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떠 있는 한국기독교 미술

허공에 떠 있는 한국기독교 미술

공적신학과 교회연구소 공개강좌 '허공에 떠 있는 한국 기독교 미술'
원로 서봉남 화백, 장신대 신학생들과 만남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9년 05월 06일(월) 07:18
세계 최초로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에 이르는 성경 전체를 77점의 화폭에 담아낸 성화 중 52-성만찬A.
지난 1981년 한국기독교 100주년을 맞아 3년에 걸쳐 완성한 성화 '영광'은 국내 최초로 프랑스 국립 에브리미술관에 영구 보존됐다.
"한국교회에서 미술은 소외되고 배척됐다."

지난 4일 장로회신학대학교 공적신학과 교회연구소가 '허공에 떠 있는 한국 기독교 미술'을 주제로 개최한 공개강좌에서 원로 화백 서봉남 작가는 "우리나라 국보 중 80%가 불교미술"이라면서 "기독교 미술은 단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작품이 국보로 지정될 때 작품은 영원성을 갖는다"면서 "기독교 미술은 공중에 떠 있는 형국으로 세월이 지나면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보통 그 나라의 보물은 국교가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되는 데 우리나라는 대부분이 사찰, 석탑, 불상 등"이라면서 기독교미술이 이처럼 한국에서 소외받게 된 것은 한국교회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봤다. "선교사들은 문학과 음악, 미술까지 문화의 3대 요소를 품고 선교를 시작하는데 당시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성경과 찬송만 겨우 숨기고 들어올 수 있었다"는 서 화백은 "미술은 '우상'이라는 오해와 편견 속에 긴 역사를 이어오면서 미술은 철저하게 교회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울러 그는 "기독교미술 분야에서도 국보로 지정될 수 있는 것은 성화만 가능하다"면서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는 일이다. 기독교 미술이 허공에 떠 있을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서 화백은 33세 되던 해 성화를 그리기 시작해서 35년 동안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전체를 총 77점의 작품으로 발표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물론 세계에서도 처음으로 성경전체를 그린 작가로 유명하다. 세계적인 종교 화가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은 물론이고 성화를 가장 많이 그린 렘브란트도 성서의 일부분만 그렸다. 특히 지난 1981년 한국기독교 100주년을 맞아 3년에 걸쳐 완성한 성화 '영광'은 국내 최초로 프랑스 국립 에브리미술관에 영구 보존됐다. "높이 4m, 길이 8m 4,000호 크기의 그림을 걸 곳이 국내에서는 없었다"는 서 화백은 "2006년 에브리미술관장 초청으로 첫 전시회를 열었고 동양 성화가 세계 무대에서 각광 받는 것을 보면서 돈의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더 큰 가치를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공적신학과 교회연구소에서는 지난 2018년 1학기부터 '하나님의 나라와 문화'를 주제로 정기 세미나와 공개강좌를 개최하고 있다. 이날 열린 강좌는 2019년도 1학기 두 번째 공개강좌로 진행됐다. 지난 2008년 이형기 박사의 주도 하에 출범함 공적신학과 교회연구소는 공적신학 일반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 공적영역(publicspheres)에 대한 신학적인 탐구와 지역교회가 나가야 할 길을 신학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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