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 질문하고 검토하자"

"생각하고 질문하고 검토하자"

[ 3월특집 ] 챗GPT와 기독교 3. 교회에서의 활용 가능성

황인돈 목사
2023년 03월 07일(화) 16:50
챗GPT를 처음 만난 날. 그날도 여느 때처럼 목양실에 앉아 PC의 전원을 켰다. 습관처럼 SNS에 로그인하자 타임라인에 chatGPT(챗GPT)라는 낯선 단어가 떠올랐다. 댓글이 무수히 달리고 언급하는 내용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요즘 떠오르는 핫이슈라는 걸 알았다.

'챗GPT가 뭐지?' 혹여나 트렌드에 뒤처질까 싶어 구글을 검색하고 또 챗GPT에 접속해서 이것저것 질문을 해보았다. 어떤 질문을 하든지 대답하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았다. 일반 챗봇처럼 단답형이 아니라 문장으로 대답했다. 마치 사람이 직접 쓴 것처럼 잘 짜인 문장력을 구사하는 것이 아닌가. 챗GPT에 대한 첫 느낌은 그랬다.

챗GPT는 어떤 질문에도 대답이 길다. 찬찬히 내용을 들여다보면 서론, 본론, 결론, 요약 등으로 잘 짜여있고 구조적이며 논리정연하다. 성경 본문이나 주제를 제시하고서 설교를 부탁하면 당장 원고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설교문이 나온다. 물론 그 원고를 가지고 설교할 리 없지만 말이다.

챗GPT는 아이디어가 많다. 엄청나다. 사람들에게 있는 건망증, 기억상실, 치매, 망각과 같은 것이 챗GPT에게 없다. 방대하게 입력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활용하는 능력이 있다. 학습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무수한 새로운 정보들이 엄청난 속도로 메모리에 쌓인다.

아쉬운 것은 문자로만 대화하는 점이다. 보이스챗처럼 음성으로 대화하거나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한다. 때문에 정서적인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 타이핑이 익숙치 못한 사람에게 불편하다. 한국어로도 대화가 가능하지만 반응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제한적이다. 한국어를 번역해서 이해할 줄 알기 때문에 굳이 구글 번역기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챗GPT는 기독교에 대한 관심이 많다. 교회에 대한 것도 목회에 대한 지식도 상당하다. "성경공부 시간에 ○○○○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까?"하고 질문하니 주제 접근 방법, 학계의 입장, 다뤄야 할 내용, 적용, 토론 주제, 진행, 강의 시간 구성까지 대답이 구체적이다. 놀랍다. 이 정도면 교회에 활용할 가치는 충분하다는 판단이 선다.

그렇게 어떻게 할까? 챗GPT를 대하는 목회자의 자세와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첫째, "생각하라!" 모든 생각은 챗GPT가 아니라 목회자로부터 나와야 하고 목회자의 생각에서 마무리되어야 한다. 생각하는 것조차 챗GPT에 맡겨서는 안된다. 충분한 생각을 하자.

둘째, 질문하라. 무엇을 질문하려는 것인지 주제를 명확히 하고 어떤 대답을 듣고 싶어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분명하게 알려줘야 한다. 가능한 정보를 최대한 제공해주는 만큼 더 정확하고 구체적인 답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아무리 인공지능이지만 대화에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셋째, 검토하라. 챗GPT의 대답은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비유를 들자면 구글 번역기의 도움을 얻어 결과물을 얻었을 때 반드시 검토하여 잘못 번역된 단어나 문장을 찾아내 수정해야 한다. 번역기의 오류일 수 있지만 질문 자체에 오류가 있으나 번역기가 원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오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챗GPT의 대답이 항상 진실은 아니다. 거짓이 팩트와 팩트 사이에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언어 모델(language model)의 인공지능은 정보의 정확성보다는 문장을 잘 구성하는 쪽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넷째, 참고하라. 챗GPT는 참고로 하는 것이 좋겠다. 도움을 얻을 수는 있지만 전적으로 의지해서는 안된다. 목회는 챗GPT가 아니라 목회자가 하는 것이다.

다섯째, 자신의 것을 만들어라. 챗GPT로부터 얻은 정보들, 잘 구성된 문장들을 참고하여 목회자는 자신의 것으로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챗GPT에게 "너를 목회에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하고 물어보았다. 대답은 이렇다. "나는 목회에 적용할 만한 잠재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오로지 제안일 뿐 목회 현장의 당사자들은 이를 신중하게 고려하고 토론해야 합니다… 목회에 유능한 도구이지만 목사, 신학자, 상담자들의 인간적인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챗GPT는 낯설다. 사람도 처음 만나면 낯선 법인데 하물며 컴퓨터 화면이겠는가. 그림이나 음악이 아닌 단지 문자로만 대화하는 방식이 컴퓨터 전문가가 아닌 목회자들에게 낯선 것은 당연하다.

두렵다. 아마 거의 모든 사람들이 챗GPT의 등장에 대해 신기해하면서도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인류의 두뇌로 개발하는 IT 기술이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해나갈지 모른다. 오래 전 컴퓨터가 사람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이해하는 것을 볼 때 두려웠었다. 3D와 가상현실 기술이 합쳐진 메타버스가 등장할 때에도 두려웠다. 타인의 목소리를 변조하는 기술이나 딥페이크 기술을 가지고 본인이 촬영하지도 않은 화면에 등장할 수 있다는 것도 두렵다. 이런 것들이 앞으로 인류에게 무슨 일을 벌일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말자.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사람들은 "괴물"이라고 소리치면서 무서워했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익숙하고 편리한 이동수단이 되었다. 기계 속에서 사람 소리가 났을 때 사람들은 두려워했지만 지금은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즐길 뿐 그걸 두려워하는 사람은 없다. 필자 역시 지금도 세탁기 앞에만 서면 두렵다. 무엇을 눌러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자주 이용하게 된다면 익숙해질 터이고 더 이상 두렵지 않을 것이다.

사회 각계에서 챗GPT의 활용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지자체인 충청남도와 전라남도 도청은 공무원 수십 명으로 구성된 연구모임을 만들어 도정에 활용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다시 챗GPT에게 "목회에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물어보았다. 그가, 아니 그것이 이렇게 대답했다. "목회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교회 내 갈등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 회중들을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는지 편안하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그렇다. 지금은 교회가 챗GPT의 활용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다.

황인돈 목사(아름다운충일교회, 총회 언론정보통신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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