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교회, 분립 개척 추구한다

건강한 교회, 분립 개척 추구한다

[ 5월특집 ] 하나님 나라 확장의 대안, 교회 분립 개척 3. 교회 분립 개척에 따른 긍정과 우려

최동규 교수
2023년 05월 19일(금) 07:52
한국교회가 1990년대 이후에 정체와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관해 내적, 외적 요인들을 분석하고 미래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중 한 가지로 분립 개척이 언급되고 있다. 분립 개척의 유형과 방법에 관해서는 이미 서구의 교회성장학자들이 자세히 제시한 바가 있다. 피터 와그너(C. Peter Wagner)는 부모교회 모델로 분봉, 식민화, 입양, 우연히 부모교회가 되는 경우, 위성 교회 모델, 복수 회중 모델, 복수 캠퍼스 모델을 제시하였다.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분립 개척도 크게 이 범주들을 벗어나지 않는다.

오늘날 한국 상황에서 분립 개척은 기독교 복음을 확산하고 한국교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인식은 복음 전도와 선교가 예전만큼 쉽지 않게 된 현실에 기인한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복음에 대한 저항성은 높아지고 있고, 반대로 복음에 대한 수용성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전도가 잘 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포스트모던 문화의 확산,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의 비도덕성과 일탈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척교회에 대한 교인들의 인식도 긍정적이지 않다. 개척교회 또는 작은 교회에 가면 일꾼이 부족하여 고생하게 된다고 생각하며, 자녀교육 등 신앙생활에 필요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주의적이고 종교 소비주의적인 신앙 행태가 이런 생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역자 없는 개척은 위험하기 짝이 없으며, 그 결과 자립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분립 개척의 긍정성

반면에 분립 개척은 처음부터 일정한 기반 위에서 시작할 수 있다. 분립 개척을 하는 부모교회는 새 교회를 위해 영적, 물적, 인적 지원을 한다. 사례에 따라 다르지만, 부모교회로부터 지원받아 개척하는 교회는 초기 정착하는 과정에서 큰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와그너는 기본적으로 지역 교회를 근거로 삼아 교회 개척을 시도하는 모델들을 모달리티(modality)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그 유형에는 몇 가지 유익한 점이 있다. 첫째, 이 방식으로 개척하면 기존 교회의 경험 많은 평신도 지도자들을 새 교회의 핵심 교인으로 구성할 수 있다. 소위 '맨땅에 헤딩하는' 교회 개척자들은 일할 사람이 없어 무엇이든지 자신이 해야만 한다. 전도와 교회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부모교회에서 일꾼들이 공급된다면 새 교회는 얼마든지 힘있게 사역을 펼칠 수 있다.

둘째, 부모교회에서 옮겨 온 핵심 교인들은 평균적인 수준 이상으로 크게 헌신한다. 교회의 사역에서 가장 큰 동력은 자발성에 있다. 억지로 사역에 동원되면 열정과 에너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신이 스스로 결심해서 새 교회에 동참한 신자들은 사역에 임하는 자세가 다르다. 그들은 보통의 교인들보다 더 헌신한다. 이런 조건은 새 교회가 빠르게 자립하고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셋째, 새 교회를 세우는 사역에 참여한 핵심 교인들은 개척자의 목회 철학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교회의 내적 역동성이 크게 높아진다. 역동적인 교회의 가장 큰 특징은 목회자와 신자들이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마음, 같은 뜻을 가진다는 것이다(고전 1:10). 새 교회에 참여하는 교인들은 다른 그 무엇이 아니라 개척자의 목회 비전을 보고 따른다. 따라서 목회자의 목회 비전 아래에서 하나가 된 새 교회는 이미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분립 개척

그러나 분립 개척의 긍정성을 제대로 보려면 방법론적인 차원을 넘어 선교학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선교학적으로 볼 때 분립 개척이 가진 최대의 긍정성은 그것이 오늘날 포스트모던 한국사회에서 '선교적'(missional) 가치를 드러내는 데 적합하다는 데 있다. 최근에 자주 논의되고 있는 선교적 교회의 핵심 가치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와 성육신적 정신이다. 분립 개척은 하나님의 선교를 가장 잘 드러내는 사역이다. 또한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십자가와 복음의 정신, 곧 자기희생과 나눔, 섬김의 정신을 반영한다.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볼 때 한 교회의 무한한, 이기적인 성장은 바람직하지 않다. 복음의 저항성이 높은 오늘의 현실에서 효과적으로 복음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분립 개척과 같은 방법이 강조되어야 한다. 그것은 선택적이지 않고 필수적이다. 분립 개척은 유기체적 교회의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건강한 교회는 분립 개척을 추구한다. 반대로 말하자면, 분립을 추구하지 않는 교회는 건강한 교회가 아니다.

분립 개척에 관한 우려

그러나 분립 개척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분립 개척이 비윤리적인 교회 내 갈등과 분열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것은 와그너가 언급한 '우연히 부모교회가 되는 경우'에 해당하는데, 과거 1960년대부터 9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교회 상황에서 자주 발생하였다. 갈등하고 싸우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이 갈라설 수밖에 없지만, 그것을 바람직한 현상으로 정당화할 필요는 없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분립 개척이 이기적인 교회 확장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것은 특히 대형교회에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위성 교회 또는 복수 캠퍼스 모델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모델들이 분립 개척의 형태이기는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비윤리적이거나 비선교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형교회들이 문어발식으로 지교회를 개척함으로써 해당 지역의 작은 교회들의 생태 환경을 파괴하는 일이 우리나라에서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므로 대형교회가 어떤 특정 지역에 교회를 개척하려고 할 때는 그곳의 지역 교회들과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한 대형교회의 이런 개척 방식은 개척되는 교회가 부모 교회의 사역을 그대로 따르게 함으로써 교회의 다양성을 해치고 획일화를 조장한다. 그런 교회들이 아무리 많아진다고 한들 그것은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생명력과 창의성이 없는 클론 군단에 불과할 뿐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복음의 생명을 중심으로 각 지역에 맞는 다양한 교회로 구성된다. 따라서 부모 교회가 분립 개척을 기획할 때는 이런 선교적 관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최동규 교수 / 서울신학대학교 교회성장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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