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면 외롭고 같이 하면 괴롭고? |2021. 06.02
[ 땅끝편지 ]   러시아 최영모 선교사9

러시아인에게 종교를 물어보면 60~70%가 기독교라 대답하고, 그렇게 대답한 이들 중에 90% 이상은 정교회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간단치 않다. 부모와 조부모가 모두 정교회 신자인 어느 신학생은 "가족이 모두 정교회인데, 왜 우리 신학교에 들어왔습니까?"라는 질문에, "정교회에서는 속죄가 무엇이고, 구원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나는 그것을 개신교회에서 배…

러시아 교회에서 경험한 열 가지 일 |2021. 05.27
[ 땅끝편지 ]   러시아 최영모 선교사8

작가 필립 얀시는 '놀라운 은혜'에서 러시아 교회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러시아에서 은혜에 굶주린 국민을 보았다. … 러시아의 보통 사람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을 잃은 채 눈빛이 허공을 맴도는 것이 꼭 매 맞은 어린아이 같았다. … (그러나) 러시아를 떠날 때 나는 앞으로 바뀌어야 할 많은 것들에 대해 현기증과 동시에 강한 희망을 느꼈다. 맨살만 남은 황폐한 도덕의 땅에서 사체…

"에토 추~다!(이것은 기적이다)" |2021. 05.20
[ 땅끝편지 ]   러시아 최영모 선교사7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러시아인들이 그 이름을 들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사랑하는 문호 푸시킨의 시 한 구절이다. 하지만 필자에게 그때 그 일만큼은 전혀 그리워지지 않는다. 선교센터는 잘 지어졌다. 건축하는 데 8년이 걸렸지만, 헌당 예배에 참석한 러시아 목회자들이 "에토 추~다!(이것은 기적이다!)" 하면서 연신 감탄하니 어깨가 조금은 으쓱거려…

모리아 산에서 이삭을 드릴 때 |2021. 05.05
[ 땅끝편지 ]   러시아 최영모 선교사6

숨이 멎을 듯한 충격이었다. 슈퍼마켓에서 한국산 '초코파이'를 보았다! 지금도 러시아에서 한국 물건을 보면 반가운데, 그때가 1995년이었으니…. 하지만 한국과 비교해 너무 비싼 것 같아 그대로 돌아오니, 가족들의 성화가 대단하다. "아무리 비싸도 한국 것인데" 하면서 아이들은 애처로운 표정을 짓는다. 할 수 없이 저녁 식사 후에 등떠밀려 다시 가게에 갔다. 하지만 초코파이는 그사이에 다 팔…

기독교 학교가 만드는 '러시아의 푸른 미래' |2021. 04.29
[ 땅끝편지 ]   러시아 최영모 선교사5

1969년에 영국으로 망명한 소련 작가 아나톨리 쿠즈네초프는 "소련의 지식인들 가운데 영적인 문제를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을 것"이라면서, 그 이유로 "소련 당국이 기독교 신앙의 뛰어난 통찰력을 제시한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를 금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곳에 있는 세계 3대 미술관이라고 하는 에르미타주에 갈 때마다 그의 말이 떠오른다. 기독교 성화로 가득 찬 미술관에…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 |2021. 04.21
[ 땅끝편지 ]   러시아 최영모 선교사4

몹시도 무덥던 여름에 교회 청년 세 명이 한국재외동포재단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열흘이 지나 검게 탄 얼굴로 돌아온 그들에게 한국 방문에 대한 소감을 물었더니 "너무 좋았고, 한국에서 살고 싶어요. 제일 좋은 것은 주위사방의 모든 사람이 우리와 똑같이 생긴 것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사람들의 모습이 자기들과 같아서 그토록 편했다고 말한 그들은 고려인이다. 인종이 다른 나라에서 소…

다시 '제3의 로마'를 꿈꾸며 |2021. 04.14
[ 땅끝편지 ]   러시아 최영모 선교사3

1992년 초, 미국에서 김대순 목사(LA가나안교회) 부부와 박희민 목사(LA영락교회) 부부가 러시아에서 사역하는 김재광 선교사를 방문했다. 커피숍에서 대화를 나누던 그들은 교회를 세우려면 현지인 사역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것과 그러기 위해서는 신학교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러시아 복음화를 위하여 신학교의 역할과 필요성을 나누던 그 날, 창밖에는 함박눈이 춤추듯이 내리고 있었다. 그해…

러시아 최초의 장로교회 |2021. 04.06
[ 땅끝편지 ]   러시아 최영모 선교사2

러시아에 도착한 후 얼마 되지 않아 필자보다 3년 먼저 와서 사역하던 김재광 선교사를 만났다. 김 선교사는 캐나다 토론토 영락교회의 원로목사로서, 조기 은퇴 후 이곳에 와서 상트페테르부르크 장로교회를 설립한 분이다. 그 만남이 앞으로 14년간을 교회와 신학교 사역, 교회 개척 등을 그와 같이 일하는 계기가 되리라고는 그때는 전혀 몰랐다. 김재광 목사의 꿈은 북한선교였다. 하지만 북한선교가 현…

"내가 여기 있나이다. '쟤'를 보내소서" |2021. 03.30
[ 땅끝편지 ]   러시아 최영모 선교사1

자꾸만 머뭇거리는 남편을 아내가 채근한다. "조금이라도 더 젊었을 때 나가야죠" 남편은 잘 준비된 말로 아내를 설득한다. "나는 신학교에서 선교학을 부전공했고, 교회에서도 선교 업무를 담당했으며, 선교지에도 방문한 경험이 있소. 당신은 단지 나가기만 하면 된다고 낭만적으로 생각하는가 본데, 선교는 그런 것이 아니오." 아내는 잠잠해진다. 며칠이 지나자 아내는 다시 재촉한다. "선교사로 나가겠…

나를 찾아가는 여정 |2021. 03.23
[ 땅끝편지 ]   체코 이종실 선교사 완

선교의 동기는 사랑이다. 그래서 '당신은 사랑 때문에 이 낯선 곳에서 선교를 하고 있는가?' 질문한다면, 거의 30여 년을 선교사로 살아가는 나는 여전히 '그렇다'고 대답할 자신이 없다. 체코에 온지 15년 정도 됐을 때 체코교회가 당연히 내가 있어야 할, 내 집같은 곳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곳 생활의 익숙함 때문이 아니라 척박한 목회 현장과 씨름하는 체코 목회자들 때문이었다. 주민들을 …

동병상련의 정(情) 때문에 |2021. 03.18
[ 땅끝편지 ]   체코 이종실 선교사9

선교사의 삶이란 마치 깊은 우물에서 물을 긷는 두레박처럼, 현장에서 침잠하며 하나님의 도구로서 일상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필자는 그러한 선교적 삶을 아내로부터 발견했다. 해외에서 생존을 위해 언어습득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아내의 첫 체코어 선생은 특정 국가의 백인을 유독 좋아하는 인종차별주의자였다. 체코어 선생은 교실에서 아내를 그림자 같은 존재로 여겼다. 마음고생을 하면서도 …

'중부유럽 선교 연구소' 사역 |2021. 03.10
[ 땅끝편지 ]   체코 이종실 선교사8

체코와 슬로바키아 안에는 1차 세계대전으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몰락한 이후 결정된 현재 국경에 옛 폴란드 민족 정착지와 헝가리 민족 정착지를 포함하게 되면서 소수의 폴란드, 헝가리 민족이 살고 있다. 필자처럼 선교학의 필요성에 공감한 초기 20여 명의 체코 슬로바키아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은 실제로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 네 개 민족 개신교회 출신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200…

'왜 선교학을 가르치지 않는가?' |2021. 03.04
[ 땅끝편지 ]   체코 이종실 선교사7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첫 13년 동안은 현지 교회와 사회를 배우고 관찰하는 일에 집중했다. 겉으로 보기엔 미약해 보였지만, 현지 교회들은 한국교회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오랜 역사 속에서 민족, 지역, 세대 간의 긴장이 얽힌 장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15세기 종교개혁 운동 덕분에 유럽 대륙의 다른 지역에 비해 보헤미아에선 17세기 초까지 약 한 세기 반 동안 신앙의 자유를 누릴 …

친교와 배움이 선교의 길 열어 |2021. 02.25
[ 땅끝편지 ]   체코 이종실 선교사6

프라하 코빌리시교회 슈토레크 목사와의 만남은 내 인생의 이정표가 됐다. 설교와 목회, 심지어 마지막 죽음을 준비하는 모습, 조그마한 일에서부터 행동 하나 하나에 이르기까지 체코 개혁교회의 전통이 배어있는 그를 통해 나는 개신교의 정체성과 선교과제가 무엇인지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동역을 시작하기 전 교제했던 6년 동안 그는 내 인생의 롤 모델로 마음 속에 자리 잡았다. 그는 누구…

현지 교회와의 동역 |2021. 02.11
[ 땅끝편지 ]   체코 이종실 선교사5

기독교 인구가 1%에 불과한 체코의 주류 개신교단인 체코형제복음교회 총회장과 함께 1997년 3월에 우리 교단 총회를 방문하게 됐다. 필자가 프라하에 도착한지 4년 만의 일이었다. 양 교단은 이미 내가 이곳에 오기 오래 전부터 교류하며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던 체코교회 실무자가 우리 교단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필자에게 조언을 구해왔고, 결국 필자는 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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