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문화 공존하는 활기찬 거리 만들고 싶어

역사와 문화 공존하는 활기찬 거리 만들고 싶어

[ 창간특집 ] 종로5가의 변화 꿈꾸는 버켄장학회 콘텐츠 기획단 '코르 크루'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0년 01월 10일(금) 07:49
80년대 기독교 민주화운동의 메카였던 '종로 5가'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사실 종로 5가는 60년대 봉제공 인력시장이 형성되며 청운의 뜻을 품고 상경한 청년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만큼 활기가 넘쳤고 보령약국을 중심으로 한 약국거리, 중고도매서점, 각종 상권들이 발달하며 인산인해를 이룬 '동네'였다. 무엇보다 종로 5가는 한국 기독교의 중심지이며 민주화운동 세력의 집결지였다. 교회와 시민단체가 연대해 인권운동과 양심선언을 이어갔던 곳. 그리고 그 중심에 '한국기독교회관'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종로 5가는 '올드'한 이미지로 각인돼 '청년'들에게는 고리타분하고 칙칙한 '동네'로 외면받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 했다.

"우리가 종로 5가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겠다"는 청년들이 나타나기 전까지 말이다. 한국기독교회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공감'으로 연결하며, 다시 종로에 빛을 비추겠다는 마음 하나로 함께 모인 재단법인 버켄장학회(이사장:백도웅, 대표:백인혜) 소속 크루들이 그들이다.

2030세대가 주축이 돼 모인 '크루'들은 각자 소속된 곳은 다르지만 같은 사명을 품고 서로의 재능을 네트워크화 해 기독교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나눈다. 버켄장학회 콘텐츠 기획단 코르 크루(COR CREW) 이한나(콘텐츠 디렉터) 김경현(콘텐츠 큐레이터)씨를 중심으로 20여 명의 크루들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공유하고 있다. 크루로 참여하고 싶은 청년들은 언제나 '코르 크루'의 문을 두드리면 된다. 뜻 있는 청년들이 한 공간에 모여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가며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가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문화컨텐츠를 전공하고 전시기획 일을 하는 크리에이터 신명입니다. 적절한 여유와 몰두를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마케팅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조지수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리게 하는 사람이 마케터라고 생각합니다"

"신학을 공부하고 있는 함준헌입니다. 잘 스며들 수 있는 콘텐츠가 파급력이 있잖아요. 신학을 공부하며 기독교세계관 교육과 문화사역을 꿈꾸고 있습니다"

"표현할 수 있다면 모두가 크리스찬 크리에이터 아닐까요. 유튜브 만나키즈채널의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김은정입니다."

"조형예술을 공부하고 있는 전민지입니다. 종로 5가는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있는 흥미로운 지역이에요. 다양한 문화예술로 세대간의 단절을 허무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크루들은 "종로 5가는 귀중한 역사적 가치가 있는데 무관심과 오해 속에서 잊혀져 가는 것이 충격적"이라면서 "문화 콘텐츠로 종로 5가의 역사적 가치를 나누고, 우리가 느낀 감동을 함께 나누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크루 이한나 씨는 "영화 1987년을 보고 내가 일하는 곳이 역사의 중심이며 내가 만나는 분들이 역사의 산증인이라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면서 "그러나 또래 친구들은 이 곳을 전혀 모르고 있다"면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요즘 뉴트로로 을지로부터 익선동까지 핫플레이스가 되고 있는데 종로 5가도 청년들이 모여 함께 공감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면서 그 첫 번째로 지난 5월 카페 스페이스 코르(SPACE COR)를 열었다. 젊은 세대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벌써 4차례의 전시회와 공연이 진행됐다. 인스타그램이나 SNS 등에서 입소문을 타고 전국의 청년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지역 교회의 청년들에게는 주일 주보를 갖고 오면 모든 음료 500원을 할인해주기도 한다.

크루들에게는 큰 꿈이 있다. 기독교회관의 지하 공연장으로 활용해 '살롱문화'를 이끌어가겠다는 포부다.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살롱문화가 대세다. 살롱은 17~18세기 프랑스에서 성행한 귀족과 문인들의 정기적인 사교모임을 뜻하는 말인데, 현대적인 의미로 재해석돼 젊은층을 중심으로 재발견되고 있다. 이들은 '지적대화'와 '사교'의 욕구보다는 '취향'에 더욱 집중되어 있다. 서로 같은 관심을 가진 이들이 한 공간에 모여 '수평적'인 관계에서 문화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 곳이 기독교문화 콘텐츠의 플랫폼이 되겠다는 비전도 품었다. "세대간 단절을 풀 수 있는 열쇠는 문화가 답이기 때문"에 이들은 이 곳에서 허브의 역할을 할 계획이다.

크루들은 지하의 공연장을 컨퍼런스, 세미나, 설치전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젊은 크리스찬 문화를 나누겠다는 포부다. 뿐만아니라 이 장소가 '카타콤'이 되어 누구나 홀로 예배하고 기도할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이를 위해 같은 비전을 품고 있는 박범 목사(클레시아 대표)와 연합해 준비하고 있다. 박 범 목사도 크루로 합류해 같은 사명을 실천하기 위해서 참여했다. "하나님 나라 확장이라는 같은 사명을 품고 함께 연합하기 위함"이라는 크루들들은 "이러한 문화에 어른 분들은 거부감을 갖기도 하고 이해를 못하시는 부분도 있다"면서 "우리를 믿고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백인혜 대표는 "청년들을 보면서 한국교회의 희망을 본다"면서 "우리는 이곳에서 제 2의 목요기도회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세대가 변하고 방법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라는 백 대표는 "목요기도회가 종교와 계층, 직업과 세대를 넘어선 범국민적인 집회였던 것처럼 지금의 살롱문화를 중심으로 함께 모인 이들인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공유하고 함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면서 "종로 5가를 새롭게 이끌어 갈 젊은 세대들을 위해 아낌없는 응원과 후원을 부탁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월 12일 한국기독교회관 50주년 기념행사를 크루들이 기획 중이다. "청년들은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크루들은 "우리 크루들이 성지의 메카 종로 5가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겠다"면서 관심을 당부했다. 그 옛날 기독교와 민중들이 함께 써내려갔던 종로 5가의 역사가 다시 새롭게 써내려 가는 중이다. 2020년 우리의 기독청년들이 말이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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