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사회, 성범죄의 보편성 깨부숴야 할 때

음란사회, 성범죄의 보편성 깨부숴야 할 때

[ 4월특집 ] n번방 사건,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1.n번방 범죄, 사회의 민낯이 드러나다

조성돈 교수
2020년 04월 01일(수) 00:00
요즘 보도되고 있는 n번 방 사건은 단순한 음란물 유통에 대한 것이 아니다.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이고 심지어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 변태 행위에 대한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한 인간을 철저히 파괴해 버리는 사이버 범죄의 가장 극한 형태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범죄의 공범이 26만 명이라는 것이다. 중복 계수가 있다고 하지만 놀랄만한 숫자이다. 아마 이들을 모두 잡아들인다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범을 만들어낸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한국사회의 성범죄의 현장을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이미 태동 되었고 실현된 일들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두 가지 정도 사회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성범죄의 보편성이다. 성과 관련하여 남자들은 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저급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남자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되는 언어가 '따먹었다'이다. 여성을 물리적이던, 심리적이던 그의 의사에 반하여, 또는 무력화해서 성적으로 범했다는 의미이다. 남자로 자라면서 심심찮게 들었던 이야기들이고, 영화나 TV 등에서도 가끔은 들었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이런 단어가 사용될 때 그것은 무용담이 되었다. 죄에 대한 고백이 아니라 자랑이 되었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요즘은 음란물을 많이 접한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어렵지 않게 그런 것들을 어려서부터 접하게 된다. 과거 음란물을 구하기 위해 했던 노력(?)들에 비하면 아주 손쉽게 구하게 된다. 그런 영향인지 그런 것을 접하는 것에 대해서 부끄러움이 없다. 심지어 '야동'이라고 하면서 아주 친근한 이름까지 붙여 주었다. 공중파에서 연예인들이 그런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 거리낌이 없다. 자신들이 그런 것을 접하고 있고, 컴퓨터에 많이 저장되어 있다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한국에서는 이런 성적인 일탈이나 범죄에 대해서 너무 관대하다. 여기에 부끄러움도 죄의식도 끼어들 자리가 없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죄가 점점 그 수위를 높여가게 되고 이를 제재할 수 있는 한계도 명확하지 않다.

이러한 성범죄의 보편성은 결국 법에서도 드러난다.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우리가 놀랐던 일이 있다. '웰컴 투 비디오' 사건이다. 여기서는 다크웹이라는 사이버 공간이 사용되었고, 아동포르노가 공개되었다. 여기를 오간 사람은 전 세계에서 128만 명이나 되었고, 6개월 이용권을 41만 원에 구매한 사람만 4000명에 달했다. 이 사이트를 운영한 사람이 잡혔는데 19살 손 씨였다. 이 일로 그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아 법정에서 풀려났다. 이후 2심에서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받았다. 그런데 이 사건이 후에 미국에서 수사대상이 되었다. 미국에서는 이 사이트에 참여한 사람들이 검거되어 형을 받았는데 아동 음란물 1개를 다운로드한 미국인은 징역 5년을 받았고, 다른 이용자들은 대부분 징역 5~20년 정도를 받았다고 한다. 이것을 보면 사이버 성범죄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입장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성범죄에 대한 도덕적, 법률적 관대함은 결국 범죄의 보편성을 가져온다. 이에 대한 죄의식이 없으니 다수의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이러한 범죄에 참여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이러한 것이 범죄라는 것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한때의 일탈이나 호기심이라는 표현으로 두리뭉실 넘어가서는 안 된다. 가능하다면 참여자들의 신분을 밝혀야 할 것이고, 법률적으로도 보강하여 이러한 범죄가 명확히 형사상의 범법행위임을 밝히고 그에 상응하는 징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죄의 저변화이다. 26만이라는 숫자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수많은 사람이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러한 범죄에 참여하고 있다. 심지어 어린 청소년에서부터 음란물을 아주 자연스럽게 접한다. 어느 조사에 보면 초등학교 남학생 중 60% 가까이가 이미 음란물을 보았다고 한다. 아직 어린이라고 칭할 수 있는 이들이, 아직 어린이날 선물을 기대하고 있는 이 아이들의 60%가 음란물을 보았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주범인 조주빈의 나이는 26세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웰컴 투 비디오' 사건의 주범은 19세였다. n번 방이라는 구조를 처음 만들어낸 사람은 당시 고등학생이었다고 한다. 아직 어리다고 할 수 있는 이들인데 이런 끔찍한 일을 만들어냈다. 이들이 어느날 갑자기 이런 일을 했을까. 아니라고 본다. 이들은 아주 일찍부터 이런 것들을 접했을 것이고, 그런 것에 깊이 빠져들어 있었던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이들의 범죄는 이미 중학생의 나이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에서 이런 성범죄는 의식이 생기는 때부터 아주 보편화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음란물을 접하고, 범법의 한계를 넘나들고, 범죄를 의도적으로 행하는 사람까지 합하면 대한민국의 남자들은 그렇게 자유로운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이것을 다르게 표현해 본다면 우리 사회에서는 성범죄의 저변이 상당히 넓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범죄의 예비후보들이 너무 많고, 이들을 직,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포츠의 발전을 논할 때면 저변 인구를 빼놓을 수 없다. 이처럼 성범죄의 저변 인구가 많으면 또 그만큼 더 나쁜 범죄자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 저변 인구를 줄여가기 위해서 성범죄의 보편성을 깨고, 저들을 향해서 범죄자라고 칭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이 음란사회가 되었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서 이제 사이버 성범죄의 극적인 모델이 되었다. 참아낼 수 없는 그 잔인함에 사람들은 충격을 받지만 그들은 몇천, 몇만 명이 함께 그 순간을 즐겼다. 이 순간 이들을 향해 우리 모두가 그것은 범죄라고, 인간을 파멸시키는 범죄라고 소리를 질러야 한다. 그래서 이 성범죄의 보편성과 저변화를 깨어 부셔야 한다.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목회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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