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통한 리더십 키우기, 함께 노력해야

공동체 통한 리더십 키우기, 함께 노력해야

[ 청년,괜찮습니까? ] 7. 해외 교회의 청년 참여

김지은 목사
2023년 08월 02일(수) 19:30
교단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리더로 성장하고 있는 미국장로교회의 청년들. /미국장로교회 홈페이지
미국장로교(PCUSA)는 제도적으로 청년의 의사결정 참여를 장려한다. 총회의 중요한 구성원인 청년 자문위원 (Young Adult Advisory Delegates, YAAD)은 총회대의원들에게 특별한 의견과 관점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청년들(18~23세)이 가지고 있는 '청년들만의' 독특한 의식과 시각은 중요하므로 교단 총회에는 다수의 청년 자문위원이 말 그대로 '자문'을 위해 참석한다. 그리고 총회는 청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인식한다. 청년 자문위원(YAAD)은 노회에서 목사 총대 (Teaching Elder Commissioner, TEC)와 장로 총대 (Ruling Elder Commissioner, REC)를 뽑을 때 함께 선출한다. 현재 166개 노회에 청년 자문위원이 한명씩 할당돼 있으며, 누구나 추천할 수 있고 본인 지원도 가능하다.

미국장로교회 총회에는 투표권은 없지만 자문 역할을 하는 4개 자문위원회(Advisory Delegates)가 있다. 청년 자문위원(YAAD)은 에큐메니컬 자문위원(Ecumenical Advisory Delegates, EAD), 선교사 자문위원(Mission Advisory Delegates, MAD), 신학생 자문위원(Theological Student Advisory Delegates, TSAD)보다 규모가 훨씬 큰데, 전통적으로 자문위원 대부분이 청년층이다. 지난 팬데믹 기간 처음 온라인으로 열린 224차(2020년) 총회에는 총대로 503명(목사 총대 251명, 장로 총대 252명, 원칙적으로 총대는 목사와 장로 동수)이 참석했고, 전체 자문위원 149명 중 청년 자문위원(YAAD)은 127명이었다.

총회 매뉴얼 상설규칙에도 명시돼 있듯, 청년 자문위원들은 그들의 '특별한 관점(special viewpoints)'을 총회 내내 다양한 방법으로 조언한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교회의 중요한 본질로 여기는 미국장로교의 삶과 사역을 그대로 보여준다. 각 주제에 따라 구성된 총회 위원회에 배치돼 이슈와 헌의안에 대해 서로에게 배우며 목소리를 낸다. 총회 전체 회의(plenary)에서도 투표권은 없지만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며 발표할 수 있다. 각 결정사항마다 자문위원들이 먼저 투표를 한 후, 그 결과를 보고 총대들이 투표한다. 그만큼 총회 의사결정 과정에 청년들의 의견은 직간접적 영향을 끼치며 교단 정책에 실제 반영된다.

미국장로교회가 청년 참여를 강화하게 된 이유는 '현실적으로 젊은이들이 총대로 선출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공통된 인식 때문이었다. 그래서 1970년에 청년 자문위원이라는 범주를 만들어 제도적으로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격려하며 듣도록 했다. 대의민주제를 지향하는 장로교회는 각 계층의 대표성 반영이 생명이다. 총회는 젊은이들에게 문을 개방해, 그렇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시각, 문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청년 자문위원회는 총회 기간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하며 총회 전체를 넓고 깊게 경험한다. 총회 정서기가 임명한 4명의 자문위원(YAAD Advisors)이 청년 자문위원들과 가까이 동행하며 안내한다. 오리엔테이션과 매일 저녁 보고 및 성찰을 위한 전체그룹과 홈그룹 미팅 등을 가질 때 필요한 지원과 목회적 돌봄을 제공한다. 자체적으로 청년들은 4개 홈그룹에서 남녀 각각 한명씩을 대표로 선출해 8인으로 협의회를 구성하고 그 중 YAAD 남녀 공동의장을 선출한다. 교단 총회에 직접 참여해 교단의 정체성과 방향, 선교와 사역 내용을 입체적으로 학습하면서 자연스럽게 리더십도 익히게 된다. 자부심도 느끼고 문제점도 관찰한다. 하나님의 음성을 통해 시대의 부름, 개인에게 다가온 부름도 듣게 된다. 전국에서 모인 동료 청년 자문위원들, 해외에서 온 다양한 자문위원들과 네트워크도 갖게 된다. 개교회로 돌아가서 지역교회 공동체 그리고 노회, 대회 속에서 이런 경험을 나누며 계속 이어간다. 총회와 개교회가 비교적 긴밀하게 연결된 미국장로교 (connectional church)의 체질이 이런 과정에서 형성된다. 실제로 청년 자문위원 출신 중 많은 경우 훗날 총대로 참석하거나 미국장로교 리더로 성장한다. 그래서 YAAD를 '미국장로교 리더십 공급망 (PCUSA leadership pipeline)'이라고 표현하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장로교인들은 '그리스도의 마음이 공동체에서 가장 잘 분별된다'고 믿는다. 필자는 지난 15년간 미국장로교 총회본부에서 총회사무국, 선교국 직원으로 사역하며 여러 차례 총회에 참석했다. 강도 높은 총회의 일정은 참석자와 스텝 모두에게 그야말로 강행군이지만, 공동체의 경험은 회의 뿐 아니라 예배, 기도, 교제에도 깊이 참여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총회를 '가족 상봉(family reunion)'으로 묘사한다.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온 교회 사람들이 서로를 환영하며 만나고 모이는 것이 특징이다. 서로 다른 의견과 입장에서 토론과 경청을 통해 공동체의 결정을, 그리스도의 마음을 이뤄간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 소외나 차별 없이 다양성 속에서 포용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이뤄간다 (갈 3:28).

더 많은 청년들이 교단의 정책 결정에 참여하도록 이끌기 위한 미국장로교회 나름의 방법인 청년 자문위원 외에도 노회에서 총대를 선발할 때 청년이 선발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앞서 언급한 224차 총회 총대 503명 중 나이를 표시하지 않은 25명을 제외한 478명의 연령대를 보면 21~28세는 4명, 28~35세는 22명, 35~42세는 39명, 42~49세는 43명, 49~56세는 60명, 56~63세는 98명, 63~70세는 129명, 70~77세는 75명, 77~84세는 8명으로 집계됐다. 총대의 평균나이는 59.3세이다. 비율은 높지 않더라도 노령화된 미국장로교 구성원과 총대 속에서도 청년은 존재한다.

미국장로교 개교회는 대의정치 형태에 의거해 청년 장로를 종종 선출한다, 청년 장로 선출 방법이 따로 있지는 않고 개교회에서 장로를 선출하는 방법과 같다. 장로의 자격에 연령 제한은 없다. 특히 청소년, 청년이 많은 교회라면 그 그룹을 대표하는 청소년 장로, 청년 장로가 있는 교회가 당연히 존재하고, 이는 미국장로교 안에서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필자의 배우자가 목회하던 미국교회에는 6명의 시무장로 중 2명의 청년 장로가 있었는데 24세의 여성과 남성이었다. 청년들만의 '특별한 관점'과 열정과 헌신의 리더십이 얼마나 신선하고 아름다웠는지 모른다.

먼 미래의 리더십이 아니라 현재 교회의 구성원으로 존중받고, 하나님께 부여받은 재능과 은사를 가지고 청년 시절 공동체 속에서 성장하는 일은 이렇듯 소중하다. 교회의 지체로서 활력과 독특한 시각을 불어 넣어준다. 물론 문화적, 정서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교회도 다양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제도적인 장치를 고민하고 준비하면 좋겠다.

미국장로교회는 교단적으로 청년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 각 교회, 노회, 대회, 총회 차원에서 다양한 자원을 동원해 교육한다. 예컨대 총회사역으로는 기독교 형성 (Chrisitian Formation) 사무실을 두어 한 사람의 신앙 형성의 모든 연령과 단계에서 오는 고유한 은사, 도전 및 기회를 존중하며 풍부한 자료를 제공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과정과 프로그램, 중학생 컨퍼런스 (Middle School Conference), 1983년 처음 시작돼 3년에 한번씩 열리는 고등학생 대상 수련회인 장로교 청소년 트라이에니엄 (Presbyterian Youth Triennium) 등 어린 시절부터 개교회를 넘어 보다 큰 보편적 교회를 경험하도록 돕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교회도 졸업한다'는 말이 있듯 대학생이 돼 신앙생활을 지속하는 것은 얼마나 귀한 일인가. 이런 현상을 고민하며 노력하는 대학생 캠퍼스 사역 (UKirk Collegiate Ministries)을 통해 200개가 넘는 대학을 연결하고 있다. 젊은 장로교인들이 신앙과 교회에 대해 얼마나 열렬한지,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참여하기를 원하는지 들으면 놀라게 된다. 19~30세의 청년들이 미국 내에서나 해외에서 청년봉사단 (Young Adult Volunteer, YAV) 같은 에큐메니컬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 동료와 멘토들과 동역하면서 기독교 신앙의 의미와 지역 사회의 이웃에 대한 책임을 탐구하기도 한다. 장로교 청년들의 다양한 이야기와 경험 공유 과정은 영향력이 크고 교회에 새로운 상상력을 더해준다.

30년 넘게 살던 미국에서 새로운 임무를 받아 한국에서 일한 지 3년이 되어온다. 한국 교회 성도들의 열정, 헌신도, 능력, 역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 같다. 사명을 잘 감당한다. 그야말로 목숨걸고 목회하고 사역하는 것 보고 자극도 받고 영감도 받는다. 특히 젊은 청년들, 여성들, 목회자들이 그동안 누구도 내지 못한 목소리를 내는 것, 창의적으로 일해 나가는 것이 희망적으로 보였다. 이제는 개 교회, 개 기관을 넘어서 서로가 좀 더 연결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이 하나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는 아프리카 격언이 일깨워주는 지혜처럼 청년 리더십을 세우기 위해선 교회와 교단의 전폭적인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 대가족이 모이는 명절 모임에서 가장 잘 배운다. 가끔씩이라도 다양한 식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평소 자주 보지 못했던 어르신들, 또래 사촌, 손아래 조카들이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들을 수 있는 반가운 '가족 상봉'이 교회 안에서 절실히 필요하다. 내가 하나님의 딸로서, 아들로서 어떤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랐는지, 성장하고 있는지 자기 정체성과 사랑 받는 존재로서의 확인이 필요하다. 현대 교회는 너무 전문화돼 오히려 세포처럼 분열된 모습이 아닌가 싶다. 권력과 목소리를 가진 자들만의 리그가 돼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의 온전한 몸을 이루는 우리 교회, 한데 모여 존재만으로 격려하며 인식하며 축하하는 넓은 잔치 마당이 되기를 소망한다.

김지은 목사 / 미국장로교회 동아시아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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