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목회 상생이 생명>마을과 지역과 그리고 목회자들과 더불어 함께 '삶

<마을목회 상생이 생명>마을과 지역과 그리고 목회자들과 더불어 함께 '삶

[ 우리교회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7년 05월 10일(수) 11:20
   
 

무의탁 노인들인 '우리' 식구들과 함께 사는 것, 지역사회인 '우리'마을 사람들과 더불어 일하는 것, 또한 교회를 통해 성도들과 또 이웃교회들과 연합하여 살아가는 것…. 하지만 함께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 느끼고 또 느낀다. 철저한 자기 헌신과 이타적인 삶의 태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지난 2004년 1월 손주완 목사가 본보에 연재한 '고향에서 온 편지' 중)

【원주=최은숙 기자】 2017년 봄이 시작될 무렵 강원도 원주에서 작은예수공동체 손주완 목사를 만났다. 그는 여전히 노인들과 그리고 지역사회와 또 이웃교회와 연합하여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지난 1991년 아무런 연고도 대책도 없이 '가난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한 비전을 품고 시작했던 사역이 어느덧 30년이 다되어 간다. 중풍 걸린 할머니가 집에 찾아온 것이 인연이 되어 무의탁 노인들을 돌보기 시작한 작은예수공동체는 여전히 돌봐줄 가족이 없거나 병에 걸린 노인들, 치매에 걸려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을 돌보고 있다.

작은예수공동체가 도시의 복지시설과 차이점이 있다면 노인들이 태어나 평생을 살아왔던 고향에서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이웃'과 함께 여생을 마무리 할 수 있다는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손 목사는 "거동이 불편하고 스스로 생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결국 노후는 자신의 뜻이 아니라 자녀들이 결정하게 된다"면서 "하지만 우리 공동체는 '나의' 동네에서 나의 이웃과 함께할 뿐 아니라 가족들과도 가깝기 때문에 유대관계가 좋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농촌교회가 노인복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농촌 노인들의 정서적 안정감과 가족들간의 유대감을 형성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사역 초반 외지인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텃세도 겪었지만 손 목사는 '우리 동네 사람들이 나의 교인이고, 우리 동네 일이 나의 목회'라는 확실한 신념을 품고, 2002년 '마을만들기-그린투어리즘'을 시작했다. 당시만해도 '마을목회', '마을공동체'라는 말이 지금처럼 익숙하지 않을 때였다.

'목사'로서 새마을지도자로 선출된 손 목사는 이장, 노인회, 부녀회, 청장년회, 귀촌인 등 주민들의 뜻을 모아 새농촌 사업, 정보화마을 사업, 전통테마마을 사업, 주차장 확보 사업 등을 함께 진행했다. 마을에 엄청난 자금이 투자되고,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재산권을 공공화하는 등 농촌선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는데 집중했다.

그러나 손 목사는 '실패'했다고 했다. 마을주민 일부가 불만을 제기하며 갈등이 시됐고 사업은 중단됐다. 손 목사는 자신의 실패 사례를 통해 향후 교회의 '마을만들기'사업에 중요한 교훈이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실패의 원인을 △통합적인 리더십 부족 △귀촌인과 일부 원주민 사이에서의 의사소통의 어려움 △마을에 내재된 오랜 감정의 골 △초기 비참여자들의 소외의식과 사업비 투자 이후의 이해관계 등으로 꼽으며, "마을만들기 사업은 굉장히 중요한 주제다. 한국교회가 해내야 할 중요한 과제이고 중요한 선교사명"이라고 말했다.

'새마을지도자'의 명함은 내려놓았지만 그는 지금도 계속 '농부목사'로 마을과 교회를 섬기고 있다. "농사를 지어봐야 농부의 심정을 알 수 있다. 농촌목회자가 농업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는 손 목사는 직접 농사를 짓고, 공동체 식구들과 함께 나눠먹는다. 그는 "농촌에 사는 농촌목사로서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실천하는 길을 고민했고, 그것이 유기농 친환경 농업의 시작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농약과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부이기도 하다.

손 목사는 이와 함께 농촌목회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대부분 농촌교회가 어렵다.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고 아기 울음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다. 사례비만으로 생활하기 어렵다'면서 "'통폐합'한다고 하지만 목회자 수급문제가 걸린다. 친환경 농업을 통해 경제적인 문제도 해결하고, 목회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

손 목사는 그 일환으로 5년 전부터 양계사업단 '시골목사들의 행복한 달걀-행복란'을 운영하고 있다. 손 목사를 포함한 농촌목회자 셋이 2500여 마리를 키우며 월 500여만원의 수익을 낸다. 화학비료나 항생물질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 '자연방사 무항생 양계'를 실천하고 있다. 특히 요즘은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주문이 훨씬 더 늘어났다고 한다.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하고 생명을 살린다는 책임감으로 닭을 키우고 있다"는 손 목사는 "큰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다. 새로운 목회의 대안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특히 실제로 마을목회의 일환으로 교회와 지역이 함께 양계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여러 곳에 도움을 주고 있기도 하다.

양계사업은 지난 2004년 설립한 '장신영농조합'에서 진행하는 사업의 하나다. 손 목사는 원주와 충주 등 인근의 7개 농촌교회와 11명의 목회자와 함께 '장신영농조합'을 만들고 다양한 방법으로 연합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소속으로 장신대 출신의 목회자들이 모인 장신영농조합에서는 함께 수익을 올리고 재정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성경공부 및 설교준비도 함께 나눈다.

특히 매년 추수감사절에는 각자의 교회에서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을 도시교회와 나누는 직거래 장터를 운영할 뿐 아니라 치즈체험 등 다양한 브랜드를 만들어 도농교회 교류를 확대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역의 노인들을 섬기고, 마을을 사랑하고 주민을 사랑해서 그들을 이해하고 싶어 '농부'가 된 목회자. 그리고 농촌을 살려야 '농촌교회'가 존재할 수 있다며 끊임없이 농촌살리기에 나서는 작은예수공동체의 사역이 어쩌면 진정한 '농촌마을'만들기의 목회적 사명은 아닌지. 빛나는 봄볕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서울로 올라오는 발걸음이 가벼운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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