 다방(茶房)을 방불케 한다. 방문객이 오면 조민상 목사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보이차를 우려내어 몇 잔을 권한다. 부드러우면서도 깊이 있는 차의 풍미를 음미하는 동안 들뜬 마음이 가라앉고 서로가 서로에 대해 더욱 집중하게 된다. 교회라는 영성의 공간에 차향이 더해지면서 서로의 진심과 호의가 잘 전해지는 느낌이랄까? 조 목사와의 대화는 이렇게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우리 교회는 설립한 지 36년 지났습니다. 젊은 교회죠. 원로 목사이신 정영화 목사님이 1980년 개척해서 28년 정도 사역하셨습니다. 6명으로 시작한 교회가 경서노회에서 가장 큰 교회가 됐죠. IMF 때 교회당을 건축했는데 그걸 충분히 극복한 저력있는 교회였습니다. 이런 교회에 제가 2대 목사로 오게 된 건 큰 복이죠."
 
전임 목사가 개척해서 훌륭하게 목회한 교회에서 후임 목사가 사명을 잘 감당하는 것은 우리가 여러 예에서 알다시피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목사는 "원로 목사님이 아버지처럼 잘 밀어주시고, 당회도 협력을 잘 해주신다"며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 교회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평안한 교회"라고 자랑한다.
 
다행히 조 목사가 와서도 교회는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조 목사가 담임으로 부임해서 처음 한 일이 비전을 만드는 일이었다고 한다. 비전위원회를 조직해서 6개월 동안 어떤 교회가 되길 원하는가 함께 고민하고 토론했다. 그 결과 구미시민교회가 도출한 비전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위대한 교회'였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나와 가정, 그리고 교회가 변화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고, '위대한 교회'란 큰 교회를 지향하는 것이 아닌 복음과 계명, 사명이 있어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자는 뜻이 들어있는 문구라고 설명했다.
 
구미시민교회는 사역의 균형과 조화를 중시한다. 그래서 예배, 선교, 교육, 봉

▲ 담임 조민상 목사.

사, 교제를 교회의 다섯가지 사명으로 삼고, 5년마다 한번씩 이러한 분야들을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한해에 한 분야씩 강조를 하고 있다. 올해는 '교육'의 해로 표어를 '경건을 배우고 준행하며 가르치자(에스라 7:10)'로 세우고 큐티와 새벽기도, 말씀 읽기에 집중하고 있다.
 
주일예배도 세대별 균형을 위해 예배 형식에 있어서도 다양성을 추구한다. 1부는 묵상 중심, 2부는 현대적 감각의 예배, 3부는 전통적 예배, 4부는 젊은 코드의 예배다. 단, 예배에 성도들이 더욱 집중하게 하기 위해 강대상의 모든 의자들을 치운 것이 특징. 강대상에는 십자가와 성경만 있다. 예배자가 예배에만 집중하게 하기 위한 조 목사의 원칙 때문이다.
 
조민상 목사 목회철학의 큰 축 중 하나가 '균형잡힌 목회'라면, 또 다른 축은 '성도 한명 한명이 모두가 목회한다'는 원칙이다. "저는 담임목사로 목회하고, 다른 평신도들도 다 그 자리의 사역자로 목회하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 일례로 교회에서는 권사들로 구성된 10명의 지역장을 세웠는데 타교회의 전도사 이상으로 사역을 한다. 이들은 많게는 열한개의 구역과 구역장들을 돌본다. 자체 권한을 주어 담임목사에게 보고도 안하고 이뤄지는 일도 많다고 한다. 조 목사는 "담임목사의 입장에서는 섭섭할 때도 있지만 제가 못하는 것을 해주니 감사하기도 하다"고.
 
구미시민교회는 교회학교의 헌금도 교회에 귀속시키지 않는다. 전액을 부서에서 집계하고 집행한다. 조 목사가 부임하기 전부터 정영화 원로목사님가 정착시켜 놓은 제도다. 부서와 교회가 작은 교회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구미시민교회에서는 '구역예배'라는 용어도 쓰지 않는다. 반드시 '구역모임'이라는 용어를 쓴다. 구역모임에서는 주일 설교를 나누고 적용하는 방식으로 구역원간 편하게 대화하며 교제하며 기도한다. 형식에는 매이지 않는다. 그리고 구역에서 걷은 헌금도 교회에 내지 않는다. 모두 구역에서 자체적으로 쓴다. 원칙은 있다. 구역을 위해 50%, 선교와 구제에 50%를 사용한다. 이렇게 성도들의 자치적 역량을 키워놓으니 자체 동호회 모임도 활발해졌다. 탁구, 족구, 등산, 골프, 바리스타, 퀼트, 바이올린, 플룻, 드럼 등 다양한 동호회가 구성되어 있을 정도다.
 
당회에서의 회의 모습도 색다르다. 보통 교회에서는 목사가 안건을 내고 장로들의 허락을 받지만 구미시민교회는 당회에서 5개의 위원회가 있어 각 위원회의 장로들이 목사와 타장로들의 허락을 받는 식이다. 당회가 열릴 때는 목회자 부인과 장로 부인들이 옆방에서 함께 기도한다. 안건도 미리 상정된 것만 다루며,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것이 이 교회 당회의 특징이다.
 
조 목사가 부임하면서 금요기도회를 없앤 것도 이 교회만의 큰 특징이다. 조 목사는 "수요기도회를 금요기도회처럼 뜨겁게 갖고 금요일 저녁은 구역모임 활성화를 위해 비워둔다"며 "담임인 저는 금요기도회 설교가 없으니 주일 설교 원고가 금요일에 나오고, 토요일 하루동안 충분하게 묵상하고 주일 설교에 임할 수 있게 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봉사와 선교에 있어서도 어느 교회와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다. 20여 명의 선교사를 직간접적으로 돕고 있고, 해외 교회건축도 20개 곳, 월드비전을 통해 아프리카에 학교도 건립했다. 실버대학을 통해 매주 화요일 150여 명의 노인들을 섬기고, 매주 목요일에는 사랑의 도시락을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한다. '사랑의 쌀독'을 마련해 주일날마다 60여 명의 노인들에게 쌀 3kg을 전달한다. 교회 내 베데스다팀이 꾸려져 주변 어려운 교회의 사택과 교회 수리 봉사를 하기도 한다. 매주 목요일 운영하는 아기학교에는 교인과 지역주민 30여명이 참여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모든 사역의 바탕에는 기도의 힘이 자리잡고 있다. 장로들의 2/3가 새벽기도에 참석하고, 약 15%의 성도들이 매일 새벽기도에 임한다. 새벽기도가 2부로 진행될 정도다. 교회 행정, 교육, 봉사, 선교, 예배, 구제, 개인영성까지 조화롭고 균형잡힌 구미시민교회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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